분류 전체보기2718 나이키 ACG의 옷 레이어 얼마 전에 레이어(링크)에 대한 이야기를 올린 적이 있다. 물론 그 이야기는 기본적인 원칙론이다. 자세히 들어가면 아주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한국 겨울 산의 방식과 한국 겨울 도심의 방식은 다를 수 밖에 없다. 또한 겨울의 유럽 알프스, 러시아 호수 옆, 남미 고지대 등등도 다르다. 습도, 바람, 온도 모든 게 다르기 때문이다. 또한 거기서 산을 오를 건지, 달릴 건지, 백패킹을 하거나 캠핑을 할 건지에 따라서도 다르다. 게다가 사람마다도 다르다. 누구는 추위를 많이 타고, 누구는 땀이 많이 난다. 그런 수많은 변화 속에서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을 찾아내는 건 원리 원칙을 이해한 후 그에 따라 시행착오를 반복할 수 밖에 없다. 물론 대충 입어도 도심에서 가까워 어떻게든 해결할 방법을 찾을 수 있는 데.. 2020. 11. 11. 패션은 결국 롤플레잉이자 코스프레다 패션 vs. 패션이라는 책에서 이 비슷한 이야기를 꺼낸 적이 있고, 이런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몇 가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리고 조금 더 깊고 넓은 이야기를 해보려고 했는데 현재 스코어 당분간은 세상에 꺼내기 어려워진 듯한 관계로 여기에 적어 놓는다. 가끔 취향에 따라 옷을 입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취향은 개인의 영역이고 말하자면 개성을 완성시켜 간다는 뜻이다. 그리고 이 말은 맹목적인 유행 소비에 대한 냉소적인 반응이다. 하지만 여기서 몇 가지 질문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취향에 따른다는 건 무엇인가, 그게 가능한가. 취향에 따른다는 말은 실제 그렇게 간단한 문제는 아니다. 예를 들어 몇 년 전에는 슬림핏의 바지가 취향이었다. 그러다 루즈 핏의 바지가 취향이 된다. 그래픽 티셔츠, 스웨트셔.. 2020. 11. 4. 파타고니아의 R1이란 옷에는 노래도 있다 파타고니아에 R1이라는 옷이 있다. 이야기를 시작하면 좀 긴데 우선 R시리즈라는 플리스 시리즈가 있다. R은 Regulator : 조절 뭐 이런 뜻으로 체온, 땀 이런 걸 조절하는 옷이다 이런 이야기다. R1부터 R4까지 있는데 점점 두꺼워진다. R4는 입으면 곰처럼 보이는 매우 두꺼운 아우터인데 단종되었다. 나머지도 오랜 시간 동안 계속 어딘가 변하고, 보충해 가고 있다. R1 같은 경우 후드도 있고 재킷형도 있고, 집넥 타입도 있다. 얼마 전부터는 테크페이스라고 약간의 방풍 기능을 추가한 버전도 나온다. 몸에 열이 좀 많거나 한다면 어지간한 겨울에도 캐필린 속옷에 R1 입으면 등산 간다 뭐 그렇다고 한다. 기본적으로 운동을 하면서도 그다지 춥지 않을 정도의 보온에, 땀이 나면 빨리 바깥으로 날려버리는.. 2020. 11. 4. 데님 자켓에는 별로였던 2020년의 가을 몇 년 전에 플란넬 셔츠에 청바지 조합이 가능한 날이 없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올해는 데님 재킷이 그런 옷인 거 같다. 여름이 지나고 난 후부터 멈칫 하는 사이에 최저 10도 - 최고 20도 블록에 바람, 이상하게 서늘한 기운을 한참 유지했다. 저 정도면 데님 재킷으로는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다. 그리고 이후에는 5~10도 - 15~20도 블록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 마찬가지다. 아주 잠깐의 시간이 있기는 하지만 더워지고 있거나 쌀쌀해지고 있거나 하는 순간 뿐이다. 그런 이유로 올 가을 데님 재킷은 별로 기회를 가지지 못했다. 봄에도 잠깐이었는데. 코튼 트윌, 몰스킨 코튼 등등 비슷한 종류는 모두 마찬가지다. 청바지야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데 데님 재킷이라는 건 그렇지 않다. 데님 재킷이란 일.. 2020. 10. 29. 필슨 + 포드 Bronco 1965년에 처음 등장한 포드의 SUV 브롱코가 얼마 전 다시 나왔다. 예전에 브롱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어서 찾아봤는데 여기가 아닌듯... 귀찮다. 아무튼 미국에서도 산간 오지 돌아다니는 젊은이들이 꽤 늘고 있고(이건 히피의 승리 이야기를 할 때 다룬 적이 있다) 테크니컬 아웃도어, 올디스의 아웃도어 양쪽 다 서로의 팬을 가지게 되었다. 그런 김에 필슨과 포드 브롱코가 숲을 지키는 소방관들과 미국의 내셔널 포레스트 파운데이션을 후원하기 위해 콘셉트 자동차를 만들었다. 와일드랜드 파이어 릭(Wildland Fire Rig). 겉만 꾸민 게 아니라 안에도 여기저기 필슨의 손길이 닿아있다. 사실 포레스트 소방관용 유니폼이라면 195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사용되었던 이 옷이 떠오른다. 포레스트 그린이 특유의 .. 2020. 10. 28. 얇은 방수 방풍 쉘의 활용 사실 셸이 표준어 같은 데 맨날 쉘로 쓰고 원고나 책에 쓰면 항상 수정을 당한다... 셸... 뭔가 이상해... 셸은 얇은 게 있고 두꺼운 게 있고, 딱딱한 게 있고 부드러운 게 있다. 아우터 혹은 미드레이어로도 활용된다. 아웃도어라면 비나 바람에 대비해 항시 휴대하는 옷이다. 일상복에서는 그냥 아우터로도 많이 써먹는다. 아무튼 얇은 건 봄, 여름, 가을에 쓰지만 겨울이 오면 그냥 넣어놓고 그러기 마련인데 어디서 보니까. 어쨌든 비와 눈을 막아주니까 바깥에 입어도 되고, 어쨌든 바람을 막아주니까 안에 입어도 된다. 세상 무엇이든 써먹기 마련. 따로 사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살 수는 있다 이런 의미로. 파타고니아의 토렌쉘이나 레인쉐도우 같은 것도 이런 식으로 광고를 많이 하는 거 같다. 위 사진은 보다.. 2020. 10. 28. 유니클로 + 질 샌더 = +J는 11월 13일 갑자기 새 컬렉션 런칭을 발표해서 놀라게 했던 유니클로와 질 샌더의 협업 컬렉션 +J가 발표 이후 뭘 내놓는지 거의 보여주지 않길래 대체 뭘 하려나... 했었는데 드디어 대강의 룩북, 제품 리스트가 올라왔다. 여기(링크) 참고. 코트, 다운, 스웨터, 셔츠, 세트업, 몇 가지 액세서리 등등의 구성으로 뭐 무난한 거 같다. 단정하고 깔끔하고 살짝 위트도 있고 보통 잘 팔리는 타입이다. 그렇지만 2020년이다. 물론 +J 첫번째 콜라보는 하이 패션, SPA, 그리고 패션 전반에 걸쳐 어떤 전기가 되었음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이걸 다시 내놓을 생각을 했다면(같은 걸 복각해서 내놓은 적은 있다) 뭔가 조금 더 확실한 무언가가 있어야 하지 않았을까 싶다. 게다가 유니클로와 질 샌더 양쪽 모두 어떤 전환점이 필요.. 2020. 10. 28.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 3 레이어 시스템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레이어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뭐든 더 껴입으면 더 따뜻하다. 당연하다. 하지만 목표를 확대해 볼 수 있다. 더 가볍게 더 따뜻할 수 없을까, 따뜻하면서 갑갑하지 않을 수 없을까, 만원 지하철에서 땀이 나는 데 매번 외투를 벗어야 하나, 다운이 잔뜩인데 어디선가 찬바람이 샌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능한 최대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등등. 그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레이어의 이해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맨 바깥은 바람, 비, 눈, 요새는 먼지를 막는다. 그 다음에는 보온재다. 외부의 요인을 막았으니 이제 보온재를 넣어 체온이 바깥으로 배출되는 걸 막는다. 다운, 합성 충전재 등등 소재는 다양하고 아주 가벼운 것부터 시골 아랫목에 덮여 있는 이불처럼 두꺼운 것까지.. 2020. 10. 22. FAKE / NOT, THINK / THANK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아이러니, 딜레마, 모순적 상황 같은 걸 패션으로 만든다. 예컨대 트레버 앤드류는 구찌고스트라는 이름으로 GG로고를 '무단'으로 사용했었고, 대퍼 댄은 이 분야 익스퍼트다.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이들을 데려다 협업을 했다. 진짜를 모방한 가짜를 가져다 진짜를 만든다. 조악한 모조품의 로고를 모사한 티셔츠나 스니커즈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이런 꼬임은 심지어 자기 자신을 액세서리로 사용하는 데까지 나아갔다. 자신의 얼굴을 모사한 쓸모없는 액세서리를 손에 들고 있다. 남자에게 프릴과 치마를 입히며 성의 경계를 모호하게 만드는 것 역시 이렇게 이미 알려져 있는 간극을 가지고 노는 일부다. 물론 가짜를 모사하는 일은 진짜만 할 수 있는 특권이다. 권위를 만들어 내는 방식이라 할 수 있지만.. 2020. 10. 22. 이전 1 ··· 67 68 69 70 71 72 73 ··· 30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