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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고르는 이유 어떤 옷을 고르고 입는 이유는 사람마다 각자 다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에는 날씨에 맞서 싸움, 평정심의 유지, 경험의 축적, 궁금함, 혼자 진행하는 작은 실험 등등 여러가지가 있다. 이중 궁금함과 작은 실험이 약간 문제인데 집에 자꾸 이상한 옷들이 늘어난다. 이게 내 일이라니까 라는 생각에 합리화를 하지만 그게 정말일까 하는 자신을 향한 의심이 사라지진 않는다. 일상을 구축하는 패션은 자원을 탕진하고 기한이 짧다는 점에서 미식과 비슷한 점이 있다. 하지만 미식은 먹으면 사라지기 때문에 말끔하고 좋은데 패션은 옷이라는 잔여물이 남는다는 문제가 있다. 여행지 호텔의 1회용 칫솔처럼 비록 1회용이지만 형체는 멀쩡히 남아있어서 계속 쓸 수는 있다. 게다가 이 옷이라는 게 수명이 상당히 길다. 이 전환을 잘 만들어.. 2022. 11. 9.
울 롱코트 이야기 울 롱코트는 확실히 예쁘게 생긴 옷이다. 특히 발마칸. 커다란 래글란 어깨의 싱글 코트는 생긴 게 전해주는 아늑함 같은 게 있다. 어렸을 적엔 아쿠아스큐텀 라이센스의 울 롱코트가 하나 있어서 정말 열심히 입고 다녔었다. 지금 따지고 보니 한 20년은 넘게 입었던 거 같은데 담배 구멍도 여럿 나고 안감도 해지고 하다가 버렸다. 요새 같았으면 어떻게든 꼭 쥐고 이불로라도 썼을 거 같은데 뭐든 버릴 수 밖에 없던 시절이 있었다. 아무튼 요새 이런 거 없나 하고 다시 찾고 있기는 한데 그렇다고 솔직히 살 거 같지는 않다. 위 사진은 일본의 빈티지 매장에서 판매중인 버버리 80년대 버전. 팔린 거 같다. 사실 80년대, 90년대 이런 거 잘 모르면 대충 쓰는 경우가 많은 거 같긴 하다. 은근 요 몇 년 전에 나온.. 2022. 11. 3.
RE:CODE의 래콜렉티브 25개의 방 전시 코오롱 FnC의 리사이클링 브랜드 래코드가 10주년을 맞이해 신사 하우스에서 25개의 방이라는 전시를 하길래 다녀왔다. 파타고니아도 시카고에 원웨어 매장을 열었다고 하던데 고쳐서 새로 만든 옷의 브랜드화가 꽤 많아지고 있다. 프라이탁이나 카네이테이, 오버랩 다 이런 계열로 생각해 볼 수 있겠다. 두 개의 건물을 쓴다. 말 그대로 25개의 방이 있고 각각의 방에 작품, 제품, 소개 등이 들어있다. 사람 거의 없겠지 하고 평일 오후에 갔는데 사람이 예상보다 꽤 있었고 외국인들도 은근 많았음. 뭐 이런 것들. 1번부터 차례대로 보면 된다. 워크숍도 있는데 따로 신청하면 열쇠고리를 만들 수 있다. 전시를 2시, 워크숍을 3시에 예약하고 갔는데 중간에 시간이 애매하게 떠서 1번 건물 지하에 있는 커피숍에서 아이스.. 2022. 11. 3.
유니클로 + 마르니 시즌 2가 나온다 유니클로 + 마르니가 2번째 시즌이 나온다. 유니클로 홈페이지에서 마르니 검색해보면 사이즈가 빠져가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몇 가지 있고 매장에서도 가끔 보는 데 꽤 많이 만든게 아닌가 싶긴 하다. 하긴 화이트 마운티니어링하고 콜라보 플리스도 아직 있고 39900에 판매중이다. 아무튼 마르니의 컬러풀함은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패션 브랜드의 약점에 좋은 보강이 되지 않나 싶다. 12월 9일이 예정인데 국내 홈페이지에도 판매중 예정에 나온다. 콜라보레이션 페이지는 아직 없는 거 같기도 하고. 이 패딩 재미있네 했는데 다운이고 199000원 붙어있군. 실크 스카프가 몇 종류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아무튼 이제 정말 겨울이구먼. 겨울에는 컬러풀이지. 2022. 11. 3.
카니예 웨스트와 손절각 참고로 카니예와 칸예는 맨날 헷갈려서 여기서도 혼용되어 쓰고 있다. 원래 뭐로 통일하려고 했었던가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냥 예라고 쓰면 괜찮기는 할텐데 그래서는 누군지 모르고. 아무튼 이름 건드리는 걸로 아트 해보려는 사람들 좀 곤란하다. 이름 바꿔봐야 Ye, formerly known as Kanye West 라는 식으로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결국 세상에 차지하는 쓸모없는 데이터만 늘어날 뿐이다. 확실히 21세기 형 관종이자 블록버스터 어그로 꾼이긴 한데 결국, 마침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사실 브랜드와 구매자들이 손절을 고민할 찬스는 많았는데 화이트 라이브 매터스, 이에 이은 대대적인 비판 코멘트, 그리고 논쟁을 벌이디가 래퍼 디디에서 쓴 “당신에게 나를 저격하라고 한 유대인들에게 그 누구도.. 2022. 10. 25.
버튼 플라이와 지퍼 플라이 일단 이 이야기를 하기 전에 며칠 간 패션붑 접속이 어려웠습니다. 알다시피 SK 데이터 센터의 화재와 불이 날 줄은 모르고 대비를 하지 않았다는 카카오의 합작입니다. 사이트의 안정이란 참 어려운 일입니다. 간만에 왔다가 아무 것도 없는 빈 화면 만 보거나 템포러리 어쩌구, 혹은 다른 에러 메시지를 보신 분들께 위로와 사과의 말씀을 전합니다. 지금도 완벽하게 되는 거 같진 않고 PC뷰로도 모바일로만 보이네요. 곧 정상화가 되겠죠. 기다리는 거 말고는 수가 없네요. 바지 앞 부분을 고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으로 버튼 플라이와 지퍼 플라이가 있다. 말 그대로 단추 고정과 지퍼 고정이다. 아무래도 버튼이 더 오래된 방식이고 지퍼가 나중에 나온 방식이긴 하다. 참고로 지퍼는 1893년 시카고에서 열렸던 월드 페어에서.. 2022. 10. 18.
자라, 오리진스와 스튜디오 니콜슨 최근 자라가 내놓은 걸 보면 스튜디오 니콜슨과의 콜라보, 그리고 오리진스 3번째 에디션이 있다. 일단 오리진스 이야기를 해보자면 요새 패션 브랜드들이 가장 많이 하는 이야기가 유니폼, 에센셜, 오리진 뭐 이런 말들이 아닌가 싶다. 현대인의 도시 생활을 위한 필수품. 피어 오브 갓의 에센셜스가 트레이닝 복을 잔뜩 내놓는 데 비해 자라의 오리진스는 이전 기준 비즈니스 웨어 류가 많다는 게 좀 재미있다. 서로는 서로에게 부재한 걸 동경한다. 일단 스튜디오 니콜슨과의 콜라보는 부츠, 구두가 눈에 띄었기 때문에 궁금해서 가봤다. 온라인에는 부츠만 남아있고 구두(소위 블루처 스타일)는 없었는데 강남역 매장에 가보니 둘 다 있었다. 한국 사이즈 기준으로 하면 43은 275, 44는 285라고 되어 있는데 요새는 보통.. 2022. 10. 13.
옷의 생애 주기, 칼하트 J02의 예 옷은 대체적으로 3단계의 생애를 거친다. 처음에 빳빳한 새거, 낡아가는 과정, 완전히 낡음. 보통은 낡아가는 과정에서 폐기되는 경우가 많다. 어딘가 다른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또한 이 단계는 아주 지리하기 때문에 대부분 중도 탈락을 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거나 되는 것도 아니다. 완전 낡음을 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이 있다. 우선은 거기까지 갈 수 있는 옷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불필요하게 섬세하거나 관리가 어렵거나 하는 옷들은 안된다. 아무튼 무던해야 한다. 이런 점에서 단순한 소재로 만든 예전 작업복 류는 아주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다. 비슷한 아웃도어 류라고 해도 등산이나 낚시용으로 나온 기능성 직물을 사용한 요즘 옷은 좀 어렵다. 그리고 많이 입는 옷이어야 한다. 안 입으면 죽을 때까지 가지.. 2022. 10. 8.
몇 개의 Q&A 얼마 전 받은 질문에 대한 답변을 옮겨봅니다. 아무래도 할 수 있는 이야기의 사이즈에 한계가 있고, 간단하게 답하기 어려운 질문도 있고, 또 답이 약간 추상적이긴 합니다만 뭐 그렇구나 하는 기분으로 읽어주시면 좋을 듯 합니다. 질문은 요약입니다. 1. 옷이 더 자유롭고 자유분방한 형태를 보이고 있는 과정과 변화과정, 이 변화와 사람들의 인식 변화와의 관계, 패션 산업 변화와의 관계. - 패션을 주도하게 된 밀레니얼, Z세대들이 아무래도 편안한 옷에 익숙하기 때문일 겁니다. 또한 패션이라면 격식을 차리는 행위라는 인식이 개성을 드러낸다라는 인식으로 바뀐 이유도 있을텐데 이 역시 세대의 변화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패션 산업도 물론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패션은 사회를 반영하지만 사회 역시 상상의 영역.. 2022. 10.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