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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틴 로즈 2023 Fall, 경계의 재설정 기본적인 이야기겠지만 경계를 파악하는 건 중요한 일이다. 지금 어디서 뭘 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워크웨어나 밀리터리를 스타일리시하게 소화하는 사람들은 꽤 있지만 그런 걸 기반으로 컬렉션을 만든다는 건 약간 다른 일이다. 이미지가 워낙 강한 장르고 너무 멀리 나아가 버리면 원래 이미지가 퇴색해 버려서 저럴 거면 굳이 워크웨어나 밀리터리웨어를 쓸 이유가 있나 싶어진다. 그렇다고 원래의 이미지를 너무 살리면 굳이 비싸게 저런 걸 사느니 그냥 빈티지 매장 가는 게 낫겠다 싶어진다. 패션 목적의 M65 리메이크나 디트로이트 리메이크를 보면 시큰둥해지는 건 아마도 그런 이유다. 그런 옷이 내뿜는 아우라는 대부분 원래 옷감과 만드는 방식에서 나올 뿐이다. 좀 잘라내서 다시 붙이고 하는 정도의.. 2023. 1. 17.
끝이 난 반동의 구간 미우 미우가 2022년 최고의 브랜드가 된 건 몇 가지 생각할 거리를 만든다. 이전에 Y2K 트렌드가 탐탁치 않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지만(링크) 따지고 보면 사람들의 다양성에 대한 요구, 코로나 판데믹, 스트리트 패션의 주류 진입 등이 만들어 낸 예외적인 구간이 지나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즉 예외적이라 말했던 구간은 사실은 그게 주류다. 왜 이런 일이 생겼냐 하면 과수요가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버질 아블로 등이 딱 그때 등장했다는 것도 있다. 스트리트 패션의 한정판 스니커즈와 바람막이, 티셔츠의 가격이 뛰어 오르고 주요 럭셔리 브랜드들이 이런 수요에 맞춰 밀레니얼과 Z세대가 좋아할 만한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을 때 그 원인을 가상 화폐의 가격 폭등에서 찾기도 했다. 젊은 세대들이 고위험 상품에 .. 2023. 1. 13.
발마칸은 어디일까 얼마 전 바라클라바, 우쌍, 건지, 저지 등이 어디인지 이야기를 한 김에 이번에는 발마칸이 어디인가에 대한 이야기. 일단 발마칸, 발마칸 코트라고 하면 개버딘이나 트위드로 만들고 라글란 슬리브에 버튼이 높게 올라오는 싱글 코트를 말한다. 넉넉한 사이즈로 바람도 막고 보온도 되는 그런 옷이다. 몇 년 째 국내 남성복 코트 쪽에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이지, 릴랙스 핏 유행 덕분이 아닌가 싶다. 아주 간단하게 버튼이 끝까지 덮이면 발마칸, V넥이 보이면 체스터, 단추가 두 줄이면 더블, 그보다 짧으면 피코트 뭐 이런 식으로들 분리한다. 사실 예전에는 발마칸이라고 하면 코튼 100%의 버버리 싱글 코트를 말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트렌드 덕분에 울코트의 기운이 강해졌다. 버버리 싱글 코트에는 발마칸 말고 카 .. 2023. 1. 10.
르 라부어의 울 자켓 현 옷장의 가장 큰 문제점은 봄, 가을 옷 그중에서도 초봄, 늦가을용 옷의 비중이 너무 높다는 거다. 듀러블한 옷을 좋아하고 워크웨어나 아웃도어웨어를 좋아하는데 그중 튼튼함과 투박함이 가장 집중된 옷이 아무래도 그들의 겨울옷(하지만 우리의 가을옷)이기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 어떻게 보면 필연적인 결과이기는 한데 그렇다고 이게 평범한 일상 생활을 영위해 나갈 때 무엇이 필요한가라는 문제를 해결해 주는 건 아니다. 그리고 하나 더, 2023년에는 옷 처럼 생긴 건 하나도 들이지 않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는데 그러면서 작년을 정리하는 김에 큰 맘 먹고 구입을 하게 된 여러가지 옷 중 하나가 되었다. 말하자면 핑계들이 집약되어 있다. 필슨의 울 자켓은 잘 입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면 프렌치 워크 재킷 계열은 .. 2023. 1. 9.
포인터 브랜드의 초어 재킷들 칼하트와 디키즈의 시대가 와버렸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미국식 워크 재킷이라면 포인터 브랜드다. 단순하다. 군더더기가 없음. 유일한 단점이라면 카라가 몸집에 비해 살짝 크다는 것. 아주 약간만 작다면 더 좋아했을텐데 이렇게 뭔가 어긋나 있어도 어쩌지 못한다는 게 또한 공산품 소비의 매력이기도 하다. 주어진 것들을 좋아해야 한다. 그리고 포인터 브랜드는 무엇보다 포인터 강아지 그림이 그려져 있으니까... 좀 찾아볼 게 있어서 뒤적거리다 보니까 새삼 참 다양한 소재, 컬러가 나왔었다. 이렇게 뒤적거리면서도 내가 자주 입는 베이지 컬러의 데님 버전은 보이지도 않았다. 아마도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 또 잔뜩 있겠지. 오래된 브랜드의 매력은 다들 알고 백년 씩 나왔던 옷도 있지만 또 조금씩 조금씩 뭔가 덧붙인.. 2023. 1. 2.
marni + 칼하트 WIP 콜라보 마르니와 칼하트 WIP의 콜라보가 나온다. 2022년 12월부터 2023년 1월 사이에 여러 부티크에서 판매라니 참 모호한 이야기다. 국내 일정도 나온 게 없긴 한데 들어올 지도 모르지. 아무튼 마르니 요새 콜라보 전선을 확대하는 건가. 덕 초어 재킷과 엔지니어 코트. 판탈롱이라 할 만한 부츠 컷, 와이드 팬츠 이런 것들이 나온다. 모두 덕 코튼 인 거 같은데 꽃 무늬와 여러 색 섞인 크레이지 패턴 두 가지가 기본이다. 꽃 무늬는 좀 좋아하지만 크레이지 패턴은 좀 별로다. 엔지니어드 가먼츠 + 유니클로가 그래서 별로였음... 꽃 무늬는 참으로 현란하네. 덕 액티브도 있다. 칼하트의 덕은 현란한 색을 입혀도 톤 다운이 숙명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워크재킷이니까. 산타 페에 이렇게나 많은 색이 있는데 모두 다.. 2023. 1. 2.
모두들 즐거운 2023년 되시길 아직 조금 남았지만 2022년이 거의 끝나갑니다. 언제나 그렇듯 별의 별 일이 다 있었던 거 같지만 또한 별 거 없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린 한 해였던 거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경험이 지나가고 원래의 상태로 되돌아가도 이전과 달라지죠. 무언가를 거쳤고 무언가가 바뀌었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판데믹의 시대가 지나가고 다시 정상의 시대로 거의 돌아온 듯하지만 그렇다고 2020년의 세상과는 그 깊은 어딘가부터 이미 달라져 있겠죠. 그러고보니 얼마 전에 이곳 패션붑 방문자가 400만을 넘겼군요. 감사합니다. 여기 오시는 모든 분들 내년에도 더 즐거운 나날들을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또한 더 즐거운 패션의 해가 되시길. 해피 2023~ 2022. 12. 31.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다 비비안 웨스트우드가 세상을 떠났다. 1941.04.18~2022.12.29. 비비안 웨스트우드에 대한 기억은 복잡하다. 펑크, 펑크에 대한 배반 혹은 다른 길, 배거본드, 환경 운동. 웨스트우드라는 성은 1960년대 초반 초등학교 선생을 하며 직접 만든 쥬얼리를 포르토벨로에서 팔던 시절 만나 결혼한 데릭 웨스트우드에게서 가져온 거다. 이혼했지만 계속 사용했다. 이 정도 고급 옷은 거의 가지고 있는 게 없는데 그나마 가지고 있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아무튼 복잡한 세상의 변화 속에서 자신의 할 일을 잘 찾아내며 길을 걸어오신 거 같다. 이제 남은 한때 굉장했던 디자이너들이 거의 없다. 현역은 아니었지만 올해 니노 세루티와 뮈글러가 세상을 떠났다. 아무튼 새삼 생각해 봐도 대단한 생애를 사신 분이다. 고인의 .. 2022. 12. 30.
드리프터의 랩톱 캐리어 이야기 오래간 만에 제품 리뷰. 며칠 전에 2022년 정리(링크) 이야기를 올리면서 이 제품 이야기를 잠깐 한 적이 있다. 2022년의 가을과 겨울은 뭔가 많이 팔아버리고 또 뭔가 많이 사들였다. 일단 위기를 넘겨본다고 가지고 있는 아이템을 모두 탕진하면서 버티고 있는 기분이 들기는 하는데 아무튼 지금 이렇게 잡담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으니 된 거 같기도 하고, 이래가지고는 이미 글러버린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노트북만 가볍게 들고 다니고 싶다, 백팩을 매도 노트북을 브리프케이스 형태로 손에 쥐고 싶다 등 여러가지를 고려해 보다가 얇은 노트북 브리프케이스를 찾기 시작했는데 포터는 너무 비싸고 인케이스는 너무 재미없고 등등을 생각하다가 드리프터를 보게 되었다. 그냥 이렇게 생긴 거임. 아우터가 그린.. 2022. 12.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