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22 오랫동안 입은 옷 이야기 얼마 전 한국일보 칼럼에 "옷을 오랫동안 입는 즐거움"에 대한 이야기를 썼다.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으니 못 보신 분들은 다들 읽어주시길 바라며 :-) 기사보다 약간 더 텀이 긴 이야기를 다룰 수 있는 게 칼럼이라지만 사실 옷을 오랫동안 입는 즐거움이라는 건 평생 따라다닐 수도 있는 이야기다. 패션이 주는 즐거움이 있고 옷이 주는 즐거움이 있다. 이 둘은 다르다. 물론 패션에도 "잘 만듦" 혹은 트렌디해서 산 건데 입다 보니 정이 들었음 같은 게 있다. 옷도 마찬가지로 무리 없이 오래 입을 수 있을 거 같거나 또는 매번 쓰던 거라 샀는데 알고보니 트렌드 세터가 되어 있다든가... 하는 일이 드물지만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야구 모자와 스냅백의 관계를 들 수 있다. 남들이 뭐라 하든 야구 모자를 선.. 2017. 6. 13. 페이드 오브 더 데이 레플리카 데님을 다루는 헤델스 같은 사이트에 보면 페이드 오브 더 데이(링크)라고 해서 말하자면 독자 투고 페이드 데님 사진란이 있다. 최근 포스팅은 아틀란타에 사는 벤 씨가 오토바이 등을 타면서 1년 반을 입었다는 라이 51의 사일로 모델이다. 예전에는 일본 사이트들이 많았는데 새로 업데이트 되는 곳은 별로 없다. 일본 쪽 페이딩은 미국 쪽 페이딩과 경향이 다르다는 게 재미있는데... 그런데 요새 헤델스에 올라오는 것도 잘 보면 싱가폴, 타이, 인도네시아 등에서 온 사진이 많다. 특히 인도네시아에는 세이지나 올드 블루, 아카이메 등 자체 브랜드도 많다. 게다가 헤비 온스가 유행하고 있는 듯 하다. 습함과 더위는 청바지를 입기에 가장 안 좋은 날씨지만 또한 최고의 페이딩을 만들 수 있는 조건이기도 하다... 2017. 6. 12. 화이트 티셔츠의 계절 화이트 셔츠와 화이트 티셔츠의 계절이다. 뭐니뭐니 해도 이 계절, 이 시즌이 아니면 못 입는 다는 게 화이트 계열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물론 찬 바람이 불고 눈이 내릴 때 입는다고 누가 뭐라할 사람은 없지만 그래도 특유의 아우라가 넘쳐나는 건 역시 요즘 같은 햇빛을 받을 때다. 하지만 사실 관리도 힘들고, 앞에 프린트 없으면 심심하기도 하고, 다 똑같이 생긴 거 같은데 가격 차이가 엄청 심해서(5천원부터 리테일 가 200, 300불까지 천차만별이다) 선택이 매우 어려운 종목이다. 또한 청바지, 티셔츠 같은 옷을 개인적으로 라면 비슷한 계열이라고 말하고는 하는데 모두들 너무나 많은 개인 체험을 가지고 있고 그러므로 알게 모르게 각자의 취향이 상당히 구체적으로 형성되어 있다. 디테일한 취향이 경험의 축적에.. 2017. 6. 11. 고샤 루부친스키의 패션쇼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있었다 러시아 이름들이 나오니까 제목이 길어지는구나. 여튼 요즘 한창인 고샤 루부친스키의 패션쇼가 러시아의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있었다. 아디다스와의 파트너십은 여전했고 게다가 버버리와의 콜라보도 있었다. 버버리와의 콜라보 안에서 전통의 버버리 체크와 해링턴 재킷, 트렌치 코트들이 물론 등장했다. 관심을 반영하듯 버버리의 크리스토퍼 베일리가 직접 구경을 왔다고 한다. 위 사진은 데이즈드 디지털(링크)에 실린 사진이다. 나머지 옷 사진도 거기서 볼 수 있다. 고샤의 옷은 예전에 프레디 페리의 패션쇼를 처음 봤을 때가 생각난다. 실시간은 아니었고 프레디 페리라는 브랜드가 굉장하다더라 소문만 듣고 찾아본 80~90년대 어디 즈음의 쇼였는데 여튼 훌리건 같은 애들이 건들거리며 츄리닝에 트랙 재킷 같은 걸 입고 돌아다니.. 2017. 6. 10. 루이 비통 전시를 보고왔다 DDP에서 하고 있는 루이 비통의 전시 "Volez Voguez Voyagez"(비행하라, 항해하라, 여행하라)를 보고 왔다. 예약 오픈이 되자마자 마감 끝난 주에 다녀와야지 + 아직 멀었네~ 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날이 다가왔다. 역시 예약 시스템이 좋은 게 귀찮다고 미룰 수가 없어... 전시를 보고 느낀 점은, 저번 에르메스도 그랬는데, 이런 거 요새 다들 참 잘한다... 예약 등과 관련된 사항은 이 글(링크)을 참고하면 된다. 비행기 날고 있는 포스터 보고 여행하고 관련이 있나 보구나 생각한 거 말고는 아무 것도 모르고 갔기 때문에(게을러서) 전시의 간략한 내용을 설명하자면 여행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자동차 여행, 비행기 여행, 기차 여행, 요트 여행 등등 관련된 제품들의 과거가 중심이고 거기서 영감.. 2017. 6. 9. 6월은 프라이드 컬렉션의 시즌 매년 6월 말이 되면 대규모 게이 퍼레이드, LGBT 퍼레이드가 열린다. 살짝 설명하자면 스톤월 항쟁에서 시작되었는데 한국 위키피디아에도 이 사건에 대한 대략적 설명이 있으니 한 번 읽어보시길(링크). 이제는 꽤 많은 나라에서 이를 따라 비슷한 시기 퍼레이드를 한다. 자신의 존재가 이 사회 안에 있다고 알리는 게 목적이기 때문에 존재를 보다 명백하게 각인을 시키기 위해 화려한 퍼레이드를 하는 거다. 당사자들 뿐만 아니라 이에 대한 지지와 연대를 표명하는 이들까지 사람들이 잔뜩 모이는 흥겨운 축제니까 장사도 하고 등등 해서 많은 브랜드에서 이 즈음 프라이드 컬렉션을 내놓는다. 3, 4월 쯤 발표하고 5, 6월 쯤 출시하는 패턴이 굳어지고 있는데 당연하게도 매년 규모가 커지고 있다. 왼쪽은 나이키, 오른쪽은.. 2017. 6. 8. 라프 시몬스가 2017 CFDA 어워드를 휩쓸었다 CFDA(the Council of Fashion Designer of America) 어워드 시상식에서 라프 시몬스가 캘빈 클라인의 디자이너로 올해의 남성복 디자이너, 올해의 여성복 디자이너 둘 다 받아버렸다. 참고로 이전에 한 해에 둘 다 받은 디자이너는 1993년에 캘빈 클라인 본인이었다. 연도가 다르지만 텀을 두고 양쪽 모두 받은 디자이너는 몇 명 더 있다(돈나 카렌, 랄프 로렌, 마크 제이콥스, 톰 포드, 마이클 코어스 등등). 그리고 라프 시몬스는 2014년에 Dior 디자이너로 인터내셔널 디자이너 상을 받은 적 있다. 인터내셔널 디자이너는 베트멍의 뎀나 즈바살리아가 받았다. 여튼 후보 및 수상자 등 정보는 공식 홈페이지(링크) 참고. 둘 중에 하나는 받겠지 했는데 둘 다 받을 줄은 몰랐다. .. 2017. 6. 6. 2018 크루즈 패션쇼들 2018 크루즈 패션쇼 시즌이 끝이 났다. 브랜드 홈페이지는 2017 Pre-Fall이 깔리는 시기... 원래 이맘 때 매장은 재고 할인으로 채워져 있는 시기인데(지금 가보면 많이들 하고 있다, 이미 끝날 무렵이긴 하지만) 크루즈와 Pre-Fall이 등장해 그 빈틈을 채운다. 아래 베트멍 이야기에서(링크) 정기 컬렉션 이야기를 했지만 그에 대비해 크루즈나 프리 폴 컬렉션은 개최하는 장소도 알아서 정하고 방식도 보다 자유롭기 때문에 브랜드들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가 조금 더 잘 드러나는 게 역시 흥미로운 점이다. 여튼 크루즈 혹은 리조트 컬렉션 시즌이 끝났으므로 올해 한 브랜드들 중 세 개 만 모아본다. 딱히 가장 중요한 셋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지금 생각나는 것들. SS, FW, 크루즈, 프리 폴 이렇게.. 2017. 6. 4. 베트멍이 더 이상 패션쇼는 하지 않는다고 한다 베트멍이 더 이상 캣워크 패션쇼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링크). 뎀나 즈바살리아는 더 이상 전통적인 시스템 아래에서 옷을 선보이지 않겠다고 말하면서 비싸고 돈 많이 드는 정기적 패션쇼가 "지루하다"고 한다. 게다가 파리는 창조적인 작업을 하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덧붙였다(취리히로 옮겼다). 이런 결정이 어떻게 나왔을까 생각해 보면 이제 뎀나 즈바살리아에게는 발렌시아가도 있으니까 언론에 노출되어야 하는 부담감이 예전에 비해 줄어들었을 거고, 두 브랜드를 운영하는 일 사이에 발란스를 이런 식으로 맞춰가는 걸 수도 있다. 하여간 베트멍은 자리를 잡았고 캣워크 쇼보다 차라리 SNS에서의 바이럴한 홍보가 훨씬 더 강력하니 아쉬운 건 Mode a Paris 쪽일 수도 있겠지. 여튼 새로운 시스템을 개척한다.. 2017. 6. 4. 스튜디오 다티산의 새로운 청바지 D1750 아주 가끔식 찾아오는 신제품 청바지 이야기... 이 전에 쓴 건 웨어하우스의 DD 시리즈 이야기였다(링크). 사실 37, 44, 47, 66 같은 클래식한 레플리카 데님은 이미 자리를 잡았고 조금씩 변하긴 하지만 계속 나오고 있기 때문에 뭐 알아서 취향대로 선택하면 된다. 그렇지만 이미 하나씩 가지고 있는 사람도 많고 그런 사람들 중 많은 이들이 한 두개 붙잡고 페이딩에 몇 년 씩 시간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기존 고객 대상으로는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봐도 될 거 같다. 그러므로 기존 레플리카 매니아들에게 과소비를 조장하고(보관만 해도 즐겁지 아니한가, 매년 달라지는 디테일을 직접 보는 게 즐겁지 아니한가, 이건 페이딩이 달라! 등등) 더불어 그런 걸 몰랐던 사람들을 혹하게 할 만한 새로운 아이디.. 2017. 6. 3. 로고와 샘플링의 패션 대퍼 댄, 그리고 구찌의 크루즈 이전에 이야기한 힙합 패션에 관한 영화 프레시 드레스드(링크)를 보면 대퍼 댄(Dapper Dan)이라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잠깐 나온다. 저거 아니더라도 힙합 패션에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아마도 들어봤을 만한 이름으로 여러모로 화제가 되었던 뭐 전설이 아닌 레전드... 같은 사람이다. 여튼 할렘을 중심으로 힙합 스타들이 마구 배출되기 시작했고, 돈이 왕창 생기는 이들이 있고, 그러면서 고급 제품에 대한 수요도 폭증한다. 하여간 화려하고 요란하고 거기에 실크, 퍼, 가죽, 금목걸이 뭐 이런 식이었는데 프레시 드레스드를 보면 알겠지만 그때도 구찌 같은 유럽산 고급 브랜드가 인기가 많았다. 대퍼 댄은 할렘 출생으로 1983년에 샵을 오픈했다. 비스포크 가먼트 샵이었는데 저런 취향에 부합할 만한 화.. 2017. 6. 1. 풍기 인견의 유래에 대한 이야기 간만에 전설 따라 삼천리 같은 이야기를 한 번... 경북의 풍기는 인삼과 인견이 유명하다. 그리고 풍기에 가보면 의외로 북한식 냉면집이 몇 개 있다. 여기서 의문이 시작되었다... 사실 서울 말고는 북한식 냉면집을 거의 만날 수가 없는데 왜 풍기에? 우선 인견은 레이온을 말하는 건데 면, 나무, 종이 조각 같은 걸 화학적으로 녹여 실로 뽑아 낸 섬유를 말한다. 그러니까 반합성이고 일종의 재생 섬유다. 여튼 뭐 기술의 문제인지 감각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컬러빨이 좀 안 받는 거 같긴 한데 요즘처럼 더워지기 시작하면 딱 좋은 시원한 섬유다. 딱히 사진 올릴 것도 없고 풍기역 사진이나... 그렇다면 왜 풍기의 인견인가... 하면 여기서 부터 긴 이야기. 조선시대 중기 이후 민간에 등장한 정감록이라는 게 유행을.. 2017. 5. 31. 이전 1 ··· 103 104 105 106 107 108 109 ··· 22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