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옷의 즐거움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청바지 두 번째 이야기

by macrostar 2017. 7. 7.
반응형

요즘 들어 패션에 대해 조금 진지하게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가 생겼더니(링크) 여기에는 자꾸 청바지 이야기 등등 소소한 이야기들, 그리고 짧은 지면에 못한 이야기의 보충이 주류가 되고 있다. 후자는 사실 필요 없는 건데 당연하지만 칼럼은 완성본이고 그러므로 합쳐서 이야기가 완성된다기 보다는 익스텐디드의 측면을 이야기하고 있다. 아무튼 모든 건 균형이 중요하니까... 다른 곳에 이 이야기를 하면 저 이야기를 하는 곳도 필요한 법이 아닐까. 이곳을 찾아와 주시는 분이라면 양쪽 다 재미있게 봐주시길 기대하면서...



예전에 소메의 라이터스 팬츠 이야기를 하면서 글 쓰는 사람들을 위한 청바지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말이 글 쓰는 사람들이지 책상에 앉을 일이 많은 뭐 그런 식으로 이해하면 된다. 당시에는 그래도 세상의 흐름에 뒤쳐지지 않는 느낌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슬림 핏이 좀 낫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에 결론적으로 에비수 2000에 대해 이야기를 했었다. 너무나 마이 웨이로 흐르면 세상과 고립되었다는 자의식이 생겨나고 그러면 하고 있는 작업 역시 고립의 흔적이 남기 마련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그게 무슨 상관일까 싶기도 하다...



최근 청바지의 흐름에서 재미있다고 생각되는 건 얼마 전 여기에도 쓴 J.W 앤더슨(링크).



발렌시아가 2018 FW 남성복(아래 사진은 보그 패션쇼 - 링크)





라프 시몬스가 들어간 후 올해 2월에 나왔던 캘빈 클라인의 첫 번째 광고 캠페인



이 정도가 있다. J.W 앤더슨 이야기는 좀 열심히 했으니 됐고 발렌시아가의 평범한 모던 리바이스 501 풍은 스텔스 모드로 돌아다니기에는 아주 좋지만 여기서 이야기하는 글 쓰는 사람을 위한 청바지에는 아주 잘 맞진 않는다. 물론 저 엉덩이의 쉐이프 같은 건 편안해 보이는 게 아주 괜찮아 보인다. 뭐 굳이 발렌시아가 까진 필요 없을테니 1사이즈 정도 오버의 리바이스 501 리지드를 하나 구입해 세탁기에 몇 번 돌린 다음 입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다. 501은 매우 훌륭하다! 하지만 난 없지!



캘빈 클라인이 재미있는데 넓은 엉덩이, 높은 허리 라인, 넉넉한 다리 통까지 굉장히 훌륭하다. 다만 너무 길게 입고 있는 게 마음에 걸리는 데 저렇게 입고 다니면 순간의 즐거움은 있을 지 몰라도 신발에 긁히고, 입고 벗으면서 밟히고 하다가 밑단이 해진다. 밑단이 떨어져 나가기 시작하는 걸 그냥 방치하면 옷이 멀쩡해도 수명이 빨리 끝난다. 그러므로 여기의 목적에 적합하려면 조금은 올려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앉아서 입는 시간이 많은 바지는 존재감마저 느껴지지 않을 만큼 피부와 간격이 있는 게 좋다. 즉 넓고 편안한게 최고다! 거기에 오래 입을 수 있고 + 경년 변화를 느낄 수 있고 등등이라면 에비수의 경우 역시 2000보다는 2001이다. 




이 세상 모든 걸 거스르는 듯한 강력한 생김새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에비수의 2001은 에비수 청바지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데 이 회사 원래 이름이 EVIS였고 거기서 나온 대표 제품 이름이 2501이었다. EVIS는 LEVIS에서 L을 뺀 거고 2501은 501에 2를 붙인 거다. 즉 빈티지 매장에서 구한 501을 재현하고자 했던 에비수의 목표가 반영된 핵심적인 모델이다. 그러다가 리바이스 재팬의 항의 등등으로 이름이 EVISU로 바뀌었고 2501은 2001로 바뀌었다. 



저 넓은 엉덩이, 넓은 허벅지, 그리고 테이퍼드된 핏이 에비수하면 생각나는 대표적인 모습이긴 하지만 너무 벙벙한 게 호불호가 갈렸기 때문에 좀 더 슬림한 버전으로 2500 = 2000이 나온 거다. 물론 2000도 PBJ나 풀카운트 1108의 모던 한 생김새에 비하면 옛날 바지 느낌이 많이 나지만 2001에 비할 바는 아니다.



여튼 지금 와서 저걸 구입한다면 저 뒤의 페인팅이 아무래도 신경 쓰이는 데 노 페인트 버전도 판매하고 있으니 그걸 구입하면 된다. 그래도 에비수니까 저게 있는 게 좋다고 한다면 주황색 버전이 좀 예쁜 거 같다. 까만색 버전은 처음엔 잘 안보이다가 바지의 색이 빠지기 시작하면 눈에 잘 띄게 된다는 점에서 재미있다. 물론 에비수 자체가 양키, 건달 이미지가 너무 강한 브랜드이기 때문에 요즘 분위기라면 넣지 않는 게 아무래도 더 낫다.




검색으로 찾은 착용 예시와 페이딩 예시.



넘버 1은 이런 용도로 쓰기엔 너무 비싸니까(정가 32,400엔) 넘버 2(정가 23,760엔)를 추천한다. 사무라이 진의 S3000 쪽도 비슷하게 생긴 게 괜찮다. 슈가 케인의 1947 같은 것도 배타적 넓음의 분위기는 덜하지만 가격이 훨씬 싸니까 좋다. 여튼 리바이스를 제외하면 오래 입기엔 에비수가 최고가 아닐까 생각한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