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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청바지 퍼스트 워시(=소킹)에 대해서

by macrostar 2017.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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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지금은 여름이 왔고 덥고 습하기 때문에 청바지는 사절인 경우가 많고 그나마 입어도 밝은 색, 폴리 섞인 스판, 리넨 같은 넓고 편안한 바지를 고르는 시즌이다. 게다가 청바지 트렌드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이제는 언워시드 로 데님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는 하다. 요새는 유니클로 셀비지 청바지마저 혼방이라 면 100%는 구하기가 더 어려워졌다. 


그렇지만 옷장 안에 적어도 하나는 자신과 함께 낡아가는 옷이 있는 게 좋지 않나 생각하는데 5년, 10년 계획으로 그런 걸 해보려거든 역시 로 데님(리바이스에서는 리지드 데님 등등의 용어를 사용한다)이 적당하다. 처음부터 함께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면 100%가 좋은 이유는 흔적이 분명하게 남기 때문이고, 가장 예쁘게 색이 빠지고, 계속 고쳐 입기도 용이하다.


여하튼 로 데님을 구입하면 첫 세탁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한데 그 이야기를 한 번도 안 했길래 써본다. 우선 로 데님은 딱 보면 아는데 이렇게 생긴 걸 말한다.




풀 먹인 듯 반짝반짝 반질반질한 상태의 청바지다. 가까이는 유니클로 매장의 셀비지 청바지 섹션에 가면 볼 수 있다. 이 바지는 13온스 대로 좀 얇은 편이라 여름에도 입을 수 있는데 한 겨울에는 이 바지만 가지고는 좀 무리다. 하지만 우리에겐 히트텍이 있지...




1. 우선 주의할 게 있는데 로 데님이라고 다 같은 게 아니라 두 가지가 있다. Unsanforized(리바이스에서는 Shrink to Fit, STF), Sanforized(리바이스에서는 Pre-Shrunk). 이 이야기는 예전에도 몇 번 한 적이 있는데 줄어들지 않게 후가공이 되어 있냐 아니냐의 차이다. 언샌포라이즈드는 후처리가 되어 있지 않아 상당히 심하게 줄어들고(10% 쯤 줄어 든다고 생각하면 된다) 샌포라이즈드는 살짝(2~3%) 줄어든다.


아주 예전에는 기술적인 문제 등으로 언샌포라이즈드 - 샌포라이즈드가 있었고 샌포라이즈드가 당연히 발전된 테크닉이다. 하지만 개인화 시대를 맞이해 언샌포라이즈드가 각광을 받기 시작했는데 데님의 보다 원초적 상태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가능한 원시적인 상태에서 함께 시작하고 수축마저 본인이 직접 콘트롤 하기! 정도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사이즈 변동이 너무 심하기 때문에 역시 옷 선택에 문제가 좀 있다. 적혀 있는 치수도 원래 상태가 적힌 놈들이 있고 줄어들 걸 예상해 그 치수가 적혀있는 놈들도 있다. 예컨대 30사이즈를 입는다면 전자면 32, 33쯤을 구입해야 하고 후자는 30사이즈를 구입해야 한다. 하지만 같은 제품끼리도 1cm 이상 차이가 나는 게 보통이다. 사실 그냥 고른 청바지가 언샌포라이즈드일 가능성은 거의 없는데 로 데님이라면 혹시 또 모르니까 확인은 해보는 게 좋다.


말하자면 청바지란 기본이 대충 입는 옷이라는 소리고 그게 청바지의 본질이다. 옷 사이즈 같은 걸 한치 앞을 예상할 수 없다는 건 매우 골치 아픈 일인데 데님이라는 게 옷에는 적당한 소재가 아니라는 증거이기도 하다. 데님으로 만든 옷의 사이즈란 자고로 엉망진창이고 믿을 게 아무 것도 없다. 그렇지만 옷을 만들 면 안되는 걸 가지고 옷을 만드니 나오는 골치 아픔과 예외성이 데님의 매력(...)이라고 이해하는 게 차라리 쉽다. 이 골치 아픈 문제 때문에 일본 레플리카 업체들은 요새 대부분 원 워시 버전을 판매한다. 즉 언샌포라이즈드로 만들어 놓고 한 번 세탁해 줄어든 걸 파는 거다. 일종의 타협안이다.



어쨌든 이런 부분을 고려해 사이즈를 선택하면 된다. 




2. 그럼 일단 로 데님을 구입했다. 그렇다면 지금 말하는 첫 세탁, 소킹은 왜 하는 거냐 하면 맨 위 사진에 "풀 먹인 듯" 반짝거린다고 했는데 실제로 뭐 이것 저것 넣어서 빳빳하게 만들어 놓은 상태다. 그걸 빼내는 과정이다. 즉 청바지의 포장을 푸는 과정이라 할 수 있는데 그게 생각보다 복잡하다.



물론 로 데님 상태로 구입해 그 상태로 줄창 입고 다녀도 된다. 





그러면 이런 식으로 낡는다. 네이키드 앤 페이머스 같은 데서 일단 줄창 입고 다녀라! 냄새나고 꼴보기 싫어서 주변에 사람이 다 사라질 때까지! 같은 주장을 하는데... 소킹(첫 번째 세탁을 이르는 말이다. 물론 소킹은 이후에도 계속 할 수 있다)을 하지 않았을 때 장점도 있다. 청바지 위에 여러 선이 나 있는 게 좋아 보인다고 생각한다면 첫 번째 세탁 전에 한 동안 입고 다니는 게 좋다. 고정 시키는 뭔가가 덮여 있고 그게 뭉개지면서 자국이 선명하게 남는다. 반짝반짝이 닳으면 맨들맨들해 지면서 모양이 남게 되는데 페이드 모양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저런 식으로 만드는 걸 선호하는 거 같다. 


맨들맨들과 반짝반짝 그리고 닳은 부분의 갭이 너무 커서 부자연스럽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일단은 저런 게 빈티지 데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보통 선호하는 분위기임은 분명하다.




3. 저렇게 하지 않는 대신에 퍼스트 워시를 잘 하고 나면 우리가 흔히 보는 평범한 청바지의 그 파란색이 된다.




예전 유니클로 100% 면 셔틀 데님을 세 개나 구입한 분이(할인가 1천엔이면 나도 세 개 쯤 사겠다... 난 2만 9천 9백원에 하나 샀었다) 하나만 퍼스트 워싱을 한 모습이다. 딱 봐도 색이 다른데 맨 왼쪽이 소킹을 마친 모습, 오른쪽 둘은 아직 반짝 거리는 로 데님 상태다. 위에서 말했듯 청바지를 싸고 있던 왁스와 코팅 등 포장을 벗기는 거고 그 이후는 보통의 청바지 처럼 자연스럽게 닳아가는 운명을 함께 하게 된다.




그렇지만 사실 첫 번째 워싱을 하던 말든 한 줄창 입으면서 십 년 쯤 버티고 나면 같은 모습이 된다.




처음에 없애지 않아도 언젠간 보호막은 사라지고 그 이후 인디고가 다 날아가면서 이런 모습이 된다. 아주 옛날에 언샌포라이즈드 밖에 없던 시절의 미국에서는 처음 옷을 구입하면 그걸 입고 냇가에 들어가 몸에 맞춰가며 줄이고 풀도 빼내고... 아이들은 그걸 보면서 청바지는 저렇게 입는 거군!을 습득하고... 했다는 전설 같은 이야기가 있다. 


확실히 청바지 관련 포럼 등에서 이것 저것 읽다 보면 미국 쪽 사람들은 "원래 줄어드는 옷, 그리고 입으면 늘어나는 옷 청바지"라는 괴상한 사이즈의 물건에 대한 감이 옷 사이즈는 고정되어 있다는(그렇지 않다면 맞춤 옷의 존재 이유가 뭐냐!) 관념을 지닌 일본, 한국인 등은 물론이고 유럽인과도 다른 뭔가가 있는 경우를 많이 본다. 이런 "대충"을 관통하는 느낌이 미국 중남부 중소 도시, 농촌 시골의 특징 중 하나가 아닐까 종종 생각해 보는데 사실 요새 세대들은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지만...


여하튼 결론의 모습은 같지만 과정의 모습이 다를 뿐이다. 다만 퍼스트 워싱을 안 하는 사람은 = 페이딩을 좋아하는 경향이 크다 = 잘 안 빨 가능성이 높다 = 청바지가 약해진다(세탁은 옷은 강하게 만든다) = 저기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낮다 정도는 생각해 볼 수 있다. 어느 시점에서 태세 전환을 하느냐도 중요한 문제이긴 하다.




4. 여기까지 언샌포라이즈 / 샌포라이즈 뭘 고르냐, 첫 번째 세탁을 할 건가 / 말 건가 이렇게 몇 가지 갈림길이 있었다. 위 단계 중 마음에 드는 걸 취사 선택하면 된다. 





그리고 드디어 퍼스트 워시를 하는 방법... 다 비슷하지만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른 "자기" 만의 방법들이 있는데 라면을 끓이는 자기 만의 방법과 비슷한 정도의 차이다. 지금 하는 일이 무엇인가를 이해하고, 그 원리가 무엇인가를 이해한 다음 뭐가 어떻게 되어도 청바지일 뿐이다!라고 생각하면 간단하다. 


아래에서 정리하는 건 사무라이 진 사이트에 나와있는 방법이다(링크). 다른 사이트들에도 비슷한 팁이 들어있다. 간단히 요약하자면 따뜻한 물에 20분~1시간 정도 담궈 놨다가 세탁기에 돌리고 응달에서 말린다가 되겠다.



1) 따뜻한 물에 넣는다 : 언샌포라이즈드는 뜨거운 물에, 샌포라이즈드는 차가운 물에 넣어야 된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뭐든 그냥 미지근 한 물에 넣으면 상관없다. 또한 소금을 넣어야 된다는 사람도 있고, 식초를 넣어야 된다는 사람도 있다. 물이 42도가 넘으면 안된다는 사람도 있고 뭐 등등등 설은 많다. 


그냥 미지근한 물이면 되고 뭘 넣든 말든 그건 알아서 하면 된다. 다만 소금이나 식초를 넣으면 인디고 컬러가 잘 살아남는다는 의견과 증거는 꽤 많다. 하지만 세탁 한 번 하고 안 할 것도 아니고 계속 꾸준히 해야 할 일인데 한 번 넣나 안 넣나 그게 그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있다. 실제로는 그냥 물만 쓰는 경우가 제일 많다고 하는데 따지고 보면 100개의 청바지 구입자 중 소킹 같은 걸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싶고 그 중에 소금이나 식초를 넣는 사람은 또 몇 명이나 될까 싶다.


뒤집지 않고 그대로 넣고 주의할 점은 청바지를 넣으면 물 위로 뜰 수가 있는데 물 속에 전체가 잠겨 있도록 뭔가 무거운 걸로 고정시키면 좋다는 정도. 쫙 펴서 넣으면 좋기 때문에 욕조를 이용하고 그게 안된다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큰 사이즈의 대야 등을 이용한다.


시간은 20분, 1시간, 2시간, 밤 새 등등 여러가지 설이 있는데 1시간 정도면 충분한 거 같다. 딱히 비비거나 할 필요는 없다. 이렇게 넣어두면 뭔가 이상한 게 물에 둥둥 뜬다. 그러면 OK!



2) 이걸 빼 낸 다음 뒤집어서 세탁기에 넣고 돌린다. 무형광 표백제 같은 세재를 쓰거나 세탁 비누를 갈아서 쓰거나 하면 좋다고 하는데 처음이니까 그냥 물만 가지고 세탁해도 큰 상관은 없다. 그냥 쓰던 세제를 써도 괜찮다. 그렇게 대충 대하고 그에 따른 예외적 결과를 오히려 미국스러움!이라면서 좋아하는 매니아들도 있다. 손 세탁을 한다면 탈수한다고 빙빙 돌려 짜거나 하지 않는다. 소킹까지 하면서 그런 짓을 하면 곤란하다. 행굴 때는 계속 새 물을 넣고 버리면서 불순물을 빼내며 깨끗하게 만들어야 한다.



3) 세탁은 뭐 세탁기의 표준 공정을 따르게 될 테니 헹굼, 탈수 과정을 따라가면 된다. 손 세탁을 했을 지라도 헹굼부터는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는 데 그것도 뭐 알아서 할 일. 여기까지 한 다음 셀비지 라인을 잘 펴주고 바람 잘 통하는 응달에서 걸어 놓고 말린다. 빨래줄에 걸어 놓으면 줄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여기(링크)의 사진을 참고해 걸어 놓으면 된다. 그 전에 셀비지 라인이 확실하게 펴질 수 있도록 다림질을 하는 사람도 있다.





반듯반듯 넙적하게 잘 펴줘야 바깥 라인이 고르게 나온다.



4) 3의 과정 대신에 빨래방에 있는 대형 고온 건조기로 한 번 돌려주는 것도 괜찮다. 드님의 하야시 요시유키를 비롯해 청바지는 미국의 옷 = 대형 고온 건조기를 엄청 많이 쓰는 나라 = 청바지도 그렇게 돌려줘야 본토스러운 청바지가 나온다 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게 아니라도 셀비지 특유의 삼선, 밑단의 로핑 이펙트 등등은 고온 건조기로 돌려주면 모양이 확실하게 잡힌다.



2)~4)까지는 보통 청바지 세탁 과정에서도 반복되는 내용이다. 복잡하게 썼지만 별 내용은 없고 간단하다! 결국 이런 일은 크게 무리가 없는 선에서 자신이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 놓는 게 중요하다. 아무리 좋은 거여도 할 수 없다면 소용이 없고, 청바지 수명을 단축시키는 행위를 꾸준하게 하는 것도 소용 없는 짓이다. 이런 부분에 자신 만의 절차를 만드는 일이란 얼마나 재미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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