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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즐기는 방법 가능하다면 옷을 즐겼으면 좋겠다. 나 말고도 모두들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쓰는 이야기들은 모두 그의 어딘가 한 부분이다. 물론 트렌디한 옷을 입는 것도 옷을 즐기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옷 자체 보다는 시대를 즐기는 방법에 가깝다. 예를 들어 최신의 음악을 듣거나, 티케팅 완판에 1분도 걸리지 않는 콘서트를 보거나, 줄을 서서 들어가는 핫플레이스에 가거나 하는 것들이다. 여기서는 그 대상이 옷일 뿐이다. 그것과 다르게 옷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다. 마음에 들고 괜찮은 옷을 고심하며 고르고, 구석구석까지 알아가며, 오랫동안 입는 일이다. 사람을 알듯, 애완견의 마음을 알듯, 옷을 알아간다. 즐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한다. 우선 역사와 배경이다. 브랜드의 역사나 에피소드부터 이 옷이 .. 2019. 11. 25.
옷은 뭐라도 괜찮다 밤에 언니네 쌀롱을 잠깐 봤다. 패션 관련 방송은 약간 궁금하니까 챙겨보는 것도 있고 차홍도 나오고. 뭐랄까, 방송에 보이는 차홍 님의 초긍정적 태도와 언행은 인생의 롤모델이다. 아무튼 이런 방송이 흔히 그러하듯 이것만 이랬으면...을 벗어나는 부분이 별로 없는 건 아쉬웠다. 그런데 셔츠 빼 입고 다닌다고, 같은 옷 2년 입었다고 그렇게까지 개탄할 건 없잖아. "패션" "방송"은 굳이 그래야만 하나 하는 의구심이 있지만 그렇다고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그러고 있으면 방송이 만들어지지 못하겠지. 게다가 패션 개혁을 요구한 의뢰인이 연예인이니까 그런 분들은 필요한 데가 있기도 할 테고. 이런 이야기를 하면 이 사진을 꺼내게 된다. 이 옷은 나름 멋지고 따뜻해 보이긴 하지만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면 입으면 곤.. 2019. 11. 21.
울, 라놀린, 라놀라이즈 예전에 선원들이 와치캡을 쓰는 데 이게 따끔따끔해서 불편하다. 그래서 선장이 라놀린을 가져와서 다 같이 발랐다... 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라놀린은 양털에서 나오는 추출물(오일)인데 찾아보면 헤어 케어용으로 주로 쓰고 있다. 이 이야기를 듣고 해볼까 했었는데 내게는 울 와치캡도 없고 라놀린도 없었지. 라놀린은 찾아보니까 1만원 안팎에 판다. 찾아보니까 이런 영상도 있다. 저 분이 쓰는 건 쿠팡에서 팔고 있는 댁스 퓨어 라놀린, 헤어 케어 용이군. 그렇구나 하고 있다가 요새 스웨터에 대해 무슨 이야기를 쓸 일이 있어 뒤적거리는 데 울 제품을 라놀라이즈 하는 이야기를 보게 되었다. 왜 하냐, 아무래도 양털 오일이 방수, 발수, 복원력 등의 원천일테니 떨어져 나간 라놀린을 되돌려 준다는 거겠지. 물에 .. 2019. 11. 11.
셔츠 등판의 로커 루프 셔츠 등에 보면 고리가 하나 있다. 그걸 로커 루프(Locker Loop)라고 한다. 말 그대로 로커에 있는 고리에 거는 루프다. 이것이 로커 루프. 위 쪽에 보이는 단추를 세 번째 칼라 버튼이라고도 하고 아래 두 개의 주름이 있다. 사진은 너무 열심히 다림질을 했군. 그래서 이렇게 건다, 라고 되어 있다. 육중하게 생긴 고리가 꽤 길다. 그렇다면 저 사진은 아마도 로커 루프를 지나 셔츠 칼라 안 까지 집어 넣은 게 아닐까. 만약에 그렇다면 옷감이 상하지 않게 따로 고리를 둔다, 라는 원래의 정신에 위배된다. 사실 낮에 이 사진을 보고 진짜 이렇게 되나 궁금해서 집에서 해봤다. 물론 이 모양이다.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듯 한데 분위기가 어딘가 음침하다. 이걸 해보다가 깨달은 게 있는데 몇 번 이야기를 .. 2019. 11. 10.
필슨의 Forestry Cloth 크루저 이야기 예전에도 이 옷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사진이 많이 없길래 한번 찍어봤다. 필슨의 Forestry Cloth Cruising Coat, No.16이다. 참고로 옷 이름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자면 필슨 매키너 크루저가 가장 유명하다. 여기서 매키너는 옷감 이름이고 크루저는 옷 이름이다. 즉 필슨의 크루저라는 옷인데 매키너로 만들었다. 매키너는 매키너 지방에서 시작된 울의 종류다. 특징은 물을 자기 무게의 30%인가 까지 흡수함. 겨울에 습한 지역에서 야외 작업을 염두에 둔 울이다. 가끔 필슨st의 옷을 만들어 놓고 매키너라고 이름을 붙인 경우가 있는데 그러니까 크루저라고 해야 맞다. 매키너 울로 만든 다른 옷은 거의 보기가 힘든데 세계 대전 때 미군 옷 중에서 몇 가지 찾을 수 있다. 그것도 필슨이 만들었.. 2019. 11. 8.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 이야기 왠지 이맘 때가 되면 M-65 이야기를 하게 된다. 검색할 때 보면 일본은 M-65라고 적힌 게 많고 미국은 M65라고 적힌 게 많다. 아무튼 분명 입을 때가 되었는데 vs 아직 더운가라는 생각이 교차하기 때문이다. 뭐 덥든 말든 며칠 딱 되면 입기 시작해서 며칠 딱 되면 그만, 이러면 편하긴 할텐데 그러기에는 일교차가 너무 크다. 이러다가 어어 하면 시즌이 지나가 버린다. 한겨울에 입기엔 또 춥기 때문이다. 군대에서라면 몰라도 굳이 그런 고행을 할 필요는 없다. 약간 어처구니없게도(이 말이 가장 적당하다)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가 세 벌이나 있다. 아마도 90년대 쯤 재고, 레귤러 판 S-R, 밀스펙에 준함, 미국산. 색만 다르고 거의 같다. 라이너는 하나있다. 아주 자세히 살펴보면 라벨의 위치라든가.. 2019. 11. 6.
H&M과 지암바티스타 발리 콜라보가 내일 나온다 H&M과 지암바티스타 발리의 콜라보가 내일(2019년 11월 8일) 나온다. 오전 8시에 온라인에도 풀린다니까 참고(링크). MEN, WOMEN이 아니라 BOYS, GIRLS로 되어 있는데 하늘하늘한 드레스부터 웨이스트 백, 티셔츠, 가죽 자켓 등등 예상보다 컬렉션의 범위가 넓다. 물론 협업 컬렉션 발표와 곧바로 출시, 나온 제품들 등등 계속 예상보다 본격적이긴 했다. 사실 이 정도로 본격 오트쿠튀르와 본격 패스트 패션 협업은 처음인 거 같은데 H&M은 칼 라거펠트와 일을 벌리며 협업의 가치를 알리기 시작한 브랜드인 만큼 오래간 만에 협업의 의미를 한 단계 더 키워낸 거 같다. 물론 조악한 소재로 만들어진 오트쿠튀르란 말 인형 놀이 옷이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가격, 디자인, 소재, 만듦새 등 모든 .. 2019. 11. 6.
다양성과 패션의 즐거움 2016년에 패션 vs. 패션(링크)을 썼던 가장 큰 이유는 패션이 너무 재미없어졌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가 없으면 뭐라 할 말이 없는데 재미가 있을 수 있을 듯 한데 재미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 이후 상황이 약간 급변했다.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이 대세가 되었고 다양성과 환경 관련 이슈가 패션을 덮었다. 게다가 프래드먼트 도쿄의 후지와라 히로시, 슈프림의 제임스 제비아 같은 선지자들 덕분에 하이 패션은 공장 양산품을 비싸게 파는 방법을 완전히 터득했다. 면과 폴리에스테르는 관리가 편하고 수명이 길기 때문에 환경에 도움이 된다. 또한 편안함과 안락함, 가벼움은 시대 정신이다. 문제는 섬유에 있는 게 아니라 유행지났다고 금세 치워버리는 인간에 있을 뿐이다. 매달 새로운 유행을 내놓고 만들어 내지만 그걸 사라.. 2019. 11. 5.
리바이스 70505-0217, 페이딩, 퍼커링 여전히 사이드 주머니가 없는 리바이스의 1, 2, 3세대 트러커가 어디에 쓰라고 만든 옷인지 정확히 이해하고 있진 못하지만 그럼에도 세월의 흔적은 차곡차곡 옷에 쌓이고 있다. 물론 하드한 로테이션을 돌리는 것도 아니고 야외에 노출되는 일도 적어서(불편하고 따뜻하지 않는 미드 레이어가 현재의 용도 같다) 흔적의 모습은 시시하고 지루하지만 세상에 이런 삶, 저런 삶이 있듯 이런 옷도 있고 저런 옷도 있는 법이다. 70505 스몰e 버전은 딱히 역사적 가치나 탈색의 재미가 있는 옷은 아니라지만 구시대형 데님 트러커는 이거 하나면 된 거 같다는 생각을 하게 해줬다는 점에서 나름 개인적인 가치가 있는 옷이다. 이하는 그냥 사진들. 아래 사진이 현재 색에 가장 가까운 거 같다. 인터넷 검색을 해보면 상태가 괜찮은 .. 2019. 11.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