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 11. 25. 00:10

가능하다면 옷을 즐겼으면 좋겠다. 나 말고도 모두들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쓰는 이야기들은 모두 그의 어딘가 한 부분이다. 물론 트렌디한 옷을 입는 것도 옷을 즐기는 방법이다. 하지만 그것은 옷 자체 보다는 시대를 즐기는 방법에 가깝다. 예를 들어 최신의 음악을 듣거나, 티케팅 완판에 1분도 걸리지 않는 콘서트를 보거나, 줄을 서서 들어가는 핫플레이스에 가거나 하는 것들이다. 여기서는 그 대상이 옷일 뿐이다. 그것과 다르게 옷 자체를 즐기는 것도 있다. 마음에 들고 괜찮은 옷을 고심하며 고르고, 구석구석까지 알아가며, 오랫동안 입는 일이다. 사람을 알듯, 애완견의 마음을 알듯, 옷을 알아간다.   

 

즐기는 방법은 크게 세 가지를 생각한다.

 

우선 역사와 배경이다. 브랜드의 역사나 에피소드부터 이 옷이 만들어진 이유 그리고 조금 더 크게는 시대의 흐름이다. 이런 건 여기서 쉽게 이야기하기 어렵기 때문에 패션 vs. 패션(링크)이나 일상복 탐구(링크) 같은 책을 통해 모아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환경이나 노동과 관련된 문제들도 이런 배경에 속한다. 아무튼 꾸준히 내고 있는 데 부실하지만 부디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

 

또 하나는 옷의 특징이다. 옷감의 특징, 어디에 쓰는 걸까,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무슨 생각을 한 걸까 등등 옷 자체의 성격과 특징을 알아가는 일이다. 책 레플리카(링크)에서 이야기하는 청바지의 특징 같은 게 그런 종류의 이야기다. 패션 vs. 패션에서는 패딩 시대라는 챕터에서 이런 류의 이야기를 슬쩍 했었다. 예컨대 비를 막는 옷에 울을 쓴 이유가 뭘까, 울 밖에 없었기 때문에 혹은 울이 물을 흡수하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마지막은 옷을 입는 즐거움이다. 피팅, 몸에 어떻게 위치하는가. 역시 그 옷의 특징과 관련이 있고 또한 움직임과 관련이 있다. 두 번째 즐거움에서 배치해 놓은 기능들이 과연 어떻게 작동하는가. 그리고 입고 돌아다녔을 때 옷은 어떤 모습이 되고 가만히 있었을 때는 어떤 모습이 되는가. 안정적인 즐거움인가 불안정적인 즐거움인가. 이건 사실 패션 스타일 팁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가끔 하기도 하고 관심도 많은데 아직 잘은 모른다. 더불어 여기에는 옷을 오랫동안 입었을 때 어떻게 변형되는가, 그리고 그 모습은 어떠한가 하는 이야기들도 포함된다. 

 

 

포르자 스타일 유튜브에서 이 장면을 꽤 좋아하는 데 프랑스 군의 모터사이클 재킷을 구석구석 훑어본 다음, 입어 보면서 그 핏과 옷의 느낌을 만끽하려고 감각을 끌어 모으고 있기 때문이다. 옷을 입으면서 언제나 이런 마음이면 좋겠다. 옷 안에서 팔이 섬유에 어떻게 닿는지, 어떻게 휘는지, 거기에 뭘 해놨는지. 좋은 옷은 어떤지, 잘 만든 옷은 어떤지, 형편 없는 옷은 어떤지, 싸구려 옷은 어떤지 차곡차곡 DB를 쌓아가는 게 일단은 목표다. 지금 입고 있는 게 정확히 파악하는 일이 멀고 험할 수도 있고 가능할 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이들이 그랬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옷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더 다양하고 풍족하고 깊어지지 않을까. 더불어 패션과 트렌드를 바라볼 때도 비슷한 감각을 가지고 이야기를 만들어 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왜냐하면 그게 더 재미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이란 꾹 참아가며 넘어가야 할 산 몇 개를 넘어봐야 제대로 나타나는 법이다. 

 

이 세 가지 이야기는 다음 번에 패션의 배경에 대해 이야기를 하는 책을 내게 된다면 앞에다가 꼭 넣고 싶다. 같이 가봐요, 저 넓고 깊은 즐거운 세계로. 뭐 이런 의미로.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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