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755 좋은 옷은 어쨌든 좋은 옷이다 꽤 옛날 일인데 질 샌더 티셔츠를 아주 오랫동안 입은 적이 있다. 그냥 심플한 블랙 티셔츠였지만 나로서는 당시까진 듣도 보도 못한 질감에 역시 경험해 본 적도 없는 까만 색이었다. 뭔가 이상한 재단이 들어가 있어서 반듯하게 접히지도 않았고 그 덕분인지 이상하게 몸에 잘 들어 맞았다. 물론 12번 세탁하면 낡은 티셔츠가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아주 천천히 낡아갔는데 처음의 모습 중 가장 중요한 부분 - 예컨대 쉐이프와 컬러 - 이 거의 완벽하게 유지된 상태로 몇 년을 용하게 버티다가 어느 타이밍이 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 식으로 생명을 다했다. 물론 티셔츠 치고는 비쌌지만 그렇다고 요즘처럼 아주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소재부터 착용감, 수명까지 모든 면에서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 2017. 8. 7. 최근 구찌의 셀링 파워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맡은 지 2년 반 쯤 되어가는데(링크) 구찌는 예상보다 훨씬 강하게 바이럴 씬을 이끌고 가는 브랜드가 되어 있고 구찌 특유의 잘하는 거 같은데 별로 재미는 없다는 느낌이 사라진지도 오래되었다. 브랜드 하나 변하는 거 정말 한 순간이다. 그러니까 다들 조금만 노란불, 빨간불이 들어와도 눈에 불을 켜고 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들을 찾는 거겠지. 물론 데려만 온다고 되는 게 아니라 그만한 전권과 투자가 따라줘야 한다. 랑방에서 보듯 데려다 놓고 투자도 하지 않으면(링크) 그냥 희생양 찾기 놀음 밖에 되지 않는다. 최근의 구찌 컬렉션은 화려하고 번쩍이고 이런 걸 떠나 일단 수가 압도적인 게 특징이다. 그리고 그 와중에 매출 견인차를 확실히 챙기고 있는데 물론 티셔츠다(링크). 이번 시즌.. 2017. 8. 4. 파타고니아가 워크웨어 라인을 출시했다 파타고니아가 워크웨어 라인을 출시했다. 이제 와서? 라는 생각이 조금 들기는 하는데 의류 사업에 크게 관심이 없는 것처럼 보이다가도(음식도 팔지, 사회 운동도 하지) 은근히 영역을 넓히고 있는 거 같다.첫 컬렉션은 이런 느낌이다. 공식 홈페이지는 여기(링크). 크게 보자면 랜치 제킷, 반(Barn) 코트를 비롯해 페리어 셔츠, 카고 팬츠, 더블 니 팬츠 등등이 있다. 툴 박스나 필드 노트 케이스 같은 것도 있다.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는데 한국에도 들어오겠지 뭐. 일단은 기능성 옷이니 칼하트 등 워크웨어 류와 생긴 면에서 크게 다른 면은 없는데 가장 큰 특징이라면 Iron Forge Hemp라는 소재다. 저 바지와 재킷 쉘에서 아이언 포지 헴프라는 소재를 사용했는데 인더스트리얼 헴프 55%, 리사이클.. 2017. 8. 3. 브랜드 안에서의 균형 마켓을 궤뚫어 보고 빈 자리를 찾아 포지셔닝을 하는 게 이상적이겠지만 사실 이런 건 불가능하고 해도 아주 큰 규모의 기업이나 가능한 일이다. 규모가 작아질 수록 포지셔닝을 잡는 건 아무래도 운이 작용하는 일이다. 즉 내가 좋아하는 게 세상이 좋아하는 시절이라면 운이 좋은 거고, 그렇지 않다면 아무래도 사이즈를 키울 뾰족한 수가 나기는 어렵다. 묵묵히 해 가다가 또 세상이 좋아하는 시절이 찾아오면 그 역시 운이 좋은 거고... 뭐 이런 식이 아닐까. 다른 일도 그렇겠지만 못 하는 걸 극복하느니 잘 하는 걸 더 잘하기 위해 애쓰는 게 아무래도 승산이 있다. 어차피 모두가 "좋아하는 것" 같은 건 만들 수가 없는 법이고 그러니 이런 걸 좋아한다면 역시 저기 쪽이 낫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서브 브랜드, 콜라.. 2017. 8. 3. 패션에서 다양성의 확보 며칠 전에 쓴 패션 칼럼(링크)에서는 패션이 광고나 화보를 통해 보내는 이미지의 강력함,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의 경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이야기는 프라다의 포스터 걸 캡슐 컬렉션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떠들었던 이야기와 조금 연결이 된다(링크). 이건 물론 야하고 외설적인 걸 막고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게 넘쳐 날 수 있다면, 그런 걸 제어할 수 있고, 멍청한 범죄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큰 목적과 방향은 정신적 건강함의 회복에 가 있다. 그리고 정신적 건강함이란 건전한 것들만 본다고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여튼 몇 번에 걸친 칼럼에서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 해결 방안으로 다양성의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주체(생산자), 객체(소비자) 모두.. 2017. 8. 3. 프라다의 포스터 걸 시리즈 쓰고 있는 칼럼(링크)에서 몇 주에 걸쳐 다양성의 우월성, 다양성의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분명한 건 그게 아이디얼하게 갈 방향이긴 하지만 트렌드라는 것의 존재를 무시할 수는 없다는 거다. 인간이 모두 다르므로 자신에 대해 숙고한 결과로 나오는 패션이란 모두 달라야 겠지만 트렌드가 존재한다는 건 역시 공통점, 혹은 같은 큰 흐름 안에 있기 때문일 거다. 그러므로 범 패션을 이야기 할 때와 지금 이 순간을 이야기할 때는 같은 것이라 해도 방향이 조금 다를 수 밖에 없다. 어쩄든 프라다가 포스터 걸이라는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티셔츠와 반소매 / 긴소매 스웻셔츠, 후드(도 있던 거 같은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티셔츠는 뭐 순백의 티셔츠 위에 그림 그려 놓은 것이고 스웻셔츠는 위 사진에서 보다시.. 2017. 8. 1. 웨어하우스 1101의 남성용 여성용 버전 웨어하우스 홈페이지를 구경하는데 삿포로 직영점 오픈 기념으로 몇 가지 리미티드 버전이 출시되어 있었다. 6월 17일에 오픈했다고. 그 중 1606이라고 505나 LEE 라이더스 같은 것과 어딘가 비슷한데 조금 다른 오리지널 버전이 좀 재미있다(링크). 지퍼가 달려있고, 벨트 루프는 7개고, 동전 주머니에는 리벳이 없고 엉덩이는 여유 있는데 상당히 테이퍼드 된다. 이런 타입의 바지를 신발에 딱 닿지 않을 정도로 끊어 놓으면 여름용으로 상당히 좋다. 좋아 보이는데... 오늘은 이 이야기가 아니라 보니까 여성용 1101의 유즈드 워시 버전도 삿포로 직영점 오픈 기념 리미티드로 나와 있었다(링크). 여성용 1101 유즈드 버전은 원래 나오긴 하는데 둘의 제품 번호가 삿포로가 L-1101-U, 유즈드 버전이 L-.. 2017. 7. 28. 딱히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왜 청바지 이야기인가에 대한 이야기를 여기저기 흩어서 해 놨는데 날씨도 좋은 김에 정리해 본다. 여름이 오늘만 같으면(화창하고, 바람이 불고, 습하지 않다) 정말 좋을텐데. 아무튼 왜 청바지 이야기를 꾸준히 하고 있나. 우선 공산품이라는 건 재미있는 점이 많다. 우선 대량 생산 만이 내는 분위기가 있다. 축약되고 압축되었지만 상품으로 가치를 가지고 옷으로의 가치를 가지기 위해 있어야 할 건 반드시 있고 제대로 챙긴다. 물론 테일러드, 비스포크 청바지도 있고 그런 걸 오트 쿠튀르가 아니라 청바지에서도 선택하는 걸 폄하할 생각은 없다. 체형이나 취향이라는 건 가지고 있는 게 중요하고 또 그걸 가벼운 마음이지만 대신 꾸준히 파고 들어가는 게 즐거운 법이다. 어쨌든 이 대량 생산과 기계의 냄새라는 건 만들어 진.. 2017. 7. 26. 구찌의 2017 FW, SF 광고 캠페인 예전에 구찌 인스타그램에서 합성 사진 같은 우주인 모습 같은 게 올라와 저게 뭔가 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 광고 캠페인에서 전모가 공개되었다. 이런 게 주르륵 올라왔었지... 공개된 영상에는 상당히 여러가지가 섞여 있는 거 같은데 일단 공식적으로 적혀 있는 건 스타 트렉 elements와 Space : 1999 사운드트랙이다. 스페이스 1999는 찾아보니까 영국 ITV에서 1975~1978년까지 방영되었고 1981년부터 1982까지 MBC에서 주말 프로그램으로 방영된 적이 있다고 한다. 재밌는 점은 시즌 2까지 있고 48회인데 첫 번째 시즌은 이태리 제작이다. 아무튼 종합하면 50~60년대 SF 느낌을 모티프로 삼았고 80년대 SF의 디스코 풍 음악을 배경으로 깔았다. 결론적으로 보자면 이 흐릿하고 화사.. 2017. 7. 26. 이전 1 ··· 137 138 139 140 141 142 143 ··· 30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