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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거나 오래 쓰는 게 좋은 일은 아니다 옷과 신발은 오래 사용하는 걸 좋아한다. 특히 외투와 구두 같은 건 살 때도 뭔가 고장이 날 거 같은 부분이 있는지, 부품의 수급과 수리의 용이성, 자가 리페어의 가능성 같은 부분에 대해 검토해 보는 편이다. 오래 입는 게 관리 등의 측면에서 재미있기도 하고, 오래 사용해야 드러나는 뚜렷한 개성이 있는 경우도 있다. 닥터 마틴 부츠를 3년, 5년, 10년 썼을 때의 경험과 느낌 같은 건 아무래도 달라진다. 그렇지만 아무 거나 이렇게 오래 쓰면 좋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양말이나 속옷 같은 건 정기적으로 갈아 치워 버리는 게 좋다. 옷 뿐만 아니라 치솔, 행주, 수세미, 샤워 퍼프, 면도날 등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습기 많이 차는 천 종류 쪽은 아무리 생각해도 오래 사용한다고 득 될 게 하나도 없다. 옛날부.. 2017. 8. 23.
돌체 앤 가바나는 시계를 뒤로 돌릴 수 있을까 최근 이라고 해봐야 벌써 꽤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논쟁적인 하이 패션 브랜드라고 하면 역시 돌체 앤 가바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논쟁적이라고 해도 앙팡테리블, 악동, 판을 엎어 버리는 놈, 노이즈 마케팅 등등 폼이라도 나거나 기존의 틀에 반혁을 꾀하며 자기 포지셔닝을 잡는다든가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완벽하고 순수하게 구리다. 패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광고라는 세간의 별명이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2007년의 광고. 이 광고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요 몇 년 전 중국인 관광객. 논란이 되자 마케팅 담당자인가가 원래 중국에서는 면을 손으로 먹는 줄 알았다고 했던가 뭐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이건 가장 최근. I'm Thin & Gorgeous라고 적힌 스니커즈에 대해 인스.. 2017. 8. 21.
걷는 모습도 패션의 일부다 패션쇼를 보는 이유의 중심은 패션이겠지만 그외에도 다양하게 보면서 생각해 볼 만한 것들이 있다. 그중에 하나가 걷는 모습이다. 천천히 우아하게 걷는 패션쇼들도 있지만 최근의 패션이 그러하듯 스트리트와 서브컬쳐의 영향이 많고 그렇기 때문에 빠르고 경쾌하게 걷는다. 가만히 보고만 있어도 즐겁게 열심히 살면 더 재미있겠지 하고 자극이 된다. 물론 모델 워킹은 일반적 걸음 걸이와 많이 다르고 강조점도 다르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그냥 따라할 만한 동작은 아니고 아마츄어가 저렇게 할 수도 없다. 하지만 허리와 어깨를 펴고 몸을 흔들지 않고 앞을 똑바로 쳐다보며 걷는 건 분명 좋은 일이다. 사실 몸매와 체형이 패션의 일부가 되었듯 자세, 동작, 앉은 모습, 걷는 모습 등은 언제나 패션과 한 몸이었다. 고정된 마네킹이 .. 2017. 8. 19.
아메리칸 어패럴이 다시 열렸다 나락으로 떨어져 가다 캐나다의 길단이 인수한(링크) 아메리칸 어패럴이 다시 오픈했다. 8월 14일인가 날짜가 고지되어 있었는데 일단 홈페이지는 얼마 전부터 돌아가기 시작했다(링크). 매장은 없고 홈페이지로만 판매한다. 이전과 거의 똑같지만 바뀐 게 몇 가지 있다. 우선 Ethically Made. 예전에는 아메리칸 메이드를 강조했는데 공장을 온두라스, 아이티 등으로 글로벌 화 시켰기 때문에 그 말을 쓸 수가 없어졌다. 하지만 길단은 또한 OEM이 아니라 직접 공장을 가지고 운영하는 대형 브랜드다. 아메리칸 어패럴도 처음에 공장으로 쓰려고 샀다는 소문이 있었다. 여튼 공장이 거의 아메리카 대륙에 있는 걸로 알고 있는데 이와 관계가 어떻게 되는 지는 명확하게 모르겠다. 하여간 아메리카 메이드 대신 안티 스웨.. 2017. 8. 17.
초록 색 실과 노란 색 실 예전에 몇 번 말한 적 있지만 원래 이상하게 생긴 옷은 원래 그렇게 만들어 진 거니 재미가 있지만 원래 그래서는 안되는 게 너덜너덜해 지는 걸 잘 못 참는다. 일단 해지고 너덜너덜해 지면 보기도 싫거니와 옷의 수명이 그때부터 비약적으로 단축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할 수 있는 건 일단 수선을 해 놓는다. 청바지의 경우 예전에 초록색 실을 많이 사용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초록 실의 좋은 점은 인디고 컬러에 잘 가려지고 청바지 색이 빠지기 시작해도 또 그 후줄근한 컬러 속에서 은둔이 잘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통은 나일론 실을 사용하는데 면사가 좋을 거 같긴 하지만 아무래도 직접 수선한 부분이 원래 만듦새보다는 튼튼하지 않을 거라는 염려 때문이다. 물론 나중에 물이 완전히 빠지면서 청바지의 .. 2017. 8. 16.
하이 패션의 유아적 퇴행 분위기 이번 주 패션 칼럼에서는 옷을 멋대로 입자, 남이 뭘 입든 뭐라 할 이유가 없다(링크)는 이야기를 썼다. 이건 거기서 연결 되는 이야기인데 스케일이 약간 더 크다. 그래서 물리적 분량의 한계가 분명한 위 칼럼에서는 조금 다루기가 어렵고 또 다른 기회 같은 게 있을 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에 일단 적어 놓는다. 우선 멋대로 입는 건 물론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런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 적어도 맥락과 내용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 프린트나 상징 같은 것들은 이미 멋대로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멋대로는 제멋대로를 뜻하는 게 아니다. 또한 옷과 패션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물론 옷과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 재미있는 게 많다고 언제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관심을 가.. 2017. 8. 16.
마운틴 시크, 어글리 프리티, 고프코어 Gorpcore 그러니까 몇 년 전부터 불어오는 트렌드들, 하이킹 부츠와 플리스, 캠핑 도구와 패딩 재킷, 아웃도어 타입의 레인코트와 벨크로, 각종 방수 섬유 이름이 적혀 있는 마운틴 재킷, 두꺼운 양말에 샌들 등등등이 모두 합쳐져 최근 Gorpcore라는 이름으로 통합이 되었다. 예컨대 셀린느의 버켄스톡, 프라다의 테바 풍 샌들, 발렌시아가의 80년대 스포츠 브랜드 패딩 점퍼에서 가장 특징 없는 걸 뽑아낸 듯한 옷들, 지방시의 범백 등등이 모두 합친 새로운 트렌드를 뜻하는 용어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전 유행인 놈코어의 확대 재생산이자 다음 타자 격으로 올해부터 이 말이 부쩍 등장하고 있다. GORP는 granola, oats, raisins, peanuts의 앞글자를 모은 단어로 트레일 같은 거 갈 때 챙겨가는 먹을 것.. 2017. 8. 11.
여성용 빈티지 리바이스 701 이야기 예전에 마릴린 몬로의 JC 페니 청바지 이야기(링크)를 하면서 리바이스 701 이야기를 언젠가 하겠다고 했는데 이참에 한 번 써본다. 빈티지 류에서 아무래도 시장이 크고 오랫동안 인기를 끈 게 501이긴 한데 남성 옷이 중심이다. 물론 501 특유의 레귤러 스트레이트를 좋아하는 여성들도 있겠지만 나름 오묘하고 복잡한 청바지 트렌드의 조류 속에서 설 자리가 잘 생기지 않는 게 사실이다. 차라리 일반적인 기준의 리바이스 빈티지가 아니라 80, 90년대 나왔던 501 쪽이 특유의 모양에 페이드 된 디스트레스드 타입으로 더 인기가 있는 거 같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리바이스의 빈티지라고 하면 1978년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유는 인디고의 색과 탈색 때문이다. 이제는 나름 세계화 된 일본식 용어로 말하자면 66전기까.. 2017. 8. 10.
유니클로 진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내놓은 첫 번째 제품들 예전에 유니클로에서 2016년 11월 쯤 미국 LA에 진 이노베이션 센터를 만들어 새로운 데님을 연구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었다(링크). 올해 가을 2017 FW에 거기서 나온 첫 번째 컬렉션이 나왔다. 원단은 카이하라와 공동 개발하고 있다. 유니클로에서 6가지 기존 라인에 포함되어 있는데 남녀 몇 가지씩 새로운 라인이 더해졌다. 유니클로 홈페이지의 이노베이션 센터에 대한 내용은 여기(링크)를 참고. 우선 여성복에 새로 등장한 건 하이 라이즈 시가렛 진. 자세한 내용은 여기(링크)를 참고. 유니클로는 최근 라이프웨어라는 큰 테마를 잡고 편안하고 부드러우면서도 몸의 실루엣을 돋보이게 하는 타입의 옷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이 청바지 역시 그 연장선 하에 있다. 다크, 페이드 인디고 외에 화이트, 블랙 등 .. 2017. 8. 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