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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이태리 좌파, 우파 룩 요새 낡은 것들의 힘(한스미디어, 2015)라는 책을 보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옛날 옷 이야기를 하는 건데(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도 있다) 두 페이지에 사진 한 장, 이야기 하나가 들어 있기 때문에 심심하거나 할 때 한 편 씩 읽는다. 이것과 동시에 트루 스타일도 다시 읽고 있는데 이 이야기도 나중에 한 번. 아무튼 오래된 옷 이야기를 해 보자면 쓰지 않는 옷은 보관하지 않는다. 사실 둘 자리도 없거니와 옛날 옷 따위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이다. 특정 옷에 추억이나 감정, 스토리가 담길 수는 있겠지만 그런 건 빨리 잊어먹는 게 좋다.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그런 것처럼 아무리 마음에 들었던 것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옷은 오늘 입을 옷이고 그 다음은 내일 입.. 2019. 6. 4.
파란 줄무늬의 상의 마리니에르라는 프랑스 옷이 있다(링크). 원래는 19세기 프랑스 브르타뉴 선원 중에 원양선 선원(=베테랑이라는 의미다)만 입을 수 있는 옷이었다고 알려져 있다. 이게 나중에는 원양선을 타는 선원의 옷이 되었고 19세기 중반 이후 프랑스 해군의 옷이 되었다. 보통 면으로 만들고 파란 줄무늬는 1cm, 간격은 2cm다. 목은 넓고 보통 7부 길이인데 겉옷을 입었을 때 손목 쪽에서 바깥으로 보이면 안되도록 했기 때문이다. 이 옷은 프랑스 바깥에서는 보통 브레턴 셔츠(Breton Shirt)라고도 부른다. 샤넬, 장 폴 골티에, 진 세버그, 피카소 등등을 통해 프랑스의 옷이라는 이미지가 완전히 자리를 잡고 있다. 19세기 이 옷은 러시아로 넘어가 텔냐쉬카가 된다(링크). 몸에 꼭 맞는 속옷이라는 뜻이다. 소재는.. 2019. 6. 3.
유니클로 + 엔지니어드 가먼츠 19SS 폴로티가 나온다 유니클로와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콜라보 폴로티 시리즈가 나온다. 5월 27일로 내일(월요일) 출시 예정. 여러가지 색이 있음. 이건 이 전에 이야기했던 지암바티스타 발리와 H&M의 콜라보(링크)와 비슷한 점들이 있다. 예컨대 오트쿠튀르와 패스트 패션이 콜라보를 한다면 거기서 뭘 가져올까. 물론 그 모습이다. 그렇다면 오트쿠튀르라는 게 애초에 무엇일까. 그 화려한 장식들이 오트쿠튀르인가 아니면 그걸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오트쿠튀르인가. 엔지니어드 가먼츠라는 브랜드를 결정짓는 요소는 무엇일까. 아마도 우선은 미국의 공장, 예전의 기계와 기술 또한 예전의 디자인을 기반으로 한 현대적 해석 같은 것들일 거다. 이것은 폼을 잡기 위한 옷인가. 물론 그렇다. 웰 메이드 캐주얼, 빈티지 방식의 워크웨어라는 건 복각 만으.. 2019. 5. 26.
지암바티스타 발리 + H&M의 콜라보 점점 생각하기 힘들었던 조합의 협업 컬렉션이 늘어나고 있다. 콜라보는 역시 의외성이 주는 임팩트가 중요하고 그를 통해 각자 컬렉션의 범위를 넓히는 일이기 때문에 사실 당연한 결과다. 물론 그게 어떤 식으로 각자에게 이익이 될까도 고려해야 할 문제인 건 분명하긴 하다. 아무튼 오트쿠튀르와 패스트 패션의 협업은 예상하기가 어려운 조합이다. 지암바티스타 발리에 있는 건 H&M에 없고 H&M에 있는 건 지암바티스타 발리에 없다. 한쪽은 옷을 제일 천천히 조금만 만드는 계열이고 한쪽은 옷을 가장 빨리 다양하게 만드는 계열이다. 아무튼 이런 조합의 경우 인형옷 같은 게 나오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 인형옷 같은 게 나왔다. 하지만 물론 거기서 멈추진 않았다. 이 협업은 오트쿠튀르와 패스트 패션의 콜라보라는 점 외에도 .. 2019. 5. 26.
리한나의 FENTY, 첫번째 컬렉션 혹은 첫번째 드롭 세상이 지금과는 다른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해도 변화의 모티브는 필요하기 마련이다. 기본적으로 세상은 가만히 있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뭔가 튀어나와야 변화는 의미가 명확해 지고, 자리를 잡고, 변화를 가속화시킨다. 럭셔리 패션, 하이 패션의 정의, 용도, 역할이 변하고 있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하고 모멘턴이 필요하다. 예컨대 2015년 구찌와 발렌시아가에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뎀나 바잘리아가 들어간 이후 "하이 패션의 이미지" 자체의 변화가 가속화되었다. 더럽고 청키한 스니커즈 같은 건 이제 고급 부티크 진열장 위에 놓여 있어도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들일 만큼 흔한 일이다. 케링이 저런 변화를 선도했다면 그 다음으로 움직이고 있는 건 LVMH다. 루이 비통에 버질 아블로가 들어갔고 리한나.. 2019. 5. 25.
Kohl's, 미셸 개스 그리고 스타벅스 프라푸치노 요새 콜스(Kohl's)가 아마존과의 협력 이후 오프라인 기반 리테일 업체의 생존 전략 측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 반품을 콜스 매장에서 받아주고 그러려고 온 사람들이 콜스 매장에서 물건을 사겠지(20%정도가 산다고 한다)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해서 협력을 강화하고 있는 거다. 뭐 이 이야기는 다른 데 많이 나오니까 찾아보고 이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게 CEO 미셸 개스(Michelle Gass)라는 분이다. 그런데 이 분이 스타벅스에 있을 때 프라푸치노를 만든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있길래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싶어서 좀 찾아봤다. 미셸 개스는 케미컬 엔지니어링을 전공했고 졸업 후 매사추세츠 P&G에 들어가 트렌드를 조사해 치약향을 런칭하는 일을 했다. 이걸 하다가 남편이 비즈니스 기회가 생겨서 함께.. 2019. 5. 22.
LVMH, 리한나의 FENTY 계속 리안나로 적었는데 리한나가 표준 표기인 거 같다. 그러므로 앞으로는 리한나... LVMH에서 리한나 브랜드를 내놓는다는 뉴스가 나온지 꽤 지났고 드디어 첫번째 영상이 공개되었다. 캡쳐. 이건 영상. 동영상이 올라온 곳은 FENTY 오피셜. 케링이 하이 패션을 기존 포멀의 파괴, 스트리트 패션, 밀레니엄 세대의 패션으로 유도하고 있다면 더 큰 몸집의 LVMH는 다양성 쪽에 약간 더 비중을 두고 있다. 디올에는 최초의 여성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들어갔고, 루이 비통 남성복에는 최초 미국인 흑인 남성이 아트 디렉터로 들어갔고, 이번에는 LVMH 계열 하이 패션 브랜드 최초 흑인 여성 디렉터이자 자기 브랜드다. 셀린느로 뭘 할지가 궁금했는데 기존의 고객들을 위한 옷 혹은 밀레니엄 이후 세대를 위한 새로운 .. 2019. 5. 21.
인스턴트한 소비 패턴, 경년변화의 설계 최근의 인스턴트한 패션 소비를 너무 순진하게 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반성을 하게 된 최근의 일이 몇 가지 있는데 1) 구겨지면 버리지 말고 다려서 쓰라는 스팀 다리미 선전, 구겨지면 옷을 버리는 사람도 있나? 이건 실제로 그렇게 하고 있지 않다면 그저 상상력으로 만들 수 있는 내용이 아니지 않나 2) ABC 마트 리뷰에 운동화가 마음에 든다고 4개월은 잘 쓸 수 있겠다는 이야기, 척 테일러였는지 코투였는지 기억은 잘 안나는 데 아무튼 운동화를 4개월 신나? 아무튼 둘 다 상상력의 범위 안에 있지도 않던 것들이라 저렇게도 생각하는구나...라는 일종의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조금 덧붙이자면 구겨지면 버려야 할 만한 건 가죽은 그렇지 않을까 싶긴 한데 그건 스팀 다리미를 쓰면 안된다. 가죽에 습기는 천.. 2019. 5. 21.
올해도 나온 라코스테의 Save Our Species 폴로티 라코스테가 국제자연보존연맹(IUCN)와 파트너십을 통해 멸종 위기 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프로그램 Save Our Species 시리즈가 올해도 나왔다. 3년 협약을 맺었고 올해가 두 번째. 이 시리즈의 특징은 모든 이윤이 국제자연보존연맹의 멸종 위기 동물 보호 지원을 위해 사용되고, 악어 대신에 멸종 위기 동물 자수가 들어있다는 것. 올해 나온 건 모헬리 소쩍새, 태평양 몽크바다표범, 이베리아 스라소니, 예맨 생쥐꼬리박쥐, 흑점 구디드 물고기, 북쪽 털코웜뱃, 마운틴 치킨 개구리, 흰 영양, 세부 실잠자리, 북대서양 참고래 이렇게 총 10종이다. 이 동물들은 총 3520마리가 남아있고 그래서 3520장이 나오는데 9개 도시의 플래그십 매장에서 구입이 가능하다. 서울은 가로수길 플래그십에서 5월 23일에 .. 2019. 5. 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