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6. 4. 12:30

요새 낡은 것들의 힘(한스미디어, 2015)라는 책을 보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자기가 가지고 있는 옛날 옷 이야기를 하는 건데(보관하지 않고 있는 것도 있다) 두 페이지에 사진 한 장, 이야기 하나가 들어 있기 때문에 심심하거나 할 때 한 편 씩 읽는다. 이것과 동시에 트루 스타일도 다시 읽고 있는데 이 이야기도 나중에 한 번.

 

 

아무튼 오래된 옷 이야기를 해 보자면 쓰지 않는 옷은 보관하지 않는다. 사실 둘 자리도 없거니와 옛날 옷 따위 아무 상관도 없기 때문이다. 특정 옷에 추억이나 감정, 스토리가 담길 수는 있겠지만 그런 건 빨리 잊어먹는 게 좋다. 삶에서 만나는 모든 것들이 그런 것처럼 아무리 마음에 들었던 것도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인생에 가장 중요한 옷은 오늘 입을 옷이고 그 다음은 내일 입을 옷이다.

 

그러나 저러나 남의 옷 이야기를 읽어보는 건 재미있긴 하다. 저런 걸 기억하고 있나 싶기도 하고 저런 걸 왜 여태 가지고 있나 싶기도 하고. 가만히 보면 이 책에 나오는 사람들도 들어온 모든 걸 꽉 움켜쥐고 절대 놓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다 흘려 보내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이 책의 궁극적인 좋은 점이기도 한데 옷에 대해 정말 아무 생각없는 사람이 꽤 나온다. 나이키 백팩 이야기는 꽤 굉장하다. 사실 옷을 오랫동안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패션에 관심이 매우 많거나 아주 없거나 둘 중 하나일 가능성이 높다.

 

아무튼 책을 읽다가 약간 재미있는 부분이 있길래 옮겨본다. 파올라 안토넬리라는 분의 레이밴 선글라스 이야기다. 지금은 뉴욕 현대미술관 연구개발 책임자이자 건축, 디자인 부서의 수석 큐레이터라고 한다. 이분은 이태리 사람인데 1970년대에 밀라노에서 여자 대학(학교 이름이 콜레지오 델르 판츌레인데 여자 대학이라는 뜻이라고 함)을 다녔다. 1982년에 대학 이름이 바뀌었다고. 이 시절은 네오파시스트와 좌파가 충돌하던 시기다. 미우치아 프라다도 딱 이 시절에 밀라노에서 대학을 다녔고 좌파 쪽에 가담했다고 알려져 있다.

 

여기 보면 나름의 패션 코드가 나오는데

좌파 : 피코트와 청바지, 초록색 군용 천으로 만든 메신저 백. 

네오파시스트 : 셔츠에 트렌치 코트, 페니 로퍼, 구찌 로퍼, 레이밴 선글라스

 

사진을 좀 찾아보고 싶었지만 이태리 말을 몰라서 찾기가 어렵군. 어쨌든 파올라 안토넬리의 아버지가 미국에 갔다가 레이밴 선글라스를 사다줬는데(물론 정치적 의미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그게 불러 일으켰던 당시의 감정적 고민을 살짝 이야기한다. 저 착장을 가만히 보고 있자니 합치면 어쩐지 최근의 구찌 패션쇼 비슷한 게 나올 거 같다. 물론 알레산드로 미켈레는 70년대 생으로 로마 출신이라 겹치는 부분은 별로 없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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