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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696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를 보고 오다 DDP에서 하고 있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 절대적 전형' 전시를 보고 왔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 들어온 이후 만들어 온 시즌과 그 주변을 떠도는 영감의 출처를 보여주는 전시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여기(링크)를 참고. 설명에 의하면 아키타이프는 결코 재현될 수 없는 본래의 원형을 뜻하는데 그게 바로 절대적 원형이다. 내재되어 있는 집단 무의식 같은 게 아니었나... 같은 의미인가. 아무튼 전시의 좋은 점이라면 이걸 보고 있으니 미켈레가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을 했군 이런 생각이 든다. 예약만 받는 무료 전시라 간단히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것저것 뭐가 많아서 나름 시간이 좀 들었다. 모티브로 나온 것들이 원형, 원본인가 하는 의심이 들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건 또.. 2022. 3. 21.
폴로 + 모어하우스, 스펠만 대학 폴로가 모어하우스 대학, 스펠만 대학과의 파트너십 확장을 발표하면서 캡슐 컬렉션을 선보였다. 사실 편안함과 실용성의 시대에 바람막이와 후드가 지루해질 때 쯤 약간이라도 갖춰진 타입의 패션 미학을 찾게 될 수 있는데 너무 엄격한 쪽으로는 쉬이 접근이 어렵고 불편하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자연스럽고 느슨한 아이비 패션, 프레피 패션 즈음이 딱 적합하긴 하다. 그렇기 때문에 아이비 패션에 대한 이야기가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는 듯 하다. 폴로가 캡슐 컬렉션을 발표한 대학 중 모어하우스는 역사가 깊은 흑인 남자 대학이고 스펠만은 아프리카계 여성 교육을 선도하는 대학이다. 둘 다 1800년대 말에 설립되었고 수많은 저명한 인사들을 배출했다. 폴로는 아주 직접적으로 흑인과 여성에 초점을 맞췄는데 모델은 물론이고 사진.. 2022. 3. 17.
눈보라가 몰아치는 발렌시아가 옷은 어디까지나 생존과 기능의 세계다. 패션이 옷과 다른 점이라면 그 위에 무엇인가가 씌워져 있다는 거다. 그건 조금 더 폼나고 멋져 보이는 걸 수도 있고, 스토리와 분위기가 씌워져 있는 걸 수도 있다. 여기서 좀 더 나아가 극단적으로는 생존과 기능의 부분을 버리기도 한다. 패션의 본질이 과연 옷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다. 아무튼 보다 즐거운 삶을 위한 도구다. 즐겁다는 단어를 즐겨 쓰기 때문에 가끔 오해가 있기도 한데 여기서 즐겁다는 말은 윤택하고, 상상을 자극하고, 단순한 삶의 결을 조금 더 복잡하게 만드는 등의 일이다. 가만히 있으면 결코 만날 수 없는 것들을 패션을 통해서 만날 수 있다. 2022FW 발렌시아가는 한동안 시커먼 화면 속에서 대기를 타더니 눈보라가 치는 길을 모델들이 걸어 나오기 .. 2022. 3. 8.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2022 FW 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갑자기 폭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를 예상해 보자면 그냥 그럴 만한 때가 되어서 혹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자신의 작업에 파동을 만들어 내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또는 그저 깽판을 부리고 싶어서 등등이 있을 거 같다. 로에베의 명성에 맞게 나름 얌전한 컬렉션을 내놓고 또 점잖은 가방과 지브리 스튜디오와의 귀여운 협업 같은 걸 꾸준히 진행하던 로에베가 2022 FW에서 살짝 폭주를 한 거 같다. 사실 이번 패션위크의 여러 디자이너들에게서도 이런 경향이 조금 보이는 데 코로나로 인해 막혔던 패션쇼의 출구가 틔이면서 그동안 쌓아놨던 것들을 실현하거나, 혹은 패션의 대변화 앞에서 모두가 갈 길을 잃고 있고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상황이니 거기에 뭐든 함께 던져보자.. 2022. 3. 7.
몰리 고다드와 시몬 로샤 2022 FW 패션위크가 한창 진행 중이지만 예전만큼 관심이 잘 가지는 않는다. 패션위크가 더 이상 패션의 중심이 아니게 된 탓도 있겠지만 세상의 분위가 영 엉망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계가 패권주의를 앞세운 무력 시대로 다시 진입하느냐의 문제로 풍전등화처럼 흔들리고 있는 판에 패션 따위, 뭐 이런 생각이 날 법도 하다.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상하기 어려운 시대다. 그리고 그런 와중에 인스타 알림 따라 챙겨본 몇 가지 패션쇼가 시큰둥했던 이유도 있다. 어쨌든 챙겨본 것 중에서 몰리 고다드와 시몬 로샤의 2022 FW가 꽤 임팩트가 있었다. 몰리 고다드, 위 사진은 패션스냅(링크). 풀 컬렉션도 링크에서. 시몬 로샤. 역시 패션스냅(링크). 시몬 로샤는 자기 세계의 완성을 향해 질주하고 있는 듯한 분위기가 있다... 2022. 2. 26.
이지 갭 엔지니어드 바이 발렌시아가 아주 예전에 카니예라고 적다가 또 한참 칸예라고 적었는데 얼마 전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를 보니 카니예 쪽이 더 가깝지 않나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도 검색의 편의성을 무시할 수는 없는데. 아무튼 카니예, 갭, 발렌시아가의 협업 컬렉션이 나왔다. 발렌시아가 라벨이 붙은 비싼 옷에 선명한 GAP 로고가 붙은 건 갭이 카니예와 협업을 시작하면서 부터 노리고 있던 바가 아닐까 싶다. 카니예 패션의 재미있는 점은 생각하기 어려운 이상하게 생긴 옷을 계속 내놓는다는 거고 그걸 또 극단적으로 몰아 붙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게 쌓이다 보니 이제 눈에 보이는 듯한 세계관을 구성하고 있다. 어쨌든 낯선 모습, 룩, 뒤틀린 실루엣이라는 점에서 지금의 오버사이즈 패션에 굉장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 그.. 2022. 2. 24.
니고의 겐조 데뷔 컬렉션 니고의 겐조가 데뷔 컬렉션을 열었다. 데뷔라고 하니까 마치 새 소속사로 옮겨 솔로 데뷔를 한 아이돌 스타 이야기를 하는 거 같다. 아무튼 겐조는 반짝거리던 때가 있었다. 다카다 겐조가 파리 패션에 새로운 분위기를 불어 넣었을 때, 오프닝 세레모니가 들어와 리뉴얼을 했을 때. 그리고 오래간 만에 니고의 겐조가 세상의 관심을 불러 모으는 데 성공했다. 그러고 보면 아무튼 살아남아있는 게 중요하다. 명암이 있는 게 이름도 없어진 것보다는 낫다. 그래야 혹시나 올 기회를 잡을 수가 있다. 사실 니고도 언제적 니고냐. 20년 전에 니고가 겐조를 맡는다는 뉴스를 봤어도 아 그렇구나 했을 거 같다. 물론 타이밍은 지금이 훨씬 낫다. 그 타이밍을 만든 사람은 세상을 떠나버렸지만. 스트릿 패션 브랜드에서 메인스트림 패션.. 2022. 1. 24.
수동적 믹스 앤 매치, 콜라보 벌써 예전 일이지만 패스트 패션이 처음 옷 같은 대접을 받기 시작한 이후 사람들은 패스트 패션과 럭셔리, 요새는 빈티지, 중고 옷을 섞어서 '자신 만의' 스타일을 만들어 가는 믹스 앤 매치에 대한 이야기가 꽤 나왔었다. 이 이례적인 현상은 이제는 일종이 표준적 착장 방식으로 자리를 잡았고 전혀 드문 일이 아니다. 믹스 앤 매치가 나온 이유는 세대 교체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패션은 성별, 직위, TPO 등에 따라 어떤 경계가 있었고 브랜드들은 그 경계 안에서 자신 만의 세계관을 구축해 왔다. 가끔 그 경계를 넘나드는 예외도 있지만 그건 패션이 어쨌든 생활복이고 그러므로 누구나 운동을 하고, 누구나 휴식을 하고 등의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소니가 내놓는 트레이닝 셋업과 나이키의 트레이닝 셋업은.. 2022. 1. 10.
로에베 + 센과 치히로 콜라보 로에베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콜라보 컬렉션이 나온다. 영어 제목이 Spirited Away였군. 예전에 이웃집 토토로와의 콜라보가 나온 적이 있는 데 지브리랑 무슨 장기 계약 같은 걸 맺은 건가... 아무튼 토토로의 경우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는 느낌 때문에 약간 별로였다. 어린 아이를 대상으로 한 패션이라는 건 여전히 상도에 어긋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물론 그럼에도 이 시장은 매우 커지고 있는데 소득 불균형의 확대와 큰 관련이 있을 거다. 지금도 이 컬렉션에 대한 찜찜한 마음은 변함이 없는데 얼마 전 콜라보에 대한 글을 쓰면서 패션이 제공하는 노스탤직한 그 무엇인가에 대한 생각을 곰곰히 할 기회가 있었다. 이런 건 물론 막을 수 있는 종류의 일은 아니다. 그렇다면 발렌시아가 심슨은 어른.. 2022. 1. 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