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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695

변화에는 계기가 필요하지만 결정적이다 최근 포올맨카인드라는 가상 역사 드라마를 보는데 배경은 냉전이 극심했던 60년대 미국의 나사다. 보면서 단연 눈에 띄는 건 담배다. 나사의 관제실과 회의실, 국회 청문회, 술집과 모여서 달 착륙 중계를 보는 가정집까지 어디든 담배 연기로 뿌옇다. 예전에 스티븐 킹의 시간 여행이 나오는 소설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과거로 돌아간 주인공의 눈에 가장 먼저 띈 건 사방의 담배 연기였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이다. 물론 가끔 거스르는 사람들이 있는 데 이전의 습성을 아직 떨치지 못한 분들이다. 말하자면 변화의 이쪽 편과 저쪽 편 중에서 아직 넘어가지 못한 사람이다. 이들은 어떤 계기가 있지 않는 한 결코 넘어갈 수 없다. 결국 시간의 흐름과 도태 만이 그들을 사라지게 한다. 배격은 반발을 만.. 2022. 9. 26.
시몬 로샤의 남성복, 2023 SS 패션이 성별 역할 분리 같은 구세대의 가치관을 전달하고, 강화하고, 내면화시키는 원인을 남성복과 여성복의 엄격한 분리에서 찾을 경우 그 해결 방안은 크게 두 가지가 있을 거다. 하나는 남성복을 여성이 입는 것. 예를 들어 슈프림이나 아이앱스튜디오, 아크로님 같은 브랜드가 해당될 거고 아웃도어나 워크웨어, 밀리터리 등 기능적 의류에 기반한다. 또 하나는 여성복을 남성이 입는 것.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나 이번에 니나 리치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된 해리스 리드, 자크무스 등이 있을 텐데 보통은 기존 고급 패션의 의류에 기반한다. 이런 걸 합쳐서 젠더리스 패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중 앞의 것은 아직 포멀한 영역과 비즈니스의 영역 같은 데를 포섭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 영역을 워크 자켓 같은 게 .. 2022. 9. 22.
전쟁 속의 패션 화보, 우크라이나 보그에 우크라이나의 퍼스트 레이디, 올레나 젤렌스카의 인터뷰가 실렸다(링크). 이게 뭔가 하고 찾아봤더니 애니 레보비츠가 키이우에 들어가 화보를 찍었음. 입고 있는 옷은 베테르, 식스, 호보야 등 우크라이나 디자이너 브랜드의 의상이라고 한다. 위와 아래 사진의 출처는 위 링크의 보그 기사. 굉장히 복잡한 감정이 드는 캠페인이다. 우선 이건 전쟁중의 우크라이나 사람들에게 의욕을 고취시키고 참상을 알리는데 도움이 된다는 의견이 있다. 아마도 그런 의도일 거다. 꼭 참상을 보여주는 게 사람들의 관심을 촉구시키고 전쟁을 반대하는 여론을 만들어 내는 건 아닐 거다. 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전쟁을 폼나고 멋진 전쟁 중의 사진이라는 건 저래도 되는건가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수많은 이들이 날아온 미사일에 자기가 죽는.. 2022. 8. 7.
OJOS 이야기 저번 보터(링크)에 이어 지나가면서 떠드는 브랜드 이야기. 정말 멋대로, 생각나는데로 떠드는 거니까 혹시 참고할 생각이 있다면 조심하시고. OJOS는 오호스라고 읽는다. 브랜드 설명에 보면 "홍익대학교 섬유미술 패션디자인과 출신의 듀오 디자이너 김예림, 조이슬이 각자의 시선으로 관찰한 세상에서 영감받아 웨어러블하면서도 신선한 패션 디자인과 아트워크를 전개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브랜드 아카이브는 2020 SS부터 올라와 있다(링크). 연장선 상에 있기야 하겠지만 초창기엔 테일러드 자켓으로 와디즈 펀딩도 하고 그랬던 거 같은데 2021년 여름 정도부터 분위기가 좀 바뀌었다. 아무튼 모르는 브랜드였다가 국내 브랜드 투표인가 하는 데서 브랜드 리스트 따라 차례로 인스타그램을 보다가 재밌어 보이는 몇 개의 브.. 2022. 7. 29.
Botter, 캐리비안 쿠튀르 아더에러 같은 브랜드는 누가 만드는지에 대해 알려진 바가 별로 없다. 프로필과 컬렉션 간의 연계 - 이건 편견에 깃들 가능성이 크다 - 를 끊기 위해서라고 한다. 사실 디자이너의 프로필과 컬렉션 사이에 과연 무슨 연관이 있는가 하는 건 생각보다 복잡한 문제다. 학풍이나 쌓아온 커리어의 분위기라는 게 있을 수도 있다. 큰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고, 극복하려 애썼을 수도 있고, 기존 질서와 상관없이 살았을 수도 있다. 여기서는 거의 모든 가능성이 나오고 그러므로 일률적 재단은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어떤 브랜드의 이전 이야기를 자주 하는 이유라면 패션은 결국 사람이 하는 거고, 이러이러한 일을 하다가 지금은 이런 걸 하는군 하는 스토리를 슬쩍 엿보기 위해서다. 적어도 연장선 상에 있다는 걸 무시할 수는 없다... 2022. 7. 4.
구찌 하 하 하 컬렉션 구찌의 알레산드로 미켈레와 해리 스타일스의 콜라보 컬렉션이 나왔다. 이름이 HA HA HA라 이건 뭔가 했는데 1) 해리 스타일스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앞 글자 이니셜 2) 둘이 메시지를 주고 받으며 끝인사로 사용했던 단어 3) 웃음 이모티콘 뭐 등등이라고 한다. 핱핱핱이라든가 이런 것도 떠오르는데 아무튼 이건 하 하 하다. 하하가 입으면 하하 하 하 하... 라벨이 재밌음. 구찌 + 아디다스가 약간 시원찮은 판에 나온 거라 약간 기대를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컬렉션의 설명을 보면 "두 인물의 우정과 협력, 각자가 지닌 창의성의 결합, 집단적 아이디어의 교환과 영향, 그리고 서로 다른 관점을 연결하도록 형성된 분명한 실용주의(Pragmatism)"라고 한다. 이렇게 각자의 창의성이니 개인적인 이유니 같은.. 2022. 6. 22.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전시 또 하나의 전시 이야기. 송은에서 하고 있는 루이 비통의 오브제 노마드 전시(링크)를 다녀왔다. 처음 시작할 때 봤을 때 거의 매진이라 포기하고 있었는데 도서관에서 나가는 김에.. 하고 예약을 검색해 봤더니 자리가 있길래 당일 예약을 했다. 가서 기다리는 것도 가능한 거 같은데 취소표를 얻고 가는 게 약간 더 안심이니까. 6월 19일까지니까 이제 끝나긴 했다. 전시는 간단히 말해 "2012년 디자인 마이애미 기간 중 최초 공개된 루이 비통 오브제 노마드 컬렉션은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들이 160년 넘게 이어온 브랜드의 철학 ‘여행 예술(Art of Travel)’을 재해석해 탄생시킨 컬렉션"이다. 즉 루이 비통에서 꾸준히 내놓고 있는 콜라보 기반의 가구 컬렉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루이 비통의 가구를 "체.. 2022. 6. 16.
패션전시 패션전시, 2021년 6월 10일~6월 26일, 국립현대미술관 창동 레지던시, 를 다녀왔다. 얼마 전 패션워크(링크)라는 책을 꽤 재미있게 읽었는데 그 책을 쓴 예페 우겔비그가 기획한(DADA(링크)와 공동 큐레이팅) 전시다. 패션과 예술의 경계와 관계에 대한 국내 패션편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 사실 하고 있는 일이 있는데 그와 연관성이 있을까 싶어서 찾아본 게 가장 컸는데 예상보다 거리가 좀 있는 듯 해서 관람 모드로. 보면서 궁금해진 게 과연 패션이 예술 전시로 하이프를 일으킨 적이 있는가 하는 점이었다. 대부분은 하이프를 일으킨 다음 미술관으로 들어간 거 같은데 이 부분은 생각을 더 해봐야겠다. 그리고 예술이 패션을 이용하는 방법, 그리고 예술화 하려고 하는 패션이 예술을 이용하는 방법, .. 2022. 6. 16.
Met Gala 2022의 날이다 2022년 5월 2일은 멧 갈라(Met Gala) 2022의 날이다. 새벽부터 여러 계정에 화려한 옷을 입은 셀러브리티의 모습이 줄줄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번 주제는 In America : An Anthology of Fashion으로 드레스 코드는 Gilded Glamour다. 작년에 이어 두 번째로 In America라는 이름이 붙었는데(작년은 In America : A Lexicon of Fashion이었다) 두 해 연속 인스타그램이 메인 스폰서인 것과 관련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 전의 스폰서는 구찌, 루이 비통이었다. 여기서 앞쪽의 주제는 메트로폴리탄 박물관에서 전시가 있고 뒤 쪽의 드레스 코드는 개관 전 파티, 멧 갈라에 맞춰 입고 올 의복 콘셉트다. 멧 갈라가 예전에 중국, 가톨릭 뭐 이런 범.. 2022. 5.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