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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착장의 엄격함

by macrostar 2023. 1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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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이야 누구나 입으면 그만이지만 한계가 있는 경우들이 있다. 예를 들어 직장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대략 3단계로 나눠볼 수 있다. 즉 좀 차려입어야 하는 정도, 엄격 - 적당히 차려입으면 되는 정도, 중간 -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되는 정도, 느슨이 있겠다. 여기서 차려입어야 하는 정도는 아무래도 정장을 입어야 하는 단계다. 겨울 아우터라면 당연히 코트다. 그리고 마지막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되는 정도에도 코트가 포함될 수 있다. 어차피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된다는 데 트레이닝 셋업에 코트를 입든, 정장 위에 다운 패딩을 입든 상관없다.

 

 

미국 Polar Vortex 시기 출근길 착장 풍경

 

중간이 문제다. 그리고 여기에는 시대상이 담겨 있다. 예전에는 적당히 차려입는다고 해도 정장이었다. 오래 전이지만 회사에 캐주얼 데이가 도입되었다고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오지는 말라는 패션지 기사를 본 기억도 있다. 정장을 입되 넥타이를 메지 않는 정도가 허용되는 폭이었다. 즉 좀 차려입어야 하는 정도에서 아래로 내려오는 압력이 더 컸다.

 

하지만 여기에 미묘한 구석이 있는데 엄격의 단계가 이미 구미 표준에 비해 느슨하고 착장 질서가 간편 이식된 이 사회에서는 급성장기 동안 보다 능률적이고 효과적인 적용을 중시했기 때문이다. 드레스 슈즈를 대신하는 로퍼, 마치 트레이닝복처럼 입는 정장 셋업 이런 게 대표적이다. 넥타이를 매냐 안매냐가 중요하지 그게 어떤 모습이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므로 보석 붙은 넥타이가 인기를 끌기도 한다. 결론은 그냥 무슨 브랜드이냐가 더 중요한 덕목이 된다. 그리고 기후의 문제도 있다. 예전에는 이것 외에 입을 수 없다는 생각이 더 강했다면 요즘은 왜 추운데 사서 고생이냐는 생각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

 

아무튼 최근에는 분위기가 달라졌다. 특히 IT, 기술직 등이 회사의 주축으로 부상하면서 아무렇게나 입고 다니는 정도에서 위로 올라가는 압력이 더 커졌다. 전반적으로 보자면 차려입는 정도의 엄격함도 느슨해졌고 아무렇게나 입고 다녀도 되는 정도의 한계선도 더 느슨해졌다. 물론 지나치게 과격하게 치달으면 경범죄나 공연음란죄 등 다른 실정법의 구속을 받을 수 있지만 이렇게 옷의 엄격함에 대한 기준은 많이 낮아졌다. 트레이닝복만 입고 일을 잘 하고 회사의 수익을 크게 늘려준다면 정장에 넥타이도 꼭꼭 매고 다니면서 실적이 없는 것보다 훨씬 대접이 좋기 마련이다. 물론 입은 옷에 맞춰 행동하고 노력하는 부가적 기능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워낙에 케이스 바이 케이스라 일률적인 통제 대상이 되기 어렵다.

 

이렇게 대략적 기준이 있는 영역의 존재는 다른 영역으로의 파생을 만들어 낸다. 예를 들어 면접이나 데이트라면 위 엄격 - 중간 정도에서 나올 수 있고 학생이라면 중간과 느슨 정도에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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