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두 번 째로 VDR과 함께 만들어 내놓은 컬렉션 중(링크) 가방이 있다. 나일론으로 만든 숄더백이다. 뭐 수많은 가방을 찾을 수 있는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훌륭하고 멋지다고 말하기는 좀 어렵겠지만 아무튼 개인적인 니즈를 가능한 반영해 만들었다. 간단히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가방은 여기~ (링크)
일단 가방을 항상 들고 다니고 온 살림 다 가지고 다니는 편인데 수납이 구분이 되어야 한다. 빅 토트나 쇼퍼백 같은 게 좀 힘든 이유가 뭐 하나 찾는 데 시간이 걸리고 무엇보다 휴지나 지갑 이런 것들이 안에서 망가지는 게 별로다. 구분 수납 중요. 그리고 이렇게 구분이 되어 있으면 가방이 필연적으로 무거워진다. 가방 자체가 뭘 해도 무겁고 번잡스러워서 싫어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가방 안에 구획 정리까지 되어 있으면 상대적으로 더 무거워지는 게 당연하다. 그러므로 가능한 가벼운 소재로 만드는 게 좋다. 이 다양한 수납 공간과 가벼움, 두가지가 가방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이었다.
가방의 생긴 형태는 큰 문제는 아니다. 백팩이나 숄더백, 토트 등 위 조건만 가지고 있다면 모두 가지고 있는게 여기저기 필요한 상황에서 써먹기가 좋다. 대체적으로 겨울에는 백팩, 봄가을에는 숄더, 여름에는 토트 종류를 들고 다니는 편이다. 내가 원하는 가방을 만든 기회가 왔을 때 첫 시도로는 숄더백을 만들었다. 사실 토트도 괜찮을 거 같았지만 브랜드의 사정도 있었고 네이비가 숄더백과 좀 더 잘 어울리는 거 같긴 했다.
그런 결과로 만든 가방이다. 생긴 모습의 모티브는 빌 커닝햄 사진에 나온 카메라 가방이었다.
잔스포츠인줄 알았지만 All Sports라는 정체 불명의 로고가 붙어 있는 가방인데 처음에는 한가지인 줄 알았는데 가만히 보면 작은 것과 큰 것 두 가지가 있는 거 같다. 둘의 기본 구조는 같음. 카메라를 넣고 다니기 때문에 안에 뭔가 보강이 있을 거 같긴 한데 자세히는 모르겠고 전시장 같은 데 가서 리플렛을 받았을 때 세로로 넣어둘 수 있는 게 중요하다. 그런 걸 받으면 약간 구깃거리는 건 괜찮은데 접는 건 왠지 하기 싫기 때문이다. 저번 시즌에 만들었던 스포츠 재킷(링크)에서도 그 부분을 고려해 옷 안쪽에다가 커다란 주머니를 만들었었다.
겉에 4개의 지퍼 수납부가 있는 구조는 같지만 빌 커닝햄 가방과 약간 다른 부분은 있다. 즉 빌 커닝햄 가방은 수납 부위가 앞부터 사이드 - 위 - 사이드 - 위로 되어 있는데 이 가방은 사이드 - 위 - 위 - 위로 되어 있다. 메인 수납부 부분을 더 잘 써먹을 수 있다. 앞부터 1, 2, 3, 4로 번호를 붙여서 보자면 4가 공간이 제일 넓다. 그리고 4 안에는 내부 주머니가 하나 있다. 여기엔 뭐든 쳐넣을 수 있고 심지어 점퍼(링크) 정도도 들어간다. 막상 써보니 1, 2, 4는 흔히 볼 수 있는 구성인데 3 수납부가 은근 유용했다. 다 집어넣고 나서 보니 엇 하나가 더 있네 더 넣자 이런 느낌.
이런 가방은 막 채워 넣으면 너무 빵빵해지는 감이 있긴 하다. 그래서 살짝 더 크면 좋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이게 또 그런 식으로 욕심을 부리다 보면 한도끝도 없다. 세상 모든 걸 한 번에 해결해 줄 수 있는 제품은 없다. 이것저것 가지고 있는 건 인간의 숙명이자 그게 또 재미 아닐까 생각함.
기대하는 부분이 있다면 이게 나일론이라 아마 햇빛 등의 영향을 받을 거다. 그로 인해 경년변화가 좀 생길텐데 어떻게 변해갈 지 궁금하다. 그리고 가방끈 거는 부분 등을 아연 이런 거 아니고 메탈 소재를 사용했다. 여러 소재를 두고 고민하다가 플라스틱을 쓸까도 했는데 결국 메탈로 결론이 났다. 이게 한참 쓰면 벗겨지고 녹슬고 그러지 않을까 싶은데 그 변화도 궁금하다. 약간 아쉬운 부분이라면 펜홀더를 넣고 싶었는데 가방 사이즈 상 좀 애매했다.
한참 쓰다 질리거나 하면 VDR 상품 중에 패치를 파는 게 있다(링크). 이거 가져다 몇 개 붙여도 좋을 거 같다.
이런 느낌?
아무튼 이런 가방이 나왔습니다.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토트도 만들 수 있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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