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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 3 레이어 시스템 매년 겨울이 다가오면 레이어 시스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물론 뭐든 더 껴입으면 더 따뜻하다. 당연하다. 하지만 목표를 확대해 볼 수 있다. 더 가볍게 더 따뜻할 수 없을까, 따뜻하면서 갑갑하지 않을 수 없을까, 만원 지하철에서 땀이 나는 데 매번 외투를 벗어야 하나, 다운이 잔뜩인데 어디선가 찬바람이 샌다, 가지고 있는 자원을 가능한 최대로 활용할 방법은 없을까 등등. 그러기에 가장 좋은 방법이 바로 레이어의 이해다. 원리는 아주 간단하다. 맨 바깥은 바람, 비, 눈, 요새는 먼지를 막는다. 그 다음에는 보온재다. 외부의 요인을 막았으니 이제 보온재를 넣어 체온이 바깥으로 배출되는 걸 막는다. 다운, 합성 충전재 등등 소재는 다양하고 아주 가벼운 것부터 시골 아랫목에 덮여 있는 이불처럼 두꺼운 것까지.. 2020. 10. 22.
프라우드 보이스 - 프레드 페리 패션 브랜드는 가끔 뜻하지 않은 곳에서 연결점이 생기고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버버리는 영국의 훌리건들 그 다음에는 챠브나 러시안 레이브가 좋아했다. 버버리는 이런 이미지를 떼어 놓으려고 애를 쓰기도 했었고, 고샤 루브친스키를 데려다 판을 깔아주기도 했었다. 프레드 페리에겐 테라스가 있었고, 뉴발란스는 2000년대 초반 독일의 네오 나치들이 신었다. 뉴발란스는 반 인종주의 콘서트를 후원하는 걸로 대답을 했다. 스톤 아일랜드 역시 영국 축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최근 주목받는 건 미국의 우파 집단, 헤이트 그룹, 네오 파시스트, 극단주의자 그룹인 프라우드 보이스다. 트럼프는 프라우드 보이스가 누군지도 모른다고 부정했지만 관련된 소문은 많다. 아무튼 이들이 선택한 건 프레드 페리의 노란 줄무늬 블랙 폴.. 2020. 10. 7.
노스페이스 트로터 골드, 아이코닉 옐로 요새...라고 하기보다 최근 세계 곳곳의 노스페이스는 꽤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우선 노스페이스 어번 익스플로레이션(The North Face Urban Exploration)의 2020 FW 시즌으로 나온 트로터 골드 캡슐 컬렉션. 클라이밍과 도시 탐험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고 16가지 젠더 플루이드 아이템으로 구성되어 있다. 테크니컬한 워터프루프 폴리에스테르와 플리스의 조합이 특징이라고 하겠다. 그리고 노스페이스하면 생각나는 노란색이 있는데 그 색 제품들이 주르륵 나왔다. 이 색으로 된 디날리, 히말라얀, 눕시, 몇 개의 가방 등등이 나왔다는 소식이다(링크). 참고로 곧 나올 예정인 구찌와의 협업은 풀 컬렉션이라는 듯 하다. 아무튼 뭐, 바쁜 브랜드다. 2020. 10. 2.
패션의 자유로움 사실 패션과 관련이 없어 보이는 못생긴 옷,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한 옷을 입고 다니는 사람들은 세상에 이미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자기 할 일을 열심히 하느라 패션 같은 데 신경 쓸 돈도 시간도 없는 사람들, 편한 복장을 선호하는 실용적인 여행자들, 옷이란 그저 추울 때 따뜻하면 되고 튼튼하고 관리가 편하면 좋다는 이들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런 옷에 사실 꽤 익숙한 편이다. 등산복 패션, 골프복 패션, 관광객 패션 등등은 모두 편안함을 극도로 중시하는 방식이다. 즉 옷에서 형식이라는 부분을 제외시킨다. 물론 편안하겠지만 이런 옷차림은 패션 파괴자 같은 놀림을 꾸준히 들어왔다. 그런데 상황이 조금 달라졌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과 실용성을 중시하고 있다. 유행하는 패션도 스포츠, 아웃도어 .. 2020. 10. 1.
프라다, 라프 시몬스, 2021 SS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협업으로 만든 프라다의 2021 SS 컬렉션이 얼마 전에 있었다. 기대가 좀 있었기 때문에 라이브로 지켜봤다. 이게 라이브가 없으니까 나중에 모아 올라오는 채널도 없고 그래서 챙겨보기가 좀 까다롭다. 이 컬렉션은 꽤 재미있었다. 젊고, 진중하고, 멋지다. 2020년 시점에서 보면 약간 옛날 스타일이라는 생각이 계속 들긴 했고, 그런 일종의 우아함이 방해 요소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구찌나 발렌시아가가 그랬던 것처럼 기존의 이미지를 갑자기 + 완전히 밀어 버리지 않으면 수가 잘 나지 않는 상황이다. 버버리가 컬렉션에서 헤매는 이미지를 주는 것도 그런 이유가 아닐까. 그렇다고 해도 이 컬렉션은 그런 생각을 살짝 뛰어 넘어 있었다. 무엇보다 미우치아 였으면 하지 않았을 거 같은 컬.. 2020. 9. 28.
노스페이스, 구찌, 헨더 스킴 최근 사카이, 하이크, 마르지엘라 등과 협업을 이어온 노스페이스가 올해는 브레인데드와 재미있는 컬렉션을 내놨었다(링크). 그런데 이번에는 구찌와의 콜라보 소식이 나왔다. 아직 별 건 없고 구찌 인스타그램(링크)을 통해 산, 텐트 나오는 영상을 하나씩 올리고만 있다. 야외 나오는 구찌 영상에 가끔 들리는 나팔 소리 같은 거 약간 좋아한다. 노스페이스 만큼 흥미진진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브랜드가 있나 요새 생각하는 데 구찌라니, 일단 지금 가고 있는 길에서 피크를 하나 찍는 거 같다. 사실 하이크, 마르지엘라, 브레인데드 등이 다들 노스페이스와 함께 하는 전혀 다른 세상을 보여줬기 때문에 과연 구찌는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내놓을 지 기대가 된다. 그런가 하면 헨더 스킴(Hender Scheme)과의 협업.. 2020. 9. 25.
thisisneverthat의 10년을 담은 책 thisisneverthat의 지난 10년을 담은 책 thisisneverthisisneverthat이 나왔습니다. 이 책에 소설가 정지돈은 브랜드를 흐릿하게 만드는 글(「이것이냐 저것이냐」)을, 그리고 저는 브랜드를 확장하는 글(「스트리트 패션과 유스 컬처」)을 실었습니다. 사이트도 있는데 재미있습니다(링크). 크고 두껍고 무겁습니다. 2020. 9. 11.
잡지 OOO-의 첫 번째 호 OOO-01이 나왔습니다 몇 번 예고 드렸던(링크) 잡지 OOO-의 첫 번째 호 OOO-01이 나왔습니다. 부제는 "켜다 | 끄다"입니다. 아래 링크를 찾아보시면 조금 더 다양한 내부 모습 등을 볼 수 있습니다. 판매 링크는 알라딘(링크) 예스24 (링크) 그리고 이외에 찾을 만한 곳에는 다 들어가 있습니다. 검색이 어려울 우려가 있는데 켜다 끄다 혹은 12월 미디어 검색하면 나옵니다. 부디 많은 관심과 구매 등등을 부탁드립니다. 우선 사실대로 말씀드리자면 OOO-를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대해 합의가 잘 이뤄지진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OOO-가 기호이기 때문입니다. 딱히 비밀 같은 건 아니므로 말씀드리자면 세상의 여러가지(O)들(OOO)을 꽤다(-) 뭐 이런 겁니다. 당고, 탕후루, 모둠꼬치. 그래도 부르는 방법이 있어야 겠는.. 2020. 9. 11.
옷의 내력표를 확인해 보다 나중에라도 옷의 사양, 자세한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오랜 시간 비슷한 옷을 만들어 왔다는 건 헤리티지가 있다느니, 1970년대에 자기네들은 뭘 했다느니 그런 것도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일은 자기들이 한 일을 잘 쌓아 놓는 일이다. 실수가 있었든, 명작이 있었든 언제든 확인할 수 있고 찾아볼 수 있고 그런 것들. 파타고니아에서 중고 제품을 파는 원웨어 사이트(링크)를 보면 제작년도는 꼭 나와있다. 뭐 아무도 몰라도 누군가는 찾고 있는 드문 제품이 저기에 나타나는 경우는 별로 없지만 아무튼 연도는 꼭 적혀 있다. R4 옛날 모델. 일단 이야기하고 싶은 건 대체 이 옷의 팔은 왜 이렇게 긴가 하는 점이다. 비슷한 용도의 다른 옷과 비교해 보면 약 5cm 정도 차이가 난다. 하지만 5c.. 2020. 9. 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