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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스펙스 마라톤 220 이야기

by macrostar 2023.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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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에 프로스펙스 쪽이랑 일을 몇 가지 한 적이 있는데 그때 선물로 받았던 운동화다. 근데 그 결과물이 나오지 않고 있음... 나왔는데 못 받은 건가. 아무튼 운동화를 받았지만 다른 신을 것들이 지나치게 많아서 가만히 두고 있다가 요새 날도 쌀쌀한 김에 꺼내서 몇 번 신어보고 있다. 그에 대한 가벼운 감상.

 

 

프로스펙스의 현재 중심은 워킹화와 라이프 리저화 같은데 그외에 몇 가지 라인이 있고 그중 오리지널 라인이라고 예전 복각, 레트로 분위기가 나는 라인이 있다. 거기서 나온 마라톤이라는 시리즈다. 요새도 나오는지는 모르겠는게 찾아보니까 무신사에는 있고 공홈에는 없다. 판매라인을 다양화하는 걸 수도 있고...

 

꾸준히 이것저것 내는 거 같은데 은근 덩치가 큰 회사고 나오는 제품도 상당히 많아서 브랜드 이미지가 정확히 정립되지 않는 감이 있다. 옛날에 잘 나갔던 이라는 문구도 요즘 세대에는 딱히 와닿지 않을 거 같다. 버질 아블로가 자기 세대의 추억인 AVIA 880을 비슷하게 만들어 루이 비통에서 내놨던 게 생각 나는 데 그런 것도 간단히 접근할 문제가 아니다.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있다면 좋을 거 같지만 목표가 방향이 아니다. 그냥 인상으로는 스케쳐스나 필라 같은 브랜드의 길을 따라가면 좋겠다 식으로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다. 

 

일단 인상은 전반적으로 뭉툭, 둥글. 기본적으로 나이키 코르테즈나 뉴발란스 327 같은 종류에 큰 호감을 가지고 있진 않은데 굳이 아주 크게 스니커즈 라인을 분류해 보자면 그 계열 안에 들어갈 생김새다. 327은 약간 다르긴 한데 합체 로보트 발 같아서 딱히 좋아히진 않음. 마라톤 200의 경우도 궁극적으로 뾰족을 향해 가는 느낌. 

 

운동화는 남에게 보이는 모습(위 사진 같은)과 자기에게 보이는 모습(아래 사진 같은)을 분리해 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둘 다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다. 괜찮은 소재를 쓴 거 같고 분명 레트로 지향의 재미있는 접근인데 좀 심심하다. 그 이유가 뭘까 생각해 보는 데 잘 모르겠다. 좀 넙대대 한 점? 그거 아마도 발볼을 넓히려다 보니 그런 거 같긴 하다. 단순한 색 조합이나 폰트가 문제일 수도 있다. 비슷하게 레트로의 현대화 노선인 오트리의 매력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면 레트로한 컬러와 폰트 그리고 촘촘함이다. 어쨌든 상당히 여러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심심함의 레벨을 끌어 올린다. 이럴 거면 아예 본격적으로 지루한 무언가를 만들어서 로디우스처럼 명성을 날리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자동차는 마구 사놓을 수 없지만 운동화는 하나쯤 가져다 놓을 수 있잖아.

 

 

이 운동화의 특이한 점이라고 하면 일단 푹신푹신하다. 이름이 마라톤이지만 마라톤할 때 쓰면 안 될 거 같다. 상당히 푹신해서 약간 과장하면 에어매트나 짐볼 위를 걷는 기분이 든다. 발목이 약하다면 흔들거림을 잡기가 조금 힘들다. 에어 류가 들어있거나 그런 건 모르겠고 밑창 자체가 꽤 푹신거려서 손으로 살짝 눌러도 쑥쑥 들어간다. 왜 이렇게 푹신거리는 건지 잘 모르겠고 앞으로 어떻게 될 지 궁금하다. 가지고 있는 뉴발란스 574는 오래되었더니 하도 밟아서 납작한 펠트처럼 되었는데 밑창이 맨 바닥보다 더 딱딱한 게 아닌가 싶게 빤빤하다. 앞으로 그렇게 될 거 같기도 하다.

 

뒤축이 높은 것도 약간 이상한 점이다. 딱딱하진 않지만 뻣뻣한 뒤축이 상당히 높게 올라와 있다. 윗등의 상대적 납작함과 비교해 이 비율이 이해가 잘 가지 않는다. 한참 생각을 해봤을 때 발볼을 넓히다 보니 쉽게 벗겨질 거 같아서 그런걸까 하는 생각까지 했는데 모르겠다. 아무튼 저 부분은 걸을 때 거슬리는 데 앞으로 부드럽게 사용감이 생겨야 그나마 괜찮아질 거 같다. 

 

몇 가지 거슬리는 점 이야기를 했는데 재미있냐 하면 재미있는 신발이다. 나이키와 반스, 뉴발란스, 아식스 등 자주 신는 신발과 다른 출발점과 지향점을 가지고 있다는 티가 많이 나고 그게 구석구석까지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하지만 그게 생긴 모습으로 정교하게 드러나지 않는다는 건 아쉬운 점이다.

 

멋지고 좋은 스니커즈의 종류가 많아져서 선택지가 많아진다는 건 좋은 일이다. 오리지널 시리즈 스웨트셔츠 같은 거 보면 프로스펙스 로고가 결코 별로인 건 아니다. 그리고 당시 일 때문에 자료 찾아보면서 느낀 게 국내 스포츠 계, 특히 비인기 스포츠 분야를 위해 여러가지 중요한 사업도 많이 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프로스펙스가 이왕이면 멋지고 폼나는 걸 많이 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맨 위에 말한 결과물이 나오면 하려고 했는데 시간이 꽤 흘러버려서 생각난 김에 해 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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