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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대 패션, 패션의 지루함 패션 vs. 패션이라는 책(링크)에서 패션이 재미가 없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패션은 결국 자기 만족의 영역이고 디자이너와 소비자라는 개인이 벌이는 여러가지 실험과 도전의 총합이었던 때가 있었지만 대기업 블록화라는 거대한 물결 속에서 구획되고 정제되어 가며 특유의 활력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물론 이건 안타까움 정도고 현실이 이러이러하니까 다르게 생각해 보자는 의견이었다. 상업과 글로벌화, 저변의 확대 등의 상황에서 이런 미래는 피할 방법이 없다. 그냥 아이가 크면 어른이 되는 것과 똑같다. 힙합의 메인스트림화와 스트리트 패션이 패션의 흐름을 바꿔놓은 지금 시점에서 이 재미없음은 약간 다른 형태를 가지게 되었다. 예컨대 패션이란 기본적으로 계층적, 계급적 분리를 가지고 .. 2021. 10. 16.
피코트, 연대, 라벨 트렌드로서 피코트의 시대는 지나간지 좀 된 거 같다. 앞으로 유행이 다시 온다고 해도 가볍고, 부드럽고, 따뜻하고, 커다랗고, 편안한 종류가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이런 모습은 무겁고, 딴딴하고, 몸을 감싸고, 근본이 군복인 피코트와 상당히 떨어져 있는 덕목들이긴 하다. 물론 유니클로 같은 패스트 패션 브랜드에서도 꾸준히 나오고 있고, 쇼트 피코트를 입는 사람들은 언제 어느 시대에나 있기 때문에 적당히 괜찮은 피코트는 스테디 셀러로 확연히 자리를 잡고 있다. 타이거 오브 스웨덴의 고트랜드 코트(링크). 송치가 생각나는 스웨디시 울이 매력 포인트. 이렇게 꾸준히 사람들이 있는 피코트의 또 다른 한편에는 빈티지를 찾는 사람들이 있다. 1930년대 즈음부터 미군에서 내놨고 조금씩 변해왔기 때문에 컬렉팅 아이.. 2021. 10. 14.
리모와, 송은, 구찌 100 등등 요새 뭔가 여러모로 좀 답답한 상황 속에서 타개책을 모색하던 중 진중한 시각적 자극이 필요한 듯해 여기저기 돌아다녔다. 그러한 과정과 결과들. 한남동에서 있었던 리모와의 "여행은 한 권의 책이다". 이 말은 패티 스미스가 한 말이라고. 뭐 몇 개의 가방을 가져다 놓은 작은 전시이긴 했는데 설명도 열심히 하고 그래서 볼 만 했다. 약간 의문은 지하철의 재현. 지하철 - 리모와 보다는 비행기 적어도 기차 혹은 고속버스 - 리모와가 좀 더 와닿는 콘셉트가 아닐까 싶었지만 설명에는 지하철 - 리모와라고 했음. 요새 나오는 지하철은 짐 놓는 선반도 없는데... 각진 빈티지 007 가방이 인상적이었음. 라디오가 붙어 있는 가방도 있었다. 붐박스랑은 좀 다름. 역시 이름이 새겨진 빈티지 리모와. 얼마 전에 개인화 패.. 2021. 10. 13.
패션의 정치성 하이스노비티에 프라다 인터뷰가 올라왔길래 읽어봤다(링크). 생판 모르는 내용은 없다지만 그래도 변화의 와중 속 최근의 행보는 특히 더 중요하게 바라볼 필요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 알려져 있다시피 이 분은 정치학 전공으로 60년대 말에 밀라노에서 대학을 다녔다. 이탈리아 공산당(PCI) 당원이었고 70년대 초반 밀라노의 여성 인권 운동에 참여했다. 또한 5년간 피코토 극장에서 마임 트레이닝을 받았고 5년 정도 공연을 했다. 반정부 그룹의 리더로 투옥되거나 하는 정도로 참여한 건 아니라해도 하이 패션 브랜드의 디렉터의 이력으로는 분명 흥미진진하다. 그리고 그런 과거에 대해 자주 이야기를 한다. 뭐 누구든 인터뷰를 한다면 굳이 막지 않는 한 그 이야기를 꺼내긴 하겠지. PCI 시절이나 정치학도 시절에는 몰라도.. 2021. 10. 7.
바쁜 심슨 패밀리, 발렌시아가와 루이 비통 얼마 전 발렌시아가의 패션쇼가 심슨 가족 에피소드의 형태로 소개되었다. 호머 심슨 뿐만 아니라 심슨 쇼의 네임드 캐릭터가 거의 모델로 등장하고 또한 뎀나 바잘리아나 안나 윈투어를 비롯해 여러 실제 패션계 캐릭터가 등장한다. 대략 내용을 보면 호머가 마지를 위해 싼 줄 알고 발렌시아가 옷을 샀다가 알고보니 너무 비싸서 반품하기 전 잠깐 입었는데 반품하면서 30분간 특별한 기분을 느꼈다 뭐 이런 이야기를 보내니까 뎀나가 그 이야기를 보고 마음이 동해 스프링필드에 와서 이벤트를 개최하는 뭐 그런 이야기. 영상은 여기. 그런가 하면 더 심슨은 루이 비통 200주년 기념 루이 200에도 등장한다. 루이 비통 매장 앞을 지나가다 설치된 화면에서 심슨이 나오길래 심슨이다! 했는데 찾기가 살짝 어려웠다. 그런데 내가 .. 2021. 10. 5.
코듀로이, Wale 코듀로이는 꽤 재미있는 소재다. 만드는 방법이 꽤 어렵다고 하는데 소비자 입장에서 굳이 알 필요가 있을까 싶기는 하다. 아무튼 나도 잘 모르지만 찾아보니까 코듀로이는 흔히 보는 플레인 위브, 트윌 위브와는 다르게 파일 직물이다. 파일 직물은 기반이 되는 그라운드 직물을 별도의 위사 혹은 경사로 고리 모양으로 파일(더미)을 형성한 후 다시 커팅해 고운 털이 서 있도록 만드는 직물이라고 한다. 개입하는 소재가 많기 때문에 그라운드 직물을 뭘 쓰는가, 경사 혹은 위사를 뭘 쓰는가 등등에 의해 다양한 특징이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파일 직물은 벨벳이고 벨벳의 약간 싼 버전으로 시작된 게 벨베틴이고 벨베틴과 비슷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 게 코듀로이다. 벨베틴과 코듀로이는 거의 같은데 골이 없고(벨베틴) 있고(코듀.. 2021. 10. 4.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 이야기 오래간 만에 중고옷 열전. 참고로 요새 이런 중고, 빈티지를 중심으로 한 패션을 아카이브 패션이라고도 하는데 예전에 유명했던 옷, 지금 패션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옷 정도에서 그치면 안되고 거기에 디자이너, 스트리트 패션의 무언가(프린트, 문구, 자수 등등)가 들어가 있는 것들이 꽤 인기가 좋은 듯 하다. 아니면 사시코, 리페어 등이 들어 있거나 혹은 라프 시몬스나 꼼 데 가르송, 헬무트 랑의 오래된 제품이거나 등등. 아무튼 오늘은 알파 인더스트리의 M65 자켓. 몇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 옷이다. 지난 중고옷 열전 이야기가 워크웨어, 아웃도어 순으로 나아갔으니 이제 밀리터리. 그렇다면 빈티지 실용복 계열이라면 다음은 운동복? 아무튼 그리고 사진의 베이지를 비롯해 블랙과 올리브도 가지고 있었는데 올리.. 2021. 10. 2.
패션위크 그외 등등 패션위크가 한창이다. 어떤 쇼는 코로나 시대의 무관중이고 어떤 쇼는 예전처럼 하고 있는 등 좀 섞여 있다. 디올은 무대가 재미있었다. 무대보다 사람이 지나갈 때마다 두 칸씩 착착 움직이는 게 재미있었음. 이건 영상으로 보는 게 이해가 빠르다. 옷은 아주 컬러풀해서 재미있었다. 스트리트 패션의 시대에 하이 패션에 남아있는 건 다양한 컬러와 구두, 가방이다. 발렌시아가 + 구찌도 그랬지만 이런 걸 보면 21세기라는 게 실감이 간다. 대체 무엇을 위해 하나의 가방 위에 두 개의 로고가 필요한 걸까. 요새 백화점 구경하다 보면 클레오 가방이 인기라는 걸 알게 되는 데 이번 2022 SS를 보니까 빨간색이 나왔더만. 이 가방은 하지만 휴대폰 겨우 넣겠던데... 이런 계열 니트 시리즈는 좀 웃겼다. 마가렛 호웰 뉴.. 2021. 9. 29.
발렌시아가의 콜라보 행진 얼마 전 발렌시아가가 포트나이트와 콜라보를 발표했다. 일종의 메타버스 캐릭터이자 실제 옷도 판매한다. 예전에는 티셔츠, 후드 같은 굿즈라면 무명씨 옷으로 만들었어도 별로 상관하지 않는 경우도 많았다가 길단, 러셀 어슬레틱 같은 조금 더 품질 좋은 것도 쓰다가, 이제는 명품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굳이 포트나이트 굿즈를 발렌시아가에서 만드나 생각할 수도 있고 포트나이트 굿즈인데 발렌시아가에서 만들었어! 할 수도 있고, 발렌시아가인데 포트나이트야! 할 수도 있다. 초점이 여러군데에 있다. 예전에 버버리 상어도 그랬지만 이쪽 계통에서는 저렇게 생긴 게 인기가 좋은가 싶다. 발렌시아가가 외계인에 꽤 꽃혀 있는 데 그런 면도 좀 있고. 3D 광고도 있다. 천장이 낮아서 조금 답답해 보인다. 한글로 리테일 로우라고.. 2021. 9.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