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패션695

디올, 2022, 서울, 워크 재킷 디올이 이화여대에서 2022년 가을 패션쇼를 개최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SS와 FW 사이의 Pre-Fall 컬렉션으로 작년 말에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링크) 공개 패션쇼는 처음이고 서울에서 열리는 패션쇼로도 처음이다. 이 컬렉션의 주제를 대강 말하자면 창조성이 돋보이는 여성 네트워크에 대한 경외(디올의 모토 중 하나는 단합을 통한 힘이다), 유니폼이라는 집단의 옷 안에 개성을 집어넣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함께 등장하는 캐서린 디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링크) 참고. 2차 대전 때 레지스탕스였고 여러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꽃을 기르고 판매하는 가드너가 되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은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 확장, 새로운 역할 균형 등을 .. 2022. 5. 1.
친환경은 패션이 아니다 지구의 날이다. "친환경"이 패션 트렌드 처럼 인식된 것도 한참이 지났다. 그동안 에코백, 리폼, 재생 소재, 재활용 소재, 친환경 소재 등등 여러가지가 유행으로 지나갔다. 하지만 친환경은 이제 더 이상 패션이 아니다. 그런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이제는 멋지고 폼나는 아이템처럼 인식되어선 안된다. 즉 친환경은 모든 패션에 들어가는 기본 장착템이 되어야 한다. 소재에 한계가 있듯, 입는 옷의 모습에 한계가 있듯 친환경 소재의 사용과 친환경적 디자인 등은 기본적인 한계가 될 수 밖에 없다. 강제 노동으로 만들어진 옷을 입으면 안되듯, 환경 기준을 준수하지 않고 그냥 원래처럼 평범하게 만들어진 옷을 입으면 안되는 세상이 되었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비용이 든다. 사람들은 비용을 후세에 전가하고 싶어할 테고 .. 2022. 4. 22.
디올의 2022년 가을 겨울 사실 디올의 2022년 패션쇼는 첫 등장 룩을 보고 재미없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패션에서 별 기능도 없는 테크놀로지 맛(하지만 정작 테크놀로지는 아닌) 처럼 시시한 게 없다. 트론이냐, 저게 뭐야. 대체 저 빛은 무엇을 위해 빛나는가. 위 사진은 디올 홈페이지(링크). 그래도 패션쇼는 나름 재미도 있고 생각해 볼 만한 것들도 있었다. 스트리트 패션이 힙합과 함께 메인 스트림으로 등극을 하면서 기존의 하이 패션과 섞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바뀌기 시작한 건 아마도 기준점이다. 기존의 멋짐, 시크함, 패셔너블함 등은 다양성 등 시대 정신을 포섭하며 새로 방향을 잡았다. 이는 또한 기존의 기준이 극적으로 치달은 Y2K 패션에 대한 반발에서 비롯되었다는 이야기(링크)를 이전에 했다. 하지만 문제가 좀 있는데 스트.. 2022. 4. 12.
탐탁치 않은 Y2K 트렌드 요즘 Y2K 트렌드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다. 2000년대라고 하지만 벌써 20여년 전이니 패션의 사이클을 생각하면 충분히 돌아오고도 남을 시기다. 게다가 Y2K의 세기말적 패션이 담고 있는 특유의 기괴함은 분명 밈이 된 패션을 보자면 솔깃한 구석이 있다. 그렇지만 이 시대의 패션에 대해서는 곰곰이 생각해 볼 것들이 있다. 아버크롬비 & 피치, 홀리스터, 빅토리아 시크릿 등등 패션이 품고 있던 성별 구분과 전통적 몸의 형태에 대한 논의와 간섭이 극대화된 시기였다. 당시 패션이 지니고 있던 배타성은 백인 중심 주의와 계층 주의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사실 그 이후 21세기의 패션은 다양성과 자기 몸 긍정주의를 중심으로 당시 패션이 극적으로 치달았던 세계관의 오점을 극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미.. 2022. 4. 8.
패션에서 진짜란 무엇인가 책 패션 vs. 패션(링크)에서 패션 브랜드 질 샌더와 질 샌더 여사의 유니클로 +J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권리가 브랜드 이름에 묶여 있고 패션이 런칭 디자이너의 이름을 쓰는 전통을 가지고 가는 한 이 문제는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패션이 대량 생산 공산품이 된 이상 이 문제는 더욱 복잡해지고 있다. 게다가 로고가 두 개 들어 있다고 콜라보 신제품이 되는 시대다. 최근 크림과 무신사의 에센셜스 사건을 보면 공산품을 제 3자가 보면서 과연 어떤 식으로 진짜를 구분해야 하는 문제가 다시 표면으로 올라온다. 다이아몬드나 금 감정, 예술품의 감정과는 다르다. 본체가 고유의 가치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패션에 고유의 가치가 있을까. 로고나 소재, 만듦새 모두 사실 고유의 가치라 할 수는 없다. 디자이너가 .. 2022. 4. 4.
크레이그 그린이 뭘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크레이그 그린이 뭘 하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어디에 쓰는 건지도 잘 모르겠고, 어떻게 입고 다니는 건지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팔리는 제품들을 차곡차곡 만들고 있고 캠페인과 컬렉션은 계속 멋지고 근사하다는 게 확실하다. Craig Green Moncler 6 2022 SS 크레이그 그린은 뭔가를 만드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랐다. 대부는 소파 덮개를 씌우는 일을 했고, 엉클은 카펜터에 벽돌공이었다. 아버지는 배관공이었고 어머니는 걸스카우트 리더였다. 이렇게 무엇인가를 만드는 일은 대학을 진학하면서 조금 더 예술적인 측면으로 나아가 조각을 전공으로 하게 했고(BA) 여기서 더 나아가 패션을 공부했다(MA). 진학 전까지 패션 경험이 전혀 없어서 학교에서는 부정적이었지만 뭔지 모르는 건 해봐야 알지 않겠.. 2022. 3. 31.
유행의 물결 1. 아무래도 하는 일이 패션 관련된 뉴스를 꾸준히 챙겨보는 일이다 보니 유행의 흐름 같은 건 대충 알고는 있게 된다. 하지만 언론에서 전해주는 것들, SNS에서 보이는 것들 말고 은근히 유행을 하고 사라지는 것들이 있다. 그런 것들은 아주 피크인 상태의 소규모 집단 같은 것들도 있고(관련 커뮤니티나 스타일리시한 연예인 집단 등등) 범대중적인 것들도 있다. 그들만의 리그 같은 건 파악도 어렵고 사실 알게 뭐냐 싶은 생각이 있지만 범대중적인 패션은 꾸준한 출퇴근만 가지고도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뭔가가 스르륵 나타났다 사라지는 분위기가 종종 감지되는 데 그런 걸 느끼는 걸 재미있어 한다. 2. 하지만 코로나로 재택 시대가 시작되면서 그런 흐름을 놓치게 되었다. 사실 변하지 않을 거 같은 일상이라는 것도 정.. 2022. 3. 24.
트레메인 에모리, 누르 아바스 최근 인사 이동이 여기저기서 보이는 데 그중 눈에 띄는 두 가지. 우선 슈프림 NY이 새로운 디렉터로 트레메인 에모리를 영입했다. 트레메인 에모리는 노 베이컨시 인(No Vacancy Inn), 데님 티어스(Denim Tears) 등으로 널리 알려진 분이다. 기본적으로 패션 - 음악 - 미술 등 여러 아트 활동 사이의 커뮤니티를 오가며 영역을 확장해 가고 흑인 역사, 문화 등을 연결하고 거기서 영감을 얻고 주변에 영감을 뿌리는 타입이다. 니들스나 카피탈 같은 브랜드를 좋아하는 거 같은데 위 사진도 보면 상당히 보로한 느낌이 든다. 슈프림에서 작업을 시작했고 제임스 제비아와 함께 일하는 식으로 진행해 나갈 거 같다. 그리고 칸예의 이지(Yeezy)가 디자인 디렉터로 누르 아바스를 영입했다. 누르 아바스는 .. 2022. 3. 24.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를 보고 오다 DDP에서 하고 있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 절대적 전형' 전시를 보고 왔다.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에 들어온 이후 만들어 온 시즌과 그 주변을 떠도는 영감의 출처를 보여주는 전시다. 사진은 인스타그램에 올렸는데 여기(링크)를 참고. 설명에 의하면 아키타이프는 결코 재현될 수 없는 본래의 원형을 뜻하는데 그게 바로 절대적 원형이다. 내재되어 있는 집단 무의식 같은 게 아니었나... 같은 의미인가. 아무튼 전시의 좋은 점이라면 이걸 보고 있으니 미켈레가 짧은 시간 동안 참 많은 일을 했군 이런 생각이 든다. 예약만 받는 무료 전시라 간단히 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이것저것 뭐가 많아서 나름 시간이 좀 들었다. 모티브로 나온 것들이 원형, 원본인가 하는 의심이 들긴 했는데 생각해 보면 그건 또.. 2022. 3.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