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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올, 2022, 서울, 워크 재킷

by macrostar 2022.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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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올이 이화여대에서 2022년 가을 패션쇼를 개최했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SS와 FW 사이의 Pre-Fall 컬렉션으로 작년 말에 선보인 적이 있었는데(링크) 공개 패션쇼는 처음이고 서울에서 열리는 패션쇼로도 처음이다. 이 컬렉션의 주제를 대강 말하자면 창조성이 돋보이는 여성 네트워크에 대한 경외(디올의 모토 중 하나는 단합을 통한 힘이다), 유니폼이라는 집단의 옷 안에 개성을 집어넣는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고 이 이야기에 함께 등장하는 캐서린 디올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링크) 참고. 2차 대전 때 레지스탕스였고 여러 훈장을 받았다. 그리고 전쟁이 끝난 후 꽃을 기르고 판매하는 가드너가 되었다.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의 디올은 페미니즘, 여성의 권리 확장, 새로운 역할 균형 등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그렇다고 전복적이거나 개혁적이진 않다. 과거의 패션이 추구하던 여성성에 대한 열망과 동경을 이어받고 있다. 그럼에도 바로 그 자리에서 새로운 균형을 찾아나간다. 이런 점에서 로브 기브한 같은 분은 그라치아 치우리의 가부장제적 한계(링크)에 대해 말하기도 한다. 아무튼 페미니즘 이야기에 대한 질문에 어머니, 할머니 이야기의 위대함 이야기를 꺼내면 약간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

 

그럼에도 디올의 패션이 이 시점에서 어떤 의미를 가질 수 있을까. 디올은 디올의 역할과 범위가 있다. 물론 페미니즘을 전면에 내세우고 그걸 포지셔닝하고 있는 상업성에 대해 갸우뚱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혁명에 나서지 않는 디올이라고 비판하기는 어려운 일이다. 디올의 고객들은 주로 기존의 부유층이고 이들은 지금의 사회 구조 안에서 그 자리를 점유하고 있다. 래디컬한 구조적 개혁은 사실 이들의 점유권을 박탈할 가능성을 포함한다.

 

그러므로 딱 그 자리에서 생각을 달리하는 법, 여성성은 함정이라는 문구를 앞에 두고 미래를 바라보는 방법에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라치아 치우리의 패션이 여전히 지향하고 있는 기존의 성적 역할 경향과 제도적 불완정성에 대해 불만을 가질 수 있고 그런 비판을 계속 해가는 게 그라치아 치우리를 새로운 단계로 이끌 수 있다고도 생각하지만, 디올이라는 커다란 이름 안에서 적당히 멈추고 있진 않는다는 점은 분명 생각은 해볼 수 있다. 또한 상업적으로도 효과도 아주 좋다. 이런 균형 감각은 특히 어려운 일이고 LVMH 같은 회사가 이 분을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지 가늠해 볼 수 있다. 

 

 

이번 패션쇼는 스케이트 보드에서 시작해 보드장을 오고가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모델이 걷다가 부딪치는 경우를 봤는데 동선이 약간 꼬여있긴 하다. 야외 패션쇼라 그런 건지 바닥 색과 조명 때문에 전반적으로 너무 노랗게 나오는 건 좀 그랬다. 이 컬렉션에는 워크 재킷과 봄버, 운동복과 시스루 드레스, 홀터넥 등등 다양한 형태의 옷이 들어있다. 이 글에서 바라보고자 하는 워크 재킷 류에도 초어 재킷, 커버올 타입 뿐만 아니라 집 자켓, 봄버, 퀼팅 재킷 등 여러가지가 나온다. 

 

디올이나 지방시, 셀린느 등의 브랜드가 최근 워크 재킷 계열을 재해석하는 모습과 어떤 옷과 함께 매칭을 하고 어떤 분위기를 연출하려고 하고 있는가 하는 점은 포멀과 비즈니스 웨어가 통채로 새로운 형식 단계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유심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같은 카테고리의 옷을 가지고 칼하트 같은 브랜드도 있고, 유니클로 같은 브랜드도 있고, 윌리 차바리아 같은 브랜드도 있고, 디올 같은 브랜드도 있다.

 

 

위 사진은 모두 디올 공식홈페이지(링크).

 

 

 

패션쇼 영상은 위 디올 공식 홈페이지에도 있고 유튜브에도 올라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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