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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 정장 연합체 혐오론 이야기의 출발점은 넥타이다. 넥타이는 남성복의 일부를 구성하고 있다. 남성복의 기본은 정장 차림이고 여기서 빠질 수 없는 액세서리다. 얼마나 중요하냐면 다른 모든 옷이 결국은 넥타이를 감안해 설계되어 있다. 슈트의 상의인 재킷은 왜 V자 형태를 하고 있을까. 정장에 입는 코트는 왜 또 V자 형태를 하고 있을까. 넥타이 자리를 만들고 보여주기 위해서다. 라펠은 어떨까. V자를 만들다 보니 접혀져야 하고 그걸 좀 점잖게 자리를 잡아주다 보니 지금의 모양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 셔츠는 왜 저렇게 생겼고 단추는 목 끝까지 올라올까. 넥타이를 메기 위해서다. 이렇게 구성된 몸 상부의 모습에 맞춰 하부도 구성되어 있다. 몸을 두르는 일차적 목적과 소위 격식을 차리려는 이차적 목적 모두를 만족시키면서 시간이 흐르다.. 2022. 12. 6.
에스모드 졸업 전시회 2022 작년에 이어 올해도 다녀왔다. 확실히 학생들이 내놓은 패션은 여러가지 감흥을 불러 일으킨다. 뭐하는 걸까 싶기도 하고 불타오르고 있구나 싶은 것도 있고, 저건 팔아도 되겠는데 싶은 것도 있고. 슬렁슬렁 구경만 했지만 사람들의 질문에도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다들 열심히다. 아무튼 올해 졸업 전시에는 프린트와 타이 다잉 같은 게 상당히 많다는 게 눈에 띄었고 몸 자체에 대한 관심도 몇몇에서 잘 드러났다. 올해는 돌체 앤 가바나와 협업으로 진행되었다. 보도 자료를 보면 에스모드 서울 여성복, 남성복 전공 열아홉명(19)의 학생 디자이너들이 돌체앤가바나의 무드에 자신만의 유니버스를 녹여낸 창의적인 뉴룩 컬렉션을 완성하는 것으로, 이를 위해 학생들은 올해 3월부터 개인당 10개룩을 구상해 일러스트와 테크니컬 드로잉.. 2022. 12. 6.
위기의 발렌시아가 사실 위기는 뎀나 바잘리아 쪽이지. 발렌시아가야 뭐 케링이 알아서 잘 살려 놓을테니까. 아무튼 뎀나 바잘리아의 발렌시아가가 위기를 맞이하고 있다. 문제가 된 광고 캠페인은 두 개로 하나는 본디지 테디 베어를 손에 쥐고 있는 어린 아이의 사진. 차일드 포르노가 연상되는 광고다. 또 하나는 아디다스와 콜라보 가방 광고인데 가방 아래 놓여있는 문서는 아동 포르노의 광고 활용이 수정헌법 제 1조를 위반할 혐의는 없나에 관한 대법원의 문서라고 한다. 보다시피 두 광고는 연결되어 있고 대놓고 도발을 하고 있다. 한때 패션 브랜드 특유의 성적, 인종적, 민족적 농담은 패션이라는 창조성이 극단적 자율성에서 가능하다는 이유로 무난히 받아들여졌다. 사실 조금 더 정확히 말하자면 하이 패션의 본진 유럽의 백인들이 자기들끼리.. 2022. 12. 4.
자라 + 아더 에러 Cycle A to Z 자라 + 아더 에러의 새 시즌이 출시되었다. 저번 컬렉션은 가서 봤는데 올해는 아직 못봤다. 오늘 신사동 갈 일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 동선을 짤 수 있을까 싶긴 한데(강남점이 아무래도 제일 좋다) 아직은 모르겠음. 유니클로 + 마르니도 오늘 나왔는데 이왕이면 한 번에 보고 싶다는 생각도 있긴 하지만 자라 + 아더 에러는 뭐 볼 만 한게 남아있을까 싶기도 하고. 유니클로 + 마르니는 이번 시즌이 일단 마지막이라고 한다. 아무튼 돌아다니면서 찾아봐야 하는 사람은 이렇게 피곤해. 이 컬렉션은 좀 재미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이름인 Cycle A to Z는 A(아더 에러) to Z(자라)다. A와 Z의 연결, 과거 현재 미래의 연결 그리고 Z에서 A로 다시 시작의 가능성을 의미한다. 서로의 이미지가 나름 남아있으.. 2022. 12. 2.
피쉬테일 파카, 모즈 파카 피쉬테일 파카 시즌인지 요새 많이 보인다. 몇 해 동안 유행이었기도 하고 많이들 가지고 있으니 이럴 때 입어야겠지. 보통 피쉬테일, 피시테일 파카라고 쓰고 모즈 파카라고도 쓰는 데 원래는 약간 다르다. 피쉬테일 파카가 가장 큰 카테고리고 그 안에 모즈 파카가 속해있다. 하지만 요새는 다 그냥 피쉬테일로 부른다. 아무튼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M-51과 M-65다. 소위 야상이라고 부르는 M-51 필드 자켓과 M-65 필드 자켓이 따로 있다. 같은 숫자끼리 겹쳐 입는 게 기본 원칙이긴 했을텐데 일상 용도로 그렇게 입는 사람은 거의 없을 거 같긴 하다. 불편하고 숨막히고 무게에 비해 추워. 이게 M-51이다. M-1951이라고도 한다. 1951은 예상할 수 있듯 연도. 한국 전쟁 때 너무 춥고 특히 1950.. 2022. 11. 29.
바라클라바에 대한 약간의 의문 바라클라바는 얼굴을 뒤덮는 마스크를 말한다. 원래는 울 니트로 만들었다는 데 지금은 플리스, 다운, 고어텍스 등 다양한 소재들이 활용된다. 얼마 전 이야기 한 볼끼, 남바위(링크)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다. 바라클라바라고 하면 뭔지 잘 모를 수 있는데 스키 마스크라고 하면 조금 더 상상이 잘 된다. 사실 바라클라바는 지역 이름이다. 지금도 러시아가 전쟁을 벌이고 있는 크림 반도에 바라클라바라는 곳이 있다. 지도 찾아보면 발라클라바라고 나온다. 1800년대 말 영국, 오스만투르크, 프랑스 연합군과 러시아 간의 크림 전쟁 중에 있었던 바라클라바 전투에서 이름이 나왔다. 당시 영국군의 활약이 상당해서 나중에 여러 이야기에서 등장한다. 수적 열세에도 불구하고 횡대로 길게 서서 열심히 싸워 상대를 착각하게 만드.. 2022. 11. 25.
포터 가방의 경년 변화 포터 가방 홈페이지를 보면 금속 패스너 부분이 쉽게 도장이 벗겨지도록 만들어 놨다고 되어 있다. 경년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서다. 사실 탱커 시리즈를 비롯해 많은 시리즈가 나일론이나 폴리에스테르 등 합성 소재로 되어 있는데 이런 소재는 색이 흐리멍텅해지며 꽤 지루하게 나이를 먹는다. 면 데님이나 캔버스 같은 박력은 없음. 이런 걸 나름 재미있어 할 수도 있긴 하지만 변화가 잘 느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런 방면으로 인기를 끌만한 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포터는 쇠장식류에다가 의도된 탈색 유도를 넣어놔서 조화를 시켜놨다. 가능한 쉽게 만날 수 있는 와비 사비. 과정의 지리함은 역시 쉽지 않기 때문에 청바지 같은 경우에도 요즘엔 아주 빠른 시간 안에 한꺼풀 벗겨지면서 나름 괜찮은 모습이 나오도록 되어 있는 경우.. 2022. 11. 24.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나갔다 2015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어 변화를 이끌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구찌를 나갔다. 어제 WWD에 루머 뉴스가 뜨더니 바로 오늘 알레산드로 미켈레가 인스타그램에 나간다는 포스트를 올렸다. 이런 움직임에 대해 케링의 CEO인 프랑소와 앙리 피놀트의 경영 스타일이라는 이야기도 있고 알레산드로 미켈레에게 구찌를 맡긴 장본인인 마르코 비자리와의 예전 같지는 않은 관계 뭐 이런 이야기들도 있기는 한데 그런 거야 별로 중요한 지점은 아닌 거 같다. 인사 포스팅을 올린 게 조금 재미있다. 케이팝 스타 같은데... 보테가 베네타의 다니엘 리는 잘 팔리고 평가도 좋았지만 떠났던 걸 기억해 보자면 이게 단지 매출이나 평가의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된다. 구찌는 2016년부터 2020년 정도까지 믿기지 않을 정도의 .. 2022. 11. 24.
연이 닿지 않는 칼하트 얼마 전에 잔뜩 가지고 있는 필슨의 옷에 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이렇게 연이 잘 닿은 옷이 있는가 하면 좀처럼 연이 닿지 않는 옷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대표적인 게 칼하트다. 칼하트 옷은 거의 가지고 있는 게 없다. 어쩌다 눈에 띄어 급작스럽게 사들였던 것도 사이즈나 용도 등의 문제로 방치되어 있는 것도 있고 팔아버리기도 했다. 어지간하면 옷은 꼭 쥐고 있고 싶은데 잘 되지 않는다. 아무튼 왜 연이 잘 닿지 않는가를 생각해 보면 가격의 문제가 크다. 국내 중고 시장에서 요 몇 년 간 필슨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었고 칼하트는 과대 평가되는 경향이 있었다. 필슨의 울 매키노 크루저와 칼하트의 디트로이트가 비슷한 가격, 혹은 크게 차이나지 않는 가격에 거래가 되고 있으면 그냥 필슨을 향해 버리.. 2022. 11.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