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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튼 싱클레어의 더 정글

by macrostar 2024. 7.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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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웨어의 초기 역사를 찾아보다 보면 업튼 싱크레어의 1906년 소설 더 정글에 대한 이야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 책이 노동자의 안전, 위생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고 이게 대량 생산되는 현대적 작업복의 탄생으로 이어졌다는 거다. 이 책은 리투아니아에서 이민을 와 시카고의 도축장에 취직한 사람과 그의 가족에 대한 이야기다. 노동 계급의 빈곤, 부족한 사회 지원, 혹독하고 불쾌한 생활 여건, 비위생적인 노동 환경 등을 다큐멘터리 식으로 이야기한다. 업튼 싱클레어가 실제로 취직해서 경험을 했다고 한다. 

 

 

 

이 책은 꽤 많이 팔리고 정치적으로도 관심을 받는데 대중의 관심을 끈 가장 큰 이슈는 저자의 목적인 노동 실상의 고발이 아니라 육류의 위생 상태에 대한 의심이었다. 소설에서 가격을 위해 품질이 낮은 고기를 사용하고 노동자들이 탱크에 빠져서 고기와 함께 갈아져 라드 제품이 되는 충격적인 이야기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사회주의를 옹호한다는 이유로 나치에서도 금서가 되고 미국에서도 의심을 받았는데 아무튼 육류의 위생 문제 고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결국 루즈벨트는 조사를 시행했고 이에 기반해 육류 검사법과 순수 식품 및 의약품법이 만들어진다. 이를 시행하던 농림부 소속 화학국은 1930년에 FDA로 재개편된다. 

 

즉 더 정글의 영향은 FDA까지 이어지지만 워크웨어와는 큰 관련이 없다. 노동자의 현실 고발을 보고 사람들이 걱정한 건 글 주변에 흘러가던 자기가 먹는 밥의 위생 상태다. 물론 위생 문제가 걸려있으니 시카고 도축장 노동자들의 의복이나 청결 상태에 대해서도 재점검이 들어갔을 거고 더 큰 피해(=비용)를 막기 위해 돈을 좀 써야 한다는 걸 사업가들은 어느정도 깨닫게 되었을 거다. 아무튼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은 세상은 의도대로 움직이지 않고 특정한 목표를 가지고 글을 쓰는 저자 같은 경우 더욱 그렇다.

 

시기적으로 본다면 맞기는 하다. 19세기 말, 20세기 초반부터 집에서 덧옷으로 만들어 입던 작업복은 공장의 대량 생산 체제로 바뀌어 갔다. 또한 이 시기는 농업에서 공장으로 산업 기반이 바뀌는 시기이기도 하고 자본주의의 문제점이 고도화되던 시기이기도 하다. 농장에서 공장으로 옮겨온 노동자들은 그나마 기계의 위협으로 부터 조금이라도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옷을 입었고(사실은 평소에 입는 옷이 더 더러워지지 않게 하는 게 더 중요했다), 공장에서는 유니폼처럼 만들어 보급하며 소비자와 투자자들에게 공장의 신뢰도를 높이는 역할도 했다. 

 

워크웨어 도입과 연관해 볼 수 있는 또 다른 이야기로는 더 정글에 의해 정육업계에 대한 불신이 팽배하던 시절 캔사스 주 위치타에 문을 연 화이트 캐슬은 이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을 바꾸는 걸 최우선의 과제로 삼고 매장의 인테리어를 스테인리스 스틸로 하고 직원들에게 깨끗한 유니폼을 입도록 했다. 화이트 캐슬은 최초의 패스트푸드 체인으로 인식되고 지금도 작은 정사각형 햄버거 슬라이더는 잘 팔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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