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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야트의 투타, 커버올

by macrostar 2024.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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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야트(Thayaht)는 1900년대 초반 이태리 미래파 운동에 참여했던 예술가이자 디자이너인 에르네스토 미카헬레스의 가명이다. 그는 1919년 저렴하고, 바느질과 재단이 쉽고, 원단 낭비가 최소화되고, 모든 사람, 모든 상황에 적합한 유토피아적 의류로 투타라는 커버올을 개발했다. 그리고 지역 신문에 재단 및 재봉 지침을 개제해 누구나 만들어 입을 수 있도록 했다.

 

 

투타는 커버올, 점프 슈트의 초기 개념을 제시했지만 처음 등장한 건 아니었다. 앞치마, 덧옷에 가까운 옷들이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1700년대부터 사용되고 있었고 특히 1917년 영국 해군은 시드콧 플라잉 슈트를 개발했다. 세 겹으로 되어 있는 이 옷은 하나는 버버리의 개버딘, 또 하나는 모피, 마지막은 실크로 이뤄져 임무 중 저온에 대비했다.

 

 

1918년 RAF의 207 Squadron. 사진은 임페리얼 워 뮤지엄(링크). 1916년 호주군 소속 Frederick Sidney Cotton가 항공기 작업을 하다가 옷을 갈아입을 시간조차 없어서 전신 작업복을 입은 상태로 비행에 나섰고 이 옷이 비행에 괜찮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917년 말 영국의 항공 위원회는 시드콧 플라잉슈트가 작전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Robinson & Cleaver에서 디자인을 완성하고 제작했다. 왼쪽 둘이 입은 게 전형적인 시드콧 플라잉 슈트. 오른쪽 분이 입고 있는 건 최근에도 볼 수 있는 전형적인 작업용 커버올의 모습이다. 하지만 안에 모피 같은 게 보인다.

 

 

위 광고를 보면 겉면은 러버 모슬린이 들어 있는 카키 트윌에 모헤어 라이닝이 붙어 있다고 한다. 아무튼 점프슈트는 이후로도 오랫동안 발전하며 워크웨어 기반 패션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또한 투타도 여전히 여러 실험정신이 충만한 이들에 의해 재현되고 있다. 

 

 

 

타이야트는 1930년대 이후 당시의 여러 미래파 예술가들처럼 무솔리니 지지에 나섰다고 한다. 그렇게 작품 활동을 하다가 1936년 은퇴해 과학과 천문 공부에 매진했고 2차 대전이 끝난 후 마리나 디 피에트라산타에 있던 그의 여름 별장을 중심으로 UFO를 연구하는 기관을 설립했다. 이후 195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많은 UFO 목격담을 수집하고, 관찰하고, UFO 목격 패턴에 대한 이론을 제시하고, 책과 보고서를 내고, 초심리학을 연구하고 뭐 그런 일을 했다고 함.

 

다시 투타의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투타는 당시 고급옷의 대명사라 할 오트쿠튀르의 정반대편에 있는 모두를 위한 옷이고 옷의 발상과 활용 자체가 이데올로기 적이다. 그렇지만 이 옷은 당시 피렌체 상류층 사이에서 유행했다고도 한다. 참고로 디자이너가 만든 최초의 패셔너블한 점프 슈트는 엘자 스키아파렐리가 1930년대에 선보였으니 커버올의 작업복으로의 역사도, 패션으로의 역사도 꽤 긴 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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