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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109

패셔너블함의 기준이 바뀌고 있다 1. 현재 트렌드를 주도 하고 있는 건 물론 구찌라고 생각하지만 가장 "건설적"인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건 발렌시아가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패션쇼 - 2018 SS 남성복 - 에 대해, 그리고 패션과 트렌드라는 큰 틀의 움직임에 대해 최근 정말 많은 생각을 해보고 있다. 뎀나 즈바살리아에 대해 이런 이야기(링크)를 적었었다. 2. 최근에 쓴 어떤 원고에서는 이런 이야기를 했다. ...기존의 스타일리시한 모습은 패션 브랜드들이 미디어를 통해 만들어 낸 것들이다. 식스팩의 근육질 남성이나 말랐으니 더 멋지다고 표현되는 여성의 모습은 어느덧 많은 이들의 눈에 익숙한 표준이 되었고 그러다보니 저런 광고를 보면서도 어느 부분에서 문제가 있는 건지 인식도 잘 안되는 경우도 많아졌다. 세상의 흐름에 따라 .. 2017. 8. 26.
하이 패션의 유아적 퇴행 분위기 이번 주 패션 칼럼에서는 옷을 멋대로 입자, 남이 뭘 입든 뭐라 할 이유가 없다(링크)는 이야기를 썼다. 이건 거기서 연결 되는 이야기인데 스케일이 약간 더 크다. 그래서 물리적 분량의 한계가 분명한 위 칼럼에서는 조금 다루기가 어렵고 또 다른 기회 같은 게 있을 지 잘 모르겠다. 그래서 여기에 일단 적어 놓는다. 우선 멋대로 입는 건 물론 좋은 일이다. 그리고 그런 자유를 획득하기 위해서 적어도 맥락과 내용을 파악할 의무가 있다. 프린트나 상징 같은 것들은 이미 멋대로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멋대로는 제멋대로를 뜻하는 게 아니다. 또한 옷과 패션을 좋아하고 그에 대한 이야기도 쓰고 있는 사람으로서 물론 옷과 패션에 관심을 가지면 재미있는 게 많다고 언제나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그렇게 관심을 가.. 2017. 8. 16.
좋은 옷은 어쨌든 좋은 옷이다 꽤 옛날 일인데 질 샌더 티셔츠를 아주 오랫동안 입은 적이 있다. 그냥 심플한 블랙 티셔츠였지만 나로서는 당시까진 듣도 보도 못한 질감에 역시 경험해 본 적도 없는 까만 색이었다. 뭔가 이상한 재단이 들어가 있어서 반듯하게 접히지도 않았고 그 덕분인지 이상하게 몸에 잘 들어 맞았다. 물론 12번 세탁하면 낡은 티셔츠가 되겠지만 기본적으로 아주 천천히 낡아갔는데 처음의 모습 중 가장 중요한 부분 - 예컨대 쉐이프와 컬러 - 이 거의 완벽하게 유지된 상태로 몇 년을 용하게 버티다가 어느 타이밍이 되는 순간 모든 게 무너지는 식으로 생명을 다했다. 물론 티셔츠 치고는 비쌌지만 그렇다고 요즘처럼 아주 비싼 것도 아니었는데 소재부터 착용감, 수명까지 모든 면에서 상당히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 2017. 8. 7.
패션에서 다양성의 확보 며칠 전에 쓴 패션 칼럼(링크)에서는 패션이 광고나 화보를 통해 보내는 이미지의 강력함, 그리고 이에 대한 규제의 경향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이 이야기는 프라다의 포스터 걸 캡슐 컬렉션 이야기를 하면서 잠깐 떠들었던 이야기와 조금 연결이 된다(링크). 이건 물론 야하고 외설적인 걸 막고 이런 이야기가 아니다. 그런 게 넘쳐 날 수 있다면, 그런 걸 제어할 수 있고, 멍청한 범죄로 연결되지 않을 수 있다면 좋은 일이다. 큰 목적과 방향은 정신적 건강함의 회복에 가 있다. 그리고 정신적 건강함이란 건전한 것들만 본다고 만들어 지는 게 아니다. 여튼 몇 번에 걸친 칼럼에서 문제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그 해결 방안으로 다양성의 확보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여기서 다양성이란 주체(생산자), 객체(소비자) 모두.. 2017. 8. 3.
브랜드 충성심은 보다 악화되는 추세다 최근 들어 스트리트 패션이 본격적으로 디자이너 패션에 자리를 잡으면서 생기는 현상들에 대해서 몇 가지 이야기를 썼다. 발렌시아가의 뎀나 즈바살리아에 대한 이야기도 했고(링크), 티셔츠 셀링이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현상(링크)에 대한 이야기도 했다. 이십 년 정도를 이어온, 좀 더 가깝게 잡자면 티시의 지방시부터 시작했다고 쳐도 십여년을 이어온 스트리트 패션의 부상이 이 판을 본격적으로 바꾸고 있다고 해도 틀린 말은 아니다. 그리고 그것들은 좀 더 근본적인 곳을 향하고 있다. 물론 그 현상에 대해 투덜거리는 이야기를 썼지만 그 방향은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 이걸 어떻게 극복해 내느냐가 관전 포인트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며칠 전 뉴욕 타임즈의 바네사 프리드만이 최근 유권자들의 투표 경향과 관련해 소비.. 2017. 7. 10.
유니클로 울 80%에서 울 30%까지 트위터에서 유니클로 이야기를 잠깐 하다가 생각난 김에 살짝 적어 본다, 제목은 유니클로 피코트 이야기다. 예전에는 울 80 / 폴리 20이었는데 울 50 / 나머지 50으로 바뀌었다가 작년에는 울 30 / 나머지 70이 되었다. 피코트의 울 함유율 변화는 나름 기본기에 충실했던 유니클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예라고 생각한다. 뭐 따지고 보면 피코트의 기능성을 충족시키기 위해서 어떤 울을 썼는지 얼마나 촘촘 튼튼하게 만들었는지 등등 여러 요소들이 있겠지만 여튼 울 80%라는 명목상의 기본기가 이제는 사라졌다. 다른 옷도 비슷한 경향이 있는데 물론 아직은 다른 브랜드의 옷에 비해 소재에 있어 나은 면이 남아 있지만(슈피마 코튼 100% 티셔츠 정가가 여전히 9900원이다) 분명 어느 지점에.. 2017. 7. 8.
2018 봄여름 남성복 패션쇼에 대한 단상 사실 남성복 패션쇼라는 게 딱히 할 게 없기 때문에 고만고만한 것들만 잔뜩 나오기 마련인데 스트리트 패션이 메인스트림에 자리를 잡고 젠더리스 등의 트렌드가 본격적으로 자리를 잡으면서 그래도 좀 복잡다단해 졌다. 이번 시즌은 그 혼란을 그대로 보여줬는데 - 그게 패션위크의 매력이라는 점에서 좋은 점이기도 하다 - 남성용 스커트와 원피스가 잔뜩 나온 톰 브라운의 쇼도 있었고 그 반대 쪽에는 칼하트의 워크웨어를 그대로 살린 준야 와타나베의 쇼가 있기도 하다. 그렇지만 2018 SS를 관통하는 핵심적인 조류는 말하자면 안티 패션이다. 차례대로 줄리앙 데이빗, 발렌시아가, 겐조. 사실 겐조는 웃기긴 하지만 약간 다르긴 한데... 여튼 예전에 마크 제이콥스가 안티 패션을 들고 나왔을 때는 테일러드, 크래프트 같은(.. 2017. 6. 27.
뎀나 즈바살리아가 패션을 망쳐놓고 있다 우선 이 제목과 관련해 두 가지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지금으로부터 십 몇 년 쯤 전에 톰 포드가 패션을 망쳐 놓는다는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이글루스 시절이었고 이 사이트를 만들면서 그걸 여기에 가져와 처음 글로 올렸다. 그러므로 헬로 월드를 제외하고 여기의 첫 번째 글이다(링크). 그때 패션을 망치고 있다는 이야기를 쓴 이유는 고급 의류가 귀족의 워드로브를 지나 80, 90년대 들어 확대되는 개인주의와 늘어난 소득, 팬덤의 소비 정도로도 버틸 수 있는 디자이너 등등 덕분에 고급 패션은 좀 더 대중을 대상으로 하지만 보다 개인적인 활동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남들이 뭐라 하든 제 좋은 걸 입고 다닐 수가 있었고 귀족이 아닌 이들이 구축하는 우아함 혹은 데리킷 같은 것들이 만들어질 기.. 2017. 6. 22.
퍼스널 스타일에 대해 이건 상당히 스케일이 큰 이야기이기 때문에 여기에는 요약만 한다. 우선 오래간 만에 이 생각을 하게 된 동기. 물론 생각은 계속 하지만 그걸 가지고 뭘 쓴다 이런 일은 최근에는 거의 없으므로. 1) 조나단 앤더슨의 패션쇼(링크). 2) 카니에 웨스트 - 케이시 힐에 대한 이야기(링크). 3) 걸 그룹 구경을 꾸준히 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는 물론 의상이다. 보이 그룹이 팬덤 중심이고 그러므로 일상과 괴리된 유니크한 의상으로 팬덤과 연예인을 분리하려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걸 그룹은 대중성이 중심이고 그러므로 무대 의상으로의 특수성에 일상성이 결합되어 있다. 게다가 일단 옷이라는 거 자체가 여성복 쪽이 바운더리가 훨씬 넓다 보니까 선택의 폭도 넓다. 이런 경향에 대해 조만간 어딘가 나올 모 글에 대강.. 2017. 6.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