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746 집에 갇혀 있을 때 입는 옷 요새 집에서 일을 하고 있다. 딱히 원하는 건 아니었고 강제된 것도 아니지만 가서 일하는 곳 두 군데가 모두 기일을 정하지 않고 폐쇄되어버리는 바람에(도서관의 선제적 조치) 집 말고는 갈 데가 없다. 21세기란 이런 것인가... 아무튼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능률이 꽤나 떨어진다. 먹는 게 제일 귀찮고 그 다음은 입는 거다. 물론 돈은 덜 들긴 하는데 시절이 하수상하여 수입도 그만큼 변변치 못하기 때문에 딱히 소용이 있는 건 아니다. 집에 있는 경우 시간에 맞춰 일어나긴 하는데 옷이 좀 문제다. 나가는 것처럼 갖춰 입을 필요가 있을까 싶은 생각, 일종의 루틴 확보, 귀찮은 데 그냥 잘 때 입던 거 계속 입고 있자 등등의 마음이 충돌한다. 그래도 뭐라도 좀 입는 게 하루가 시작되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고 .. 2020. 3. 3. 최근 크레이그 그린의 이것저것 협업들 뭘 하는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아무튼 신나고 흥겹다는 건 패션 같은 '놀이'에서는 분명 무척 중요하고 소중한 일이다. 크레이그 그린의 이 인형 놀이 비슷한 건 최근 몇 년 간 조금씩 더 복잡해지면서 동시에 더 선명해지고 있다. 이 둘은 아디다스 오리지널과의 협업. 이런 걸 기반으로 운동화가 나왔다. 이건 몽클레르와의 올해 지니어스 컬렉션. 따뜻할까? 그게 제일 궁금하다. 아무튼 대중교통 이용자는 입을 수 없을 거 같다. 모르긴 해도 물에 뜨진 않을 거다. 무엇보다 혹시나 입고 며칠 지내 볼 기회가 생긴다면 옷에 대한 인식과 경험치가 상당히 달라질 지도 모른다. 2020. 2. 27. 프라다에 간 라프 시몬스 이번 주 가장 큰 화제는 역시 프라다에 들어간 라프 시몬스다. 예전에 시스템 매거진 6호가 라프 시몬스였고 8호가 미우치아 프라다였는데 둘의 대담이 실린 적 있다. 대담은 여기(링크)에서 읽을 수 있으니 참고. 프라다에 누군가를 데려 온다면 라프 시몬스가 꽤 어울리긴 하지라는 생각이 물론 드는데 이 계약은 약간 이상한 점들이 있다. 우선 공동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리고 연도를 확정하지 않았다는 점. 뭔가 큰 그림을 그리고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닐 수도 있다. 예전에 소문이 돌았던 미우 미우 - 라프 시몬스는 불발이 된 거 같은 데 아직 확실한 건 모르겠다. 그때도 말했듯 미우치아가 은퇴하거나 차라리 미우 미우를 이끌어 버리고 프라다를 라프 시몬스에게 맡기는 것도 상당히 설득력있는 방식이라.. 2020. 2. 24. 아이즈원 피에스타 의상 이야기 잠깐 저번 라비앙로즈 의상 이야기(링크)와 사실 내용은 거의 같다. 라비앙-비올레타-피에스타에 의상의 연속성이 매우 짙은데 이게 꽃 3부작 연속이기 때문인지 혹은 아이즈원 캐릭터로 존재하는 건지는 다음에 잘 드러날 거 같다. 아무튼 피에스타 뮤비와 음악 방송 무대 속에는 몇 가지 얽혀 있는 세계관과 함께 다인원 그룹이라 복잡한 동선과 함께 딱딱 맞는 군무, 중간중간 실루엣을 확실히 드러나게 만드는 포즈 등 여러가지가 섞여 있다. 사실 복잡한 게 많아서 주제를 선명히 전달하는 데는 불리할 수 있겠지만 꼭 그럴 필요가 없는 장르다. 다양한 이미지를 통으로 한 번에 전달한다는 게 임팩트를 만들어 낸다.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뭔가 굉장한 걸 봤다 - 한번 뜯어서 봐볼까 순으로 진행된다. 그렇지만 가장 큰 특징이라 생각.. 2020. 2. 24. 날씨도 좋고 공기도 좋았지만 부제를 붙이자면 잘못된 선택은 극복하기가 힘들다. 동네에 산이 하나 있는데 200미터 정도 되는 낮은 산이다. 하지만 경사도 있고 꽤 힘든 편이라 처음 여기에 왔을 때 일주일에 한 번, 아니 이주일에 한 번 정도만 올라가도 꽤 건강해지겠다 + 가지고 있는 아웃도어 풍 옷의 극한 테스트는 아니더라도 어디에 쓰라고 만들었구나 정도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다. 물론 바쁨을 빙자한 게으름 덕분에 생각처럼 잘 돌아가지는 않았지만. 어쨌든 오늘은 날씨가 좋았고 공기도 좋았다. 드문 일요일이다. 동네 뒷산이라는 건 별 생각없이 올라가게 되는데 예를 들어 겨울에는 - 추움, 따뜻하게 입자, 더워! 땀나! 순을 밟게 된다. 도심의 경우 날씨가 이러저러하면 대처 방법에 대한 대강의 견적을 낼 수 있는데 산은 아무.. 2020. 2. 23. 구찌의 사이키델릭스, MM6와 노스페이스 구찌의 사이키델릭 컬렉션이 나오고 셀프리지에 팝업 스토어가 열렸다. 구찌 앱의 GucciPin 해시태그로 알렸나 보다. 70년대 풍 사이키델릭이다. 그런가 하면 MM6 메종 마르지엘라와 노스페이스와 협업 소식이 있었다. 마르지엘라의 2020 FW 컬렉션 안에 함께 나왔다. 사실 노스페이스 - 히피 - 사이키델릭 사이는 멀지만 확실하게 연결되어 있다. 말하자면 고향이 같다. 또한 슈프림 스타일의 미니멀 실용성에서 빠져나오고 있는 건가 하는 생각도 든다. 물론 최근의 구찌나 MM6는 일정하고 꾸준한 과함이 캐릭터이긴 했다. 아무튼 메인스트림에서 무늬와 컬러가 그리울 때도 되었다. 2020. 2. 18. 워크 재킷이란 대체... 일상 사용 용도로 고만고만한 워크 재킷, 초어 재킷, 커버올은 더 이상 필요없는 거 같다는 의미로 올려 놓는다. 집착은 번뇌만 만들 뿐이다. 그래도 다 조금씩 다르긴 하다는 의미로 간단한 부가 설명도 붙여 놓는다. 데님 피셔 스트라이프 코튼, 인디고 데님이지만 라글란 코튼이지만 몰스킨 이제 다른 세계로 좀 가봅시다. 2020. 2. 17. 면바지 하나를 떠나 보내며 어딘가 조금씩 문제가 생기기 시작하면 일단 수선을 해본다. 그러고도 시간이 흐르고 나면 그때는 말 그대로 전면적으로 붕괴가 시작된다. 어디 손을 쓸 새도 없이 여기저기에 문제들이 누적된다. 색이 빠지고 뭐 이런 것들은 아무 일도 아니다. 전체를 지탱해주던 실들이 낡아서 풀려나가고 얄쌍한 주머니 천은 이미 수명을 다해 아무 것도 집어 넣을 수 없다. 찬 바람에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으면 허벅지 맨살이 닿는다. 그래도 괜찮았던 시절 붕괴는 이렇게 전면적이다. 그리고 이런 순간에는 만듦새의 차이, 제작된 소재의 차이 같은 것들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젠 더 이상 버틸 수 없는 거다. 물론 입고 다녀도 되겠지만 이 바지에게는 더 나은 세상이 있을 거라는 신뢰와 믿음 또한 중요하다. 이 바지를 입고 많은 시간을 .. 2020. 2. 8. 청바지의 노화에 대한 이야기 간만에 청바지의 경년변화, 탈색에 대한 이야기.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얼마 전에 썼던 이것(링크)과도 연관이 있고 또한 굳이 청바지가 아니어도 상관이 없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예컨대 더 나은 스탠스, 핏의 기준이 불필요하다는 건 새로운 출발점을 필요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이게 더 어울리네, 저게 더 어울리네 같은 건 딱히 필요가 없다. 몸에만 얼추 맞고 낡아갈 준비가 되어 있는 옷이라면(데님이라면 면 100%를 제외하기가 좀 어려운데 약간 망나니 같아서 생활 한복이 떠오르는 싸구려 풍 혼방 데님에 최근 좀 관심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지금 걸 다 소진하는 게 먼저다) 이건 이것대로 재미있고, 저건 저것대로 재미있다. 옷을 가지고 다리가 길어보이려 한다거나, 더 마르거나 살쪄 보인다거나, 단점이라 여겨지.. 2020. 2. 7. 등산복들, 그리고 어쩌다가 이렇게 등산복 계열은 확실히 컬러풀하다. 특히 겨울 옷은 더욱 그렇다. 잘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유튜브에서 예전 아크테릭스 영상을 보는 데 확실히 컬러풀하니까 화사하고 특히 눈 속에서는 잘 보이긴 하네라는 생각이 든다. 멀리서 헬리콥터에 탄 사람도 이들을 찾을 수 있겠지. 파타고니아에서는 윈드브레이크라고 하는 거 같은데 살짝 두터운 나일론에 안감으로 플리스가 붙은 블루종 타입의 옷이 있다. 위 사진은 일본 중고샵 쉐어 유에스에이에서 팔았던 80~90년대 것들. 옆으로 넓고 총장은 짧은 옛날 미국옷 타입인데 그래도 파타고니아를 비롯한 아웃도어 계열은 모터사이클 - 가죽옷이나 데님 트러커 류처럼 그렇게까지 짧진 않다. 다만 노스페이스 예전 옷 중에 보면 이래가지고는 배꼽티냐 싶은 것들도 있긴 하다. 파타고니아 로.. 2020. 2. 7. 노스페이스의 엑셀로프트 라이너 이야기 칸이 좁아서 원하는 제목을 다 넣지 못했다. '좋아하는 옷 이야기, 노스페이스의 엑셀로프트 이너 라이너 이야기'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아래에 나오는 옷은 원래 트리클라이메이트(이너 분리형 자켓)의 이너 잠바다. 겉감과 어디에선가 헤어진 채 세상을 떠돌다가 내 손 안에 들어왔다. 노스페이스에서 이너로 쓰는 잠바는 상당히 다양한데 다운, 프리마로프트, 두꺼운 플리스, 얇은 플리스 등등이 있다. 그렇지만 사진으로 이 옷을 본 후 이걸 구해야겠다 싶어서 상태가 좀 좋은 거를 한참 찾았던 기억이 있다. 그 이유는 내가 선호하는 많은 것들이 들어 있는 딱 그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가장 좋은 점은 발란스다. 팔 길이, 몸통 길이, 폭, 목 등등이 딱 좋다. 그리고 그냥 봐도 신경 쓸 부분이 하나도 없다. 별 다른 기.. 2020. 2. 5. 2020의 남성 패션, 그외 여러가지 1. 간만에 일종의 근황 소식입니다. 예전에는 뭐뭐를 썼다 이런 이야기를 종종 했었는데 요새는 그런 이야기를 통 안했죠. 그랬더니 뭐 하고 사냐고 물어보는 분들도 가끔 있고... 그 이유가 몇 가지 있는데 그건 아래에 간단히 쓰기로 하죠. 물론이지만 패션의 흐름을 열심히 바라보며 꾸준하게 뭔가를 쓰고 있습니다. 걱정마시고 일을 주세요! 원고 외에도 함께 뭐뭐를 해보자 이런 것도 환영입니다. 2. 최근 남성복에 대한 이야기를 몇 가지 썼는데 아레나에는 2020 SS 베스트, 워스트 패션쇼 이야기를 했습니다. 베스트도 그렇지만 워스트를 뽑는 건 기획의 편리함은 있을 지 몰라도 그런 게 의미가 있을까 싶은 주제죠. 하지만 누군가 워스트를 뽑는다는 건 대부분 기대치를가 반영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지.. 2020. 2. 5. 이전 1 ··· 58 59 60 61 62 63 64 ··· 229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