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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의 시대, 단절의 의미 책을 새로 냈으니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답이 좀 필요하지 않나 싶은 부분과 너무 시시콜콜해서 책에서는 굳이 다루지 않았던 이야기를 보충하는 내용을 몇 개 써볼까 합니다. 그전에 책이 새로 나왔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링크). 여기서 의문을 가질 만한 건 단절의 의미입니다. 원래는 반동, 반발 이런 걸 생각했었는데 결론은 단절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단절은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우선 패션은 이상을 제시합니다. 2024SS 컬렉션은 2024년 봄, 여름에 가잘 잘 나가고 멋진 사람의 모습을 보여주려고 하죠. 여기서 잘 나가는 모습은 시대상을 반영합니다. 시대에 따라 달라요. 그렇다고 정답이 있는 건 아닙니다. 디자이너들은 각자 제시를 합니다. 어떤 디자이너는 자신의 맥락을 중시하고, 어.. 2023. 10. 4.
디올의 2024 SS 얼마 전 지루한 뉴 Era가 시작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다(링크). 그 이야기를 할 때는 책이 나오기 전이라 생략했지만 지루한이라는 건 상대적인 문제로 패션의 시대에서 이야기 한 단절의 구간이 그나마 더 나았다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도 하다(링크). 기본적으로 현행 패션이 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인류의 찬란한 문화를 보여주는 데서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그건 그냥 특정한 제품이 포함할 수 있는 요건이다. 그러므로 손으로 한땀 한땀 같은 미사 여구는 이제 예전처럼 큰 의미를 가질 수는 없다. 저게 어떻게 만들어졌나보다 저게 왜 지금 나왔냐가 더 중요한 문제다. 아무튼 지루한 시대 안에서 재미있는 컬렉션을 선보이는 디자이너들이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 변화를 가로질러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하는 데 낡고 식상.. 2023. 9. 30.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 구경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다. 중고로 구입했다. 사실 중고 제품은 대체재를 구할 수 없거나, 보존 가치가 있거나 한 것, 내가 쓰는 이야기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것 정도만 구입하자고 생각을 하고 있는데 우연히 본 이 옷이 좀 재미있는 거 같고, 저렴하기도 하고, 가지고 있는 옷과 조합으로 용도가 있을 거 같아서 구입하게 되었다. 이렇게 생긴 옷. 프랑스 군의 M-64 파카를 모티브로 해서 나온 옷이다. 플래킷 가운데를 스티치로 살렸고 주머니를 일자로 만든 정도 변형이다. 크게 수정된 건 아닌데 프랑스 군의 파카와는 느낌이 꽤 달라서 유로 보다는 미군 느낌이 강하다. 프랑스 군 M-64와 미군 M-51 사이의 어딘가 쯤. 거기에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하이랜드 파카나 매디슨 파카 같은 걸 곁들인. 스.. 2023. 9. 28.
새 책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이 나왔습니다 책이 나왔습니다. 제목이 무척 거창한데 그렇게까지 거창한 이야기는 아닙니다. 약간 거창한 제목을 붙여놓고 소소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제목이 무거운 만큼 표지가 경망스러우면 좋겠다고 생각은 했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았네요. 지금 보니까 책 생긴 모습의 느낌이 MA-1 건메탈 컬러네요. 그렇다면 안쪽을 오렌지로 하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듭니다. 작고 귀엽게 생겼습니다. 책 혹은 이야기라고 하면 태도 혹은 주장을 담은 이야기가 있고 정보를 담은 이야기가 있을 겁니다. 지금까지 경험에 비춰보면 패션에서는 정보를 담은 이야기 쪽이 그래도 약간 더 인기가 있는 거 같습니다. 하지만 정보는 태도를 만들기 때문에 구획이 나뉠 수 있고 그래서 의미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물론 태도와 정보의 발란.. 2023. 9. 26.
막스 마라와 Women's Land Army 이 이야기는 앞의 필슨과 CCC 이야기(링크)와 함께 보면 더 재미있을 거 같다. 막스 마라와 필슨은 울을 잘 다루는 것 외에는 스텝이 겹치는 경우가 거의 없었겠지만 이렇게 한 시대에 비슷한 지점을 바라보는 일이 생기기도 한다. 이와 함께 최근의 몇몇 브랜드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어디를 바라보고 있는지 가늠해 볼 수도 있다. Women's Land Army(WLA)도 여러 이름으로 번역되는 데 농업 지원 부인회 정도가 적당한 거 같다. 20세기 초 영국은 식량의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었는데 전쟁이 발발하자 농업을 하던 남성들이 군에 들어가게 되었고 여성을 새로운 노동 인력으로 공급하기 위해 1917년 WLA가 만들어졌다. 1차 대전이 끝나고 해체되었는데 2차 대전이 발발하면서 다시 조직이 된다. 1.. 2023. 9. 25.
필슨의 CCC 트리뷰트 컬렉션 CCC는 Civilian Conservation Corps의 약자다. 번역은 여러가지인데 민간인 보호단, 시민 자연 보존단, 민간 자연 보존단 등을 찾아볼 수 있다. 대공황 시절 미국의 루즈벨트 대통령이 추진한 뉴딜 정책 중 하나로 일을 만들어서 월급을 주는 일환에서 나왔다. 루즈벨트의 임기 첫 해인 1933년 시작되었고 개발에 의해 과도하게 벌채되고 남용된 자연을 살리고 야생을 복원하는 임무를 가지고 있었다. 17에서 24세를 대상으로 한 CCC는 처음 설립되고 3개월 만에 25만명이 입대(Corps니까 아무튼 입대)했고 사업이 지속된 9년 간 총 300만명 정도가 복무했다고 한다. 체력 테스트를 합격하면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캠프에서 생활을 했다. 최소 복무 기간은 6개월이고 2년까지 연장이 가능한데.. 2023. 9. 25.
지루한 뉴 Era 뉴 Era라고 하니까 상표명이 되버리네. 새로운 시기. 아무튼 뭐 그런 거. 시즌 컬렉션이 한창이다. 프라다, 펜디, 구찌 등등이 다음 시즌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다. 2024SS는 패션이 지루한 시기에 본격적으로 올라와 있다는 증거처럼 보인다. 하나같이 재미가 없음. 콰이어트 럭셔리 이런 말도 있지만 더 로의 올슨 자매는 한참 전부터 그 길을 개척하며 나아가고 있다. 어쨌든 새 시즌 패션쇼들을 보면서 면 티셔츠를 백만원 정도도 받을 수 있는 고급 브랜드가 해야 할 일, 할 수 있는 일이란 게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부터 말해왔듯 이런 브랜드는 팔리는 옷을 만드는 곳이 아니다. 내놓은 옷을 팔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좋은 옷, 멋진 옷, 잘 만든 옷, 훌륭한 소재와 낯선 컬러. 뭐.. 2023. 9. 23.
크록스 레인 부츠 후기 여름이 시작될 때 쯤 레인 부츠를 구매했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크록스의 클래식 레인 부츠, 그 간단한 후기. 일단 목표는 양말이 젖지 않는 것. 양말이 젖으면 HP가 계속 닳고 있는 기분이 든다. 온 신발이 물이 안 들어오는 게 없는 거 같아서 레인 부츠를 알아보다가 문스타 살까 했는데 크록스가 구매가 용이하고 가격이 저렴해 크록스 쪽으로 갔다. 크록스를 신어본 적이 없어서 궁금하기도 했고. 아무튼 착용의 결론은 1) 여름엔 무리. 지나치게 덥다. 가능하다면 양말을 안 신고 슬라이드 류를 신는 게 낫다. 물론 물 + 고무류 + 맨살 사이의 마찰로 발에 상처가 남. 할 수 없음. 2) 폭우가 쏟아지고 오후에 그친다는 예보 -> 신는 게 낫다. 대비해야 할 건 폭우다. 3) 종일 비가 내리는 .. 2023. 9. 15.
뉴진스와 아메토라 아메토라를 보다가 문득 생각이 난 김에 써보자면 패션이 레트로를 향하고 동시에 극단적인 방향성을 향하면서 재미있는 현상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2023년 케이팝의 패션 중 가장 흥미로웠던 순간이라면 역시 뉴진스가 카피탈과 S2W8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으면서 이 사이에 연결 고리가 만들어졌다는 점이 아닐까 생각한다. 일본에서 발전해 온 아메리칸 트래드가 심화되고 미국 특유의 웨스턴 패션을 부랑자 룩과 전통 기법을 합쳐 극적으로 몰고 간 카피탈이나 헌팅 의류의 현대적 변용인 S2 W8, 그리고 비즈빔 같은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 패션이 출현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런 옷은 특히 셀러브리티와 만나면서 레벨을 끌어 올려갔다. 비즈빔의 나카무라 히로키가 존 메이어의 앨범 커버 의상을 스타일링한 게 2015년이었는데.. 2023. 9.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