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 전체보기2732 시간에 대한 이야기 1. 나처럼 시간을 알아서 관리하며 일을 하는 사람들에게 크게 두 가지 방식이 있는 거 같다. 하나는 루틴에 맞춰 사는 거다. 자발적 챗바퀴 뭐 그런 거다. 또 하나는 그때그때 임시방편으로 효율을 극대화하는 거다. 일이 잘되면 많이 하고 안되면 차라리 쉰다. 잠깐 틈이 났네, 이걸 하자 이런 식이다. 양쪽 다 장단점이 있다. 그리고 철저히 루틴, 철저히 임시방편으로 사는 건 불가능한 거 같다. 살다 보면 여러가지 일이 있고 그런 경우 적당히 알맞은 방식을 찾아가며 처리를 해야 한다. 그러므로 서로 배타적일 필요는 없다. 양쪽 방식의 장점을 어느 정도 이해를 하고, 연습도 해놓는 게 좋다. 나의 경우 일단은 루틴 기반이 잘 맞는다. 약간 게으르고 언제나 의지가 불타오르는 게 아니라면 자신을 루틴에 몰아.. 2025. 3. 26. 펜디 + 레드윙 클래식 목 이야기 펜디 100주년, 레드윙 120주년을 기념하며 1952년에 나왔던 레드윙의 클래식 목 부츠의 펜디 재해석 버전이 나왔다. 서로 어디서 접점이 있었나 싶은 약간 이상한 조합 같긴 하지만 펜디에 의하면 이 부츠 - 로퍼 하이브리드는 걷기에 적합해 바쁜 여성을 위해 만들어졌고 이 신발이 가진 스포티한 태도는 우아한 이브닝 드레스와 잘 어울린다고 한다. 이게 왜 부츠 - 로퍼 하이브리드인지, 클래식 목 부츠가 정말 걷기에 적합하다고 생각하는 건지, 이브닝 드레스와 잘 어울리는건지 의문이 있긴 한데 생각해보면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가죽이나 이런 건 펜디 쪽에서 처리하는 거 같고 토스카나에서 30명의 장인이 5시간에 걸쳐 조립한 다음 미국으로 향한다. 레드 윙 원래 버전보다는 더 가볍고 부드럽지 않을까 .. 2025. 3. 25. 빈티지 매장 단상 대략적으로 빈티지 매장이란 두 개 정도의 노선이 있다. 우선 제대로 선별하고 관리된 제품을 중심으로 한 편집샵형 매장으로 적당히 높은 가격대를 받는다. 레어한 경우 뿐만 아니라 근사한 경년변화가 새겨진 제품에도 매장보다 높은 가격을 붙일 수도 있다. 직접 볼 수 있고, 입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매장에 대한 신뢰도 있다. 또 하나는 예컨대 동묘식 매장이다. 막 널어놓고 싸게 판다. 여기서 약간 더 발전하면 제품별로 분류해 옷걸이에 걸어놓고 파는 경우다. 엉망진창이지만 근사한 물건을 찾아낼 수도 있고 어쩌다 횡재를 할 가능성도 있다. 무명씨부터 이태리 럭셔리까지 구비 제품의 한계도 없다. 다만 이쪽은 아무래도 가격에 한계가 있다. 이 둘 사이의 제품도 적당히 괜찮고 가격도 적당히 괜찮은 게 발란스를 만.. 2025. 3. 12. 패션위크, 2025 FW 이야기 올 봄의 주요 패션위크도 거의 마무리된 거 같다. 요 몇 년은 장원영의 파리 출국 기사가 뜨면 - 미우미우가 패션쇼를 하는구나 - 파리 패션위크도 끝이 나는군 같은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그 덕분에 패션위크 하나보다... 정도로 대하고 있다가 끝났으니까 뭐 했는지 한번 봐볼까나 식으로 생각하게 된다. 전반적으로 봤을 때 뭔가 그럴듯하고, 압도적이고, 굉장하고, 새로운 시대가 열리는구나 하는 컬렉션은 없는 거 같고 다들 고만고만함. 테일러의 강세가 눈에 띄지만 스트리트 패션을 거친 새로운 테일러드 질서를 만들어 내는 데 성공한 디자이너도 없다. 경험이 만들어 내는 교훈이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차라리 남성복 패션쇼 시즌에 여성복까지 같이 보여준 사카이 정도가(링크) 그나마 전향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고.. 2025. 3. 12. 캘빈 클라인 컬렉션의 2025 Fall 캘빈 클라인은 라프 시몬스가 나간 이후 돈 많이 들고 남는 건 별로 없는 컬렉션 부분을 폐지하고 청바지와 속옷처럼 누구나 접근이 쉽고 잘 팔리는 대중적인 제품 쪽에 집중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런 한심한 결정을 한 게 대체 누군지 궁금하긴 하지만 아무튼 5년 만에 캘빈 클라인 컬렉션이 부활했다. 새롭게 임명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는 베로니카 레오니다. 이분에 대해 알아두면 좋을 것들이 몇 가지 있다. 우선 이태리 로마 사람이다. 여기에서 문학과 철학을 배웠고 패션을 전공하진 않았다. 하지만 디자이너가 될 생각을 하고 있었고 패션 브랜드 인턴십으로 업계에 진입했다. 질 샌더, 셀린느, 몽클레르, 더 로에서 일했고 자신의 브랜드 QUIRA를 런칭해 2023년 LVMH 프라이즈 파이널리스트에 올랐다. 전반적.. 2025. 3. 5. 묵혀놓는 버릇 이 가방은 5년 전 쯤에 중고 매장에서 샀다. 그렇게 가지고 있다가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지만 3년 전 쯤에 가방 끈을 샀다. 원래 가죽으로 된 가방 끈이 있었는데 오래 된 거라 그런지 털이 하도 날려서 치워버리고 면으로 된 걸 구입했었다. 그리고 작년에 손잡이 고정 고리를 샀다. 원래 손잡이가 굉장히 뻣뻣한 가죽이라 유연성이 전혀 없어서 불편한 거 같아서다. 이렇게 뭔가 들기 좋은 상태로 완성시키는 동안 집에서 한 번도 들고 나가지 않았다. 그러다가 오늘 처음으로 들고 나갔다. 이런 식으로 사놓은 다음에 집에 묵혀 두는 것들이 꽤 있다. 신발 같은 경우도 구입한 다음에 짧으면 몇 달, 길면 몇 년 있다가 들고 나가고 옷도 그런 게 많다. 원래 물건이란 필요한 걸 사고 그러면 곧바로 써야 한다. 물론 .. 2025. 3. 3. 스웨디시 디스패치 재킷 이야기 요즘도 VDR이랑 같이 하는 일이 있어서 정기적으로 회의를 하는 데 그러면서 새 시즌 옷 같은 거 나오면 보게 된다. 이번 시즌 나온 옷 중 재미있는 게 있어서 그에 대한 이야기. 요즘은 광고 이런 건 표기를 해야 하지만 광고는 아니고 뭐 받은 것도 없지만 같이 일을 하고 있는 게 있으니 VDR이 잘 되면 나쁠 건 없겠지 정도로. 일단 이번 시즌에 나온 몰스킨 모터사이클 재킷(링크)이다. 일단 생김새는 스웨디시 디스패치 재킷에서 가져왔다. 올해 콘셉트가 러프라이더스라고 말과 바이크인데 바이크 계열일라 할 수 있겠다. 11온스 일본산 몰스킨에 소뿔 단추. 프렌치 몰스킨 특유의 광택감이 좀 있다. 기반이 된 옷은 이런 종류. 오토바이 전령들이 입던 디스패치 재킷은 종류가 무척 많고 스웨디시 군 버전도 후.. 2025. 3. 3. 바버 어떠려나 하는 이야기 바버를 시험삼아 몇 번 입어본 적은 있지만 가지고 있는 건 없다. 그렇지만 언젠가 하나는 가지고 있어봐야 하고 한 몇 년이라도 꾸준히 입어보는 경험을 가져야 하지는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근데 이게 참 나처럼 추위 더위 많이 타는 사람 입장에서 한국 날씨에 쓸데가 별로 없는 옷이라는 문제가 있기는 한데 그래 놓고선 환절기 코트류, 면 재킷류를 꽤 가지고 있기도 하다. 적당히 두껍고 견고하고 닥치고 추위를 막거나, 닥치고 더운 게 싫어가 아니라 옷에 대한 생각들이 여러모로 다양하게 반영되어 있어서 제일 좋아하는 부류의 옷이기도 하고. 이런 이유로 항상 바버를 찾고 있기는 하다. 봄이 슬렁슬렁 찾아오고 있는 거 같으니 더 생각나네. 일단 인터내셔널 류, 스페이 류는 별로 어울리지도 않고 선호하는 타입도 아니.. 2025. 3. 2. 가끔 핑크 가끔 핑크 입어볼까 할 때가 있다. 남자는 핑크 이런 말도 있긴 하지만 나한테 그다지 안 어울리는 색이기도 하고 포인트로 쓰기도 진한 걸 좋아하기 때문에 차라리 레드나 오렌지로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래도 종종 핑크가 눈에 띄면 고민을 해보게 되는데 대체적으로 중고 매장에서는 안 입고 내놓은 것들인지 은근 저렴한 게 많기도 하고. 이정도 진한 핑크는 쉽지 않지만 물 빠진 코튼 핑크 또 은근 매력이 있다. 치노에 셋업이면 바깥에서 보면 쉽지 않을 듯. 이런 무난하고 은은한 핑크가 그나마 선택하기는 쉽다. 코튼 해링턴 정도면 아무 문제 없다. 45R에서 이번 시즌 나온 면 - 리넨 트위드 핑크도 입체감이 있어서 꽤 근사하다. 입체감 좋음. VDR에서 이번에 나온 핑크 탱커 재킷이라는 것도 있다.. 2025. 2. 25. 이전 1 2 3 4 5 6 7 ··· 304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