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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뎀나의 구찌, 2026 프리-폴

by macrostar 2025. 12.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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뎀나의 구찌, 2026 프리폴 컬렉션이 공개되었다(링크). 제목도 따로 있는데 Generation Gucci. 남성복은 그냥 프로 운동선수 혹은 보이 그룹 아이돌처럼 보일 뿐 딱히 흥미진진한 구석은 없다.

 

여성복이 생각해 볼 만한데 분명 뎀나의 구찌가 톰 포드 구찌를 넌지시 의식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그러나 뎀나는 제트 세트가 뭔지 모르는 것 같고... 물론 알테니 그건 좀 너무했고 체화하지 못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뎀나의 톰 포드는 그저 슬림핏이다. 그러므로 이 옷들은 톰 포드 구찌의 뎀나식 해석이라기 보다 뎀나 발렌시아가를 슬림핏으로 만든 거에 더 가깝다. 오버핏이 아닌 발렌시아가, 몸에 달라붙은 발렌시아가, 진공팩처럼 공기를 빨아들인 발렌시아가.

 

 

사실 톰 포드를 의식하지 않는다면 뎀나는 발렌시아가에서 자기 만의 패션 세계관을 이미 드러냈었고, 구찌로 옮겨온 이상 그 차이를 발렌시아가에서의 오버핏 대신 슬림핏으로 간다는 생각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을테고 설득력도 있다. 그리고 어쨌든 이건 구찌다라는 연장선을 이어가긴 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사바토 이름을 흘리긴 그러니 톰 포드 이름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둘 다 그다지 상관 없어보인다. 이걸 사바토도 톰 포드도 없고 뎀나만 남아있던 발렌시아가에서 했다면 더 재미있겠지만 여러 사정이 있었으니까. 

 

여기서 떠올려볼 만한 게 2011년 알레산드로 미켈레, 뎀나 발렌시아가 시절 구찌에서 내놨던 발렌시아가와의 콜라보, 해킹 발렌시아가다.

 

 

뎀나의 방법론을 미켈레가 접목했다. 물론 이건 핏과 실루엣보다는 This is not a Gucci Bag! 같은 하이프에 무게가 실려있긴 했지만 그래도 이건 구찌의 컬렉션이었고, 미켈레가 발렌시아가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고, 어떤 식으로 조합점을 찾아 프로듀싱을 하고 있는지 엿볼 수 있었다. 뎀나라면 이 과거도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즉 톰 포드와 알레산드로 미켈레의 구찌, 자신의 발렌시아가 사이에서 새로움을 구축해야 한다. 이보다는 잘 팔리는 가방을 만드는 게 더 크긴 하겠지만.

 

구찌가 왜 뎀나를 불러왔을까 했을 때 아무리봐도 답은 가방과 구두 셀링에 있는 거 같다. 발렌시아가 디자이너를 데려다가 이미지 쇄신이라니 그건 어불성설이다. 일단은 매출을 올려놔야 한다. 하지만 잠깐의 사바토 시절에 급격하게 쌓아낸(그것도 능력이다, 급속 이미지 노화가 필요하면 그를 찾아가면 된다) 피로감, 지지부진함의 이미지를 떨궈내려면 로고 모노그램과 대나무 손잡이는 잠깐 치워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싶다. 사바토 era의 임팩트를 과소평가해서는 안된다. 생각보다 큰 충격 요법이 필요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옷을 부산물로 둘 것인가는 뎀나의 생각에 달려있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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