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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nya Watanabe + Duvetica 패딩 겨울이다. 아직 본격적인 추위는 시작도 하지 않았지만 슬슬 시동이 걸리는 게 느껴지는 시즌이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가고 2012년이 오면, 사방 그늘에 시커먼 눈이 쌓여있고, 세찬 바람에 얼굴이 발갛게 질리는 진짜 추위가 찾아올 것이다. 겁나... -_- 패딩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헤비한 것들. 입으면 더위를 느낄 수 있는 것들이다. 정말 듬직하고, 이 추위에 나는 어쨋든 살아남을 것이다라는 확신을 준다. 하지만 지하철이나 실내에 들어오면 몸에서 열기가 차오르고, 가끔 땀도 난다. 겨울 옷이라는 게 티셔츠처럼 한 번 입고 세탁하는 게 아니라서 자꾸 땀이 차 오르면 곤란해진다. 또 미드 레인지들이 있다. 타블렛처럼 PC와 스마트폰 사이에 있는 제품이다. 알맞게 따뜻하고, 대신 조금 가볍.. 2011. 12. 13.
옛날 패션쇼, Dries van Noten, 1997 SS 옛날 패션쇼를 들춰보는 건 어떤 의미일까. 디자이너라면 뭔가 막히고 있다고 느껴질 때나, 답답할 때, 혹은 은퇴한 다음에 뒤적거려보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나 같은 경우는? 그냥 우연이다. 뒤적뒤적거리는 거야 시도 때도 없이 계속 하는 일이고, 그러다 뭔가 눈에 띄이기도 하는거고. 다만 자기가 몇 년 전에 블로그나 수첩에 써 놓은 글을 보고 뭐 이런 이야기를 했냐 싶어 놀랄 때가 있듯이 다른 사람의 작업도 보고 놀라거나, 영감을 받거나 할 때가 있다. 요즘엔 왜 이런 걸 안하고 있지 싶은 생각도 들고, 이 양반도 옛날에는 참 유치했구나 싶을 때도 있고. 여기에 약간 덧붙이자면 2000년 쯤에 처음 패션에 관한 포스팅이나 글을 남기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1997 Helmut Lang이라든지,.. 2011. 12. 8.
마리 카트란주, Life Aquatic 예전에 박봄의 드레스 이야기를 하면서 마리 카트란주(Mary Katrantzou)에 대해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박봄의 드레스, 마리 카트란주에 대해서 http://fashionboop.com/205 그리스 출신으로 영국 패션 신에서 활동하고 있는 마리 카트란주는 비비드 컬러, 크고 화려한 프린트라는 트레이드 마크로 주목받고 있는 디자이너다. 이런 비비드 + 프린트 드레스는 마리 카트란주를 비롯해 크리스토퍼 케인, 리차드 니콜 등 영국의 신진 디자이너들이 주도적으로 이 새로운 흐름을 만들고 있다. Christopher Kane Richard Nicoll 에릭 마디간 헥(Eric Madigan Heck)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포토그래퍼이나 아트 디렉터인데 이번에 마리 카트란주의 옷으로 사진을 찍었다. 프리.. 2011. 12. 6.
패션쇼를 감상하는 한가지 방법 Versace for H&M 이후에 별 다른 이슈도 보이질 않고, RSS에는 왠 나이키의 올드 스쿨풍 운동화들만 산더미처럼 보이고(혹시 다시 유행이 시작된 건가?) 해서 그다지 재미가 없는 판인데 심심한 김에 패션쇼에 대한 이야기나 해 본다. 아래 내용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람 방법이고,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둔다. 참고로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패션쇼 관람객은 도도한 패션쇼 갤러리들 사이에서 박스 골판지에다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메모를 해가며 등장하는 옷을 보던 50대 정도로 보인 잠바 입은 아저씨다. 아무래도 옷 만드는 공장하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현역의 포스란 역쉬... 하는 생각이 들던 기억이 난다. 패션쇼라는 건 어쨋든 옷을 보여주겠다는 쇼다. 거기서 뭘 .. 2011. 12. 2.
Ben Simon, 폴링 인 러브 컬렉션 모든 문화 현상이 그러하듯 도피와 공생, 해결 모색은 함께 존재한다. 시국이 난해할 수록 이런 쪽은 도망가기가 쉽다. 원래 급격한 일탈 행동은 마음을 안정시키고 생각을 정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는 법이다. 또한 (글로벌) Occupy를 하러 가면서도, (국내 한정) 여의도에 나꼼수 보러 가면서도 오늘은 뭘 입고 가지를 고민할 수도 있는 거고 난방과 멋과 실용성을 동시에 해결하거나 또는 어디에 조금이라도 더 방점을 찍을 것인가 같은 걸 잠시 쯤은 고민할 수도 있는 법이다. 사실 괜시리 레볼루션이나 하는 이름을 붙인 브랜드 이름이 더 낯 뜨겁다. 예전에 정치학도였던 프라다 여사가 그랬다는 것처럼 68년 즈음 반전 시위에 나서며 컬러풀한 랑방이나 YSL 드레스 같은 걸 입고 갈 수도 있다. 오뜨 꾸뛰흐 정도 .. 2011. 12. 1.
옷 솔질 어쨋든 하루는 지나간다. 오늘 하루 잘 살았든 못 살았든, 100억을 벌었든 사기를 당했든, FTA가 통과되었든 아는 사람이 땅을 샀든, 입대 1일차든 전역 1일차든, 내일이 너무 기다려지든 다시는 깨어나지 않기를 바라든 하루는 지나간다. 아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야속하기도 하고, 지겹기도 하다. 그런 하루를 끝내는 행동적 요식 행위를 하나쯤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다. 아는 선배 한 명은 책을 읽었다. 코가 삐툴어지거나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수준으로 취해서도, 용돈이 없어서 며칠 노가다를 뛰면서도 아무거나 집어들고 책을 읽었다. 그런 게 기억이 날 리가 없다. 하지만 요식 행위란 원래 그런 거다. 의미가 없을 수록, 복잡다단할 수록 우월하다. 옷 솔질은 괜찮은 행위다. 가장 좋은 점은 의식.. 2011. 11. 24.
투 버튼 네이비 수트 네이비 수트(우리 말로 감색 양복)라는 건 매우 포멀한, 그러니까 남자들은 하나 쯤은 가지고 있어야 할 법한 옷 임에도 불구하고 막상 수트를 구입하기 위해 매장에 가면 선뜻 손이 가지 않는 그런 옷이다. 나의 경우로 한정하자면 이건 고등학교 교복색... 이라는 마인드가 너무나 크다. 하지만 예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는데 그러면서도 군대에서 줄창 입었던 올리브 컬러는 좋아한다는 점에서 이걸로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딱히 그나마 군대가 고등학교보다는 나았다, 이런 것도 아니고(둘 다 쌤쌤으로 맘에 안든다). 여튼 네이비, 특히 그나마 다크한 네이비는 어둡기라도 하니까 괜찮은데 별 무늬마저 없는 그냥 네이비의 경우에는 이게 좀 애매하다. 마치 중학교 합창 대회 때나 입어야 할 법한 포스를 뽐낸다. 더구나 무척.. 2011. 11. 23.
넥타이 공장 뭔지 모르는 기계들이 빙빙 돌아가는 공장 구경은 언제나 꽤 재미있다. 타이가 세블 폴드 같은 트래디셔널 핸드 메이드 타입도 아니고, 컬러도 잔잔하게 세련되거나 폼나거나 하다기보다는 경망스러운 느낌이 날 정도로 화려하고 짙다. 요즘 런던이나 밀라노의 패션 회사들이 흔히 핸드 메이드를 강조하는 데 비해 두챔프는 핸드 라이팅을 강조하는 길을 가고 있다. 이걸 강조하다보니 페이즐리나 플로럴 무늬가 많아 화려한 경향을 더 가속화 시킨다. 아무래도 내가 사용하진 않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나름 보는 재미는 있다. 요즘은 크리스탈 같은 거 박힌 넥타이도 많이 사용하는 세상인데 저 정도야 뭐. 참고로 이 회사는 셔츠도 저지도 니트도 하나같이 컬러가 강하다. 1998년에 시작했으니까 그리 오래된 회사는 아니다. 헤드 커터 .. 2011. 11. 23.
Frank Leder의 카탈로그 개인적으로 약간 거지같은 느낌이 나는 카탈로그를 좋아한다. 뽀얗게 처리되서 뭐가 좋은지 실실 웃고 있는 사진들이 잔뜩 들어있거나 폼을 너무 잡고 있는 카탈로그는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프랭크 레더는 독일 디자이너다. 베를린에 본사와 매장이 있고, 일본에 진출해 있다(와이프가 일본 사람이기도 하다). 여튼 이 사람도 세인트 마틴 출신이고, i-D나 Sleazenation 같은 곳에서 스타일리스트나 아트 디렉터로 일했다. 런던 패션위크에 2000년부터 2002년까지 참가했고 2002년 시즌이 끝나고 독일로 돌아갔다. 기본적으로 독일의 평범한 사람, 독일의 평범한 시골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독일에서 생산한 소재로 독일에서 만든다. 특히 Deutschleder, Schladminger같은 데서 생산하는 독일 .. 2011. 11.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