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티클109

즐거운 패션쇼 파리/밀란에서는 그런 일이 거의 없지만 세계 곳곳에서 열리는 패션 위크들, 그리고 가끔 런던에서(대표적으로 Charlie Le Mindu, 이 사람 이야기는 다음에 한 번 소개하겠다) 기괴하고 희안한 패션쇼들이 열린다. 이런 거 아주 좋아하는데 대부분 의욕이 충만한 디자이너들이 내일은 없다라는 마인드로 저지르고, 가끔 제대로 통하기도 한다. 뭐든 시도하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아르헨티나나 브라질 같은 화끈한 나라에서 그런 일이 있을 거 같지만 그쪽은 사실 패션쇼가 매우 전형적이어서 심심한 편이다. 역시 동쪽과 북쪽 유럽의 음울한 마인드에서 이런 게 나온다. 사실 신나는게 많은데 이 블로그에는 광고를 달고 있으므로 사진 올리는 게 제한적이라 불가해 안타깝다. 아래는 며칠 전에 키에프에서 열린 우크라이나 패.. 2012. 3. 20.
두 개의 태도, 비평과 디자이너 하우스 잡지를 뒤적거려봐야 보도 자료를 옮겼거나 찬사나 권유 밖에 없는 기분이 드는 경우가 많겠지만 물론 패션에도 크리틱이 있다. 수지 멘크스나 에이미 스핀들러, 케이시 호린처럼 꽤 유명한 사람들도 있다. 주로 IHT나 뉴욕 타임즈, 워싱턴 포스트 등에서 활동한다. 패션쇼에 대한 크리틱이 기존 언론 창구(패션 잡지)를 통해 가능한가, 또는 그게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느냐, 특히 우리의 경우에 어떠냐 하는 건 이야기가 많이 복잡해지니 일단 나중 일로 넘긴다. 살짝 붙이자면 제 3자 입장에서 바라 보는 이 업계는 조금 희한하다. 일단 잡지의 가장 큰 역할은 광고다. 광고라는 말이 너무 부정적으로 들린다면 소식 전달과 권유 및 제안 정도로 하자. 옷 만드는 곳과 잡지 만드는 곳이 거의 한 팀이다. 물론 영화 만드는 .. 2012. 3. 14.
패션, 표절 기본적으로 표절에 대한 이야기는 잘 꺼내지 않는 편이다. 명백한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표절과 inspire, 혹은 패러디나 오마쥬의 경계가 불투명한 편이라 확신하기가 어렵고, 또한 나 자신이 그런 걸 판단할 입장에 서 있지도 않고, 사실 잘 모르겠다는 이유도 있다. 어쨋든 이런 건 기분 상의 문제라기보다는 도의상 혹은 법적인 문제이고 그러므로 어떤 종류의 판결이나 합의가 나올 때 까지 기다려본다. 그럼에도 좀 이상하게 대응한다든가 하면 가끔씩 포스팅하는 건 있다. 저번에 어번 아웃피터스와 엣시에서 활동하는 인디 디자이너 문제를 이야기한 적이 있다. http://fashionboop.com/154 다른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지만 패션에서도 표절 문제는 항상 문제가 되는 이슈다. 예전에 캘빈 클라인이 아르마니를.. 2012. 3. 2.
군중 속에서 투명해지는 방법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PAT 본사가 있다. 옛날에는 독립문메리야쓰였던 회사다. 공장도 있을거다. 예전에 일 때문에 방문했던 적이 있다. 대표 이사가 창립자 3대 째인가 그런데 외국에서 경영 공부하고 상당히 야심있는 분이었다. 어쨋든 이 회사가 이태리 아웃도어 브랜드 NEPA를 사들였다. 미국 진출을 노리기 위해서다. 그리고 NEPA 쇼핑몰에서 snowpeak 옷도 판다. 스노우 피크 텐트, 캠핑 용품 이런 건 다른 곳에서 들여오고 있었는데 얼마 전 시장을 접고 나갔다. 대신 옷 상표권은 여기가 받았나보다. 사실 네파도 스노우피크도 창대어패럴인가 하는 회사에서 만드는 OEM이다. 일본 스노우피크 홈페이지에 가보면 같은 모양의 라이트 다운 파카를 팔고는 있는데(일본 쪽이 10만원 가량 더 비싸다) 동일 제.. 2012. 2. 18.
패션 雜論 제목이 좀 이상한 가 싶은데 원래 아이스버그 論을 쓰려다가 두 가지 이야기를 먼저 꺼내본다. 아이스버그라는 이상한(?) 패션 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기회에. 1) 장인이 개입된 제품 제작은 말하자면 매니아질 중에 하나다. 좀 더 고급 재료 얻겠다고 산으로 들로 인도로 돌아다니고(로로 피아나의 베이비 캐시미어 링크), 흔들림을 체크하겠다고 부품을 입에 물고 시계를 조립하고(독립 시계사들의 소우주 링크), 바느질을 2만번 씩 해서 가방을 만든다(에르메스 링크). 그냥 캐시미어와 베이비 캐시미어의 차이는 알 수도 없는 정도일 지도 모르고(루이기도 그 사실을 알고 있다, 다만 궁금할 뿐이다), 굳이 부품을 천 개 씩 쓴다고 시간이 더 정확해 지는 것도 아니고(오히려 부품이 많으면 잔 충격에 훨씬 민감해져 .. 2012. 1. 18.
패션쇼를 감상하는 한가지 방법 Versace for H&M 이후에 별 다른 이슈도 보이질 않고, RSS에는 왠 나이키의 올드 스쿨풍 운동화들만 산더미처럼 보이고(혹시 다시 유행이 시작된 건가?) 해서 그다지 재미가 없는 판인데 심심한 김에 패션쇼에 대한 이야기나 해 본다. 아래 내용은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관람 방법이고, 뭔가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라는 걸 먼저 말해둔다. 참고로 지금까지 가장 인상적이었던 패션쇼 관람객은 도도한 패션쇼 갤러리들 사이에서 박스 골판지에다가 열심히 그림을 그리고 메모를 해가며 등장하는 옷을 보던 50대 정도로 보인 잠바 입은 아저씨다. 아무래도 옷 만드는 공장하시는 분이 아닐까 생각했었는데 현역의 포스란 역쉬... 하는 생각이 들던 기억이 난다. 패션쇼라는 건 어쨋든 옷을 보여주겠다는 쇼다. 거기서 뭘 .. 2011. 12. 2.
패션과 예술 사이의 줄타기 패션을 바라보는 방법은 여러가지가 있다. 가장 크게 구분하면 하나는 소위 코디로써의 패션이 있고, 또 하나는 감상의 대상으로써의 패션이 있다. 전자는 이해하기 쉽다. 당장 주변을 둘러봐도 이에 관련된 이야기들은 널려있다. 자신있게 보이는 법, 전문가처럼 보이는 법, 신체 사이즈에 맞는 코디, 얼굴형에 맞는 코디, 첫 데이트에서 잘 보이기 위한 코디 등등등. 이건 생활의 팁이고 방편이고 작전이다. 이쪽 방면의 활용은 조금이라도 삶을 윤택하게 만들기도 한다. 또 하나는 약간 더 복잡하다. 사실 복잡한 건 아닌데 동원되는 단어들이 자주 쓰이는 생활 용어들이 아니기 때문에 복잡하게 보인다. 어쨋든 패션은 보여지는 것이고, 사람이 만든다. 무엇이든 만들다 보면 익숙해지고, 그러다 보면 더 잘 만들고 싶어진다. 그.. 2011. 8. 30.
아르마니의 다른 브랜드에 대한 코멘트 아르마니(Giorgio Armani)가 저번 달에 Milan에서 남성복 패션쇼를 끝내고 지금의 패션신과 몇몇 하우스들에 대해 언급을 했다. 최전선의 현역 디자이너가 이런 언급을 하는 게 흔한 일은 아니므로 여기에 간단히 의역 해 놓는다. "I’ve wanted to say something about this for awhile, and now’s the time: Fashion is in the in the hands of the banks [and] the stock market, It no longer belongs to the owners, but to those above them. I still haven’t been able to understand how the banks influence.. 2011. 7. 5.
패션과 농담 그다지 재미있고 유용한 내용은 아니지만 예전에 이글루스에 써 놓은 것들 중에 포지셔닝에 관계된 것들은 좀 옮겨 놓기로 했다. 이왕 패션붑 개설해 놨으니 잘 써야지. 2008년 9월 25일에 쓴 글이다. 이전에도 잠시 언급한 바 있지만 일류 브랜드, 준일류 브랜드, 또는 일류급 브랜드가 되고자 하는 패션 브랜드에게 가장 중요한 두 요소는 캐릭터 포지셔닝과 테크닉이다. 이제 막 데뷔한 연예인들이 캐릭터를 정립시켜 다른 경쟁자들과 차별화를 위해 애쓰듯이 우선은 이 험난한 패션신에서 어떤 자리를, 어떻게 점유할 생각인가를 확실히 정해야한다. 이건 넓게 보자면 디자이너나 브랜드의 세계관, 철학과도 관련되어 있다. 물론 진정 최고가 되고 싶고, 그만한 실력이 있다고 자부한다면 루이비통, 에르메스, 구찌 등과의 경쟁.. 2010. 10.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