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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조나단 앤더슨의 로에베 2022 FW

by macrostar 2022. 3.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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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인가를 만들어 내는 사람이 갑자기 폭주를 하는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를 예상해 보자면 그냥 그럴 만한 때가 되어서 혹은 잔잔하게 흘러가는 듯한 자신의 작업에 파동을 만들어 내며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 또는 그저 깽판을 부리고 싶어서 등등이 있을 거 같다. 로에베의 명성에 맞게 나름 얌전한 컬렉션을 내놓고 또 점잖은 가방과 지브리 스튜디오와의 귀여운 협업 같은 걸 꾸준히 진행하던 로에베가 2022 FW에서 살짝 폭주를 한 거 같다.

 

사실 이번 패션위크의 여러 디자이너들에게서도 이런 경향이 조금 보이는 데 코로나로 인해 막혔던 패션쇼의 출구가 틔이면서 그동안 쌓아놨던 것들을 실현하거나, 혹은 패션의 대변화 앞에서 모두가 갈 길을 잃고 있고 다음 단계를 모색하는 상황이니 거기에 뭐든 함께 던져보자는 생각도 있는 거 같고 그렇다.

 

 

아무튼 저 풍선과 입술 같은 건 멋지다, 별로다, 신박하다, 지루하다 같은 걸 떠나, 보다보면 약간 짜증이 나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이런 살짝 철지난 듯한 아방함은 실험을 표방한답시고 옷 이어 붙이기 같은 거나 하고 있는 패션 디자이너들에게 그 정도로 되겠냐 하며 부추키는 듯한 분위기도 난다. 패션이 자꾸 뒤를 돌아보며 어제 일을 떠올리려는 건 분명 좋은 분위기가 아니다.

 

 

아주 오랫동안 이노베이션을 하고자 하지만 기존 소재의 한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패션의 대변화는 아마도 소재의 등장과 새로운 제조 기술의 등장에서 올 거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가지고 세상에 자리를 잡는 게 앞으로 우리가 입게 되고 익숙해질 새로운 형태의 옷의 기반이 될 건 분명하다. 면, 울, 나일론 같은 익숙한 소재와 익숙한 패턴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옷은 어느 순간 대체될 가능성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낯선 기분을 느끼겠지만 3D 프린팅이나 재활용 PET 같은 걸로 기존과 다른 이상한 소재를 만들어 내는 곳들을 당분간 주목하고 있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런 난장의 전위성이 지루해 하던 예술 러버들을 적당히 만족시킴과 동시에 로에베 본체 쪽에서도 안심을 할 수 있도록 적당히 난장을 피우는 와중에도 가죽 가방과 액세서리의 진중함은 지속되고 있다. 극단적 실험체들이 가득한 곳에서 결국은 익숙한 제품을 집어들게 되는 기존 소비자들을 그냥 내버려두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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