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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돌체 앤 가바나는 시계를 뒤로 돌릴 수 있을까

by macrostar 2017. 8.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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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이라고 해봐야 벌써 꽤 오랜 기간 동안 가장 논쟁적인 하이 패션 브랜드라고 하면 역시 돌체 앤 가바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논쟁적이라고 해도 앙팡테리블, 악동, 판을 엎어 버리는 놈, 노이즈 마케팅 등등 폼이라도 나거나 기존의 틀에 반혁을 꾀하며 자기 포지셔닝을 잡는다든가 그런 거 아니고 그냥 완벽하고 순수하게 구리다.




패션 역사상 가장 논쟁적인 광고라는 세간의 별명이 전혀 부족함이 없었던 2007년의 광고. 이 광고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다.




요 몇 년 전 중국인 관광객. 논란이 되자 마케팅 담당자인가가 원래 중국에서는 면을 손으로 먹는 줄 알았다고 했던가 뭐 그런 이야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





이건 가장 최근. I'm Thin & Gorgeous라고 적힌 스니커즈에 대해 인스타그램에서 논란이 일어나자 그 대응. "in italy they hate fat people"이라는 말이 꽤 중요하게 생각된다.


최근 몇 년 째 돌체 앤 가바나는 가족을 메인 테마로 삼고 있다. 그 가족은 이태리 전통 가족을 의미하고 대부분의 경우 자기랑 친인척 관계가 없는 여자는 마르고 고저스해야 하고, 자기랑 친인척 관계가 있는 여자는(특히 mama) 이래라 저래라하며 집안의 대소사를 끌고 가는 집안일의 대장이자 홈메이드 파스타를 만드는 사람이고 의지해야 할 기둥이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전통 체제에 매달리는 동시에 히잡 같은 건 또 가장 처음 내놓은 하이 패션 브랜드다(링크). 자신들이 생각하는 전통 체제를 해치지 않고 구매력이 있는 문화 다양성을 찾아 본다면 역시 히잡이다. 히잡이 남성 중심적인 이슬람 전통적 가족 체제의 대표적인 아이템이라는 점을 생각해 보면 Thin과 히잡을 통해 이들이 생각하는 전통 가족상이라는 것의 우선 순위를 대략 파악할 수가 있다.


어쨌든 뭐 그런 생각을 하든 말든 별로 상관은 없고 이들 역시 상관 안해!라고 말하고 있다. 게다가 돌체 앤 가바나를 지지하는 팬들은 사지도 못하는 것들이 꼭 저렇게 떠들어 같은 이야기나 하고 있다. 당연하지만 구매층이 매우 한정된 이런 류의 브랜드에 대한 대중적인 보이콧은 별로 의미가 없다. 아마도 멜라니아 트럼프 같은 분이 사주는 거만 가지고도 충분할 거다. 그보다는 구린 이미지나 잔뜩 얻는 게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한때 란제리 룩 등으로 옷의 전통적 구성에 반전을 시도하며 패션계에 산뜻하고 혁신적인 룩을 제시하며 주도했던 돌체 앤 가바나는 여전히 딱 그 지점의 세상에 멈춰있다. 이렇게 구리고 구태의연한 브랜드의 대명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고 있자면 대기업 중심 체제의 디자이너 하우스가 가질 수 있는 장점 같은 게 있긴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컨대 어지간한 기업이었다면 아마 2007년 쯤에 이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교체하면서(그 이후에도 매년 기회가 생기고 있다) 돌체 앤 가바나라는 예전의 이미지를 더 살리고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보탤 수 있는 새로운 디렉터를 찾아냈을 거다. 


돌체 앤 가바나는 그럴 필요가 없는 곳이고, 시장을 더 넓힐 생각도 없는 거 같고, 이미지를 업데이트할 생각은 전혀 없고, 아프리카에서 멋대로 잡아온 사람들이 자기들의 노예였던 시절을 추억하며 액세서리로 만들고(링크), 그러는 와중에 점점 더 자연스럽게 구려지는 길을 택한 거 같다. 


다양성 존중과 젠더 문제, 인종 문제 등이 패션의 주된 관심사로 떠올라 있고, 돌체 앤 가바나 옷도 못사는 가난한 네티즌의 비난 뿐만 아니라 인종주의와 마른 모델에 대한 범국가적인 규제도 더해져 점점 더 전향적인 태도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돌체 앤 가바나가 예전처럼 트렌드를 선도하던 이미지를 되찾을 방법은 세상의 시계를 뒤로 돌리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자기들이 변할 가능성은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스테파노 가바나가 하는 이야기를 보면 아마도 정말 그런 걸 원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물론 그럴 가능성은 없어야 하고 또한 반드시 막아야 하는 길이다. 


어쨌든 패션의 측면에서 돌체 앤 가바나의 컬렉션을 보는 재미라면 나름 시크한 로고를 가진 브랜드가 로고 만큼의 폼도 못 낸 채 과연 얼마나 더 구려질 수 있을까 하는 역사의 흐름을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다는 것 정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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