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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 리의 버버리 2024 FW 다니엘 리의 버버리 2024 FW가 어제 있었다. 이 패션쇼는 가지고 싶은 건 하나도 없지만 왠지 재미있었다. 이런 거 조금 좋아한다. 영상은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예전에도 말한 적이 있는데 버버리는 말하자면 20세기 초반의 아크테릭스 같은 브랜드였다. 방수에 관한 앞서 나가는 기술로 기능복을 석권해 나갈 수 있었고 그렇기 때문에 북극이나 에베레스트를 가는 탐험가들이 버버리의 개버딘을 입었다. 군대에서도, 아무튼 비가 문제인 노동자들도 입었다. 물론 군대 - 장교 - 귀족 테크트리는 버버리에게 영국 전통의 이미지를 심어줬고 이후 그런 길을 나아갔다. 워크웨어, 밀리터리와의 연계점도 있고 그 헤리티지의 분위기가 챠브나 훌리건 등 서브컬쳐와의 연계점도 만들어냈지만 전반적으로 그런 건 무시하고 앞으로.. 2024. 2. 21.
2024 Met Gala의 드레스 코드 또 멧 갈라의 시즌이 찾아왔다. 멧 갈라는 유명인들의 코스프레 대잔치를 보여주면서 겸사겸사 기금도 얻어내는 뭐 그런 걸로 자리가 굳어가고 있는데 굳이 우리에게 보여주고 홍보도 하는 이유는 물론 규모를 더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안나 윈투어는 이런 코스튬 대결을 중계를 통해 일종의 경쟁 비슷하게 만들어 내며 규모를 키워내는 데 성공했다. 코스프레 대잔치가 성대할 수록 기금은 커지고, 기금이 커지면 대잔치가 성대해지는 선순환을 하고 있다. 슈퍼 셀레브리티가 아닌 사람 입장에서는 그냥 구경. 2024년 Met Gala의 드레스 코드는 "The Garden of Time", 공동 호스트는 배드 버니, 젠데이아, 크리스 햄스워스, 제니퍼 로페즈. 발표는 로에베의 JW 앤더슨과 틱톡의 CEO 쇼우지 추가 했다고 .. 2024. 2. 16.
엘엘빈의 트래블러 블레이저 이야기 뭔가 제대로 된 정석의 블레이저, 스포츠 코트, 테일러드 자켓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는 옷은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다. 잘 안 입기 때문. 하지만 종종 호기심이 생기기도 하고 그 와중에 유틸라이즈된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결합해 모호한 형식의 자켓을 몇 개 가지고 있다. 그중 엘엘빈의 여행자 자켓. 두 개가 있는데 왼쪽은 100% 코튼, 오른쪽은 100% 울이다. 코튼은 트윌 계열, 두께가 좀 있는 편이라 더워지면 못 입는다. 위 사진에서 보다시피 안에 메쉬가 붙어 있다. 오른쪽 울은 막상 보면 울 특유의 고급스러운 울 분위기는 전혀 없고 학생 교복 같은 느낌의 직물이다. 안감은 100% 코튼. 팔 안 쪽은 폴리에스테르. 둘 다 페이크 손목 단추, 2버튼이다. 둘 다 어깨 패드가 들어 있었는데 어느날 문득.. 2024. 2. 10.
패션이 시대 이야기 5, 지속 가능한 패션 이번 건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경우 들춰볼 만한 책의 소개.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말은 사실 모순적이고 실현도 불가능하다. 애초에 병치가 되는 단어의 조합이 아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건 관심의 대상이 되었고, 뭐든 그러하듯 트렌드의 하나로 존재하고, 또 다른 일부에서는 삶의 방식으로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그렇게 자연스럽지는 않다. 예컨대 트렌드로 존재하는 쪽은 이건 그냥 멋지기 때문에 입는 것 중 하나고 그걸 보고 따라하는 식이다. 삶의 방식의 경우 현대 문명과 어울리는 게 쉽지 않다. 아주 쉽게 극단주의로 흘러간다. 그럼에도 이걸 어떻게 하긴 해야 하는데 두 가지 정도 방법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우선 이게 멋지게 보이는 것. 셀레브리티나 인플루언서가 재산 증식의 일환으로 지속 가능한 패션을 .. 2024. 2. 6.
이중의 접근 최근 르세라핌의 Good Bones 티저 이후 팬츠리스가 다시 관심 대상이 되고 있다. 다시라는 말은 좀 이상한데 주류 패션에서는 스윽 지나가는 느낌이지만 주류 세상에서는 또한 여전히 관심의 초점이 되기 때문이다. 이런 일이 있을 때 패션 세상과 현실 세상 간의 거리감 같은 걸 느끼게 된다. 국내에서 더 유난한 경향이 있긴 하지만 심심해서 들춰본 몇 나라의 리액션 영상을 보면 다른 나라도 아주 크게 다르진 않은데 이게 오타쿠 특인 건지는 잘 모르겠다. 아무튼 패션에서 노출과 가격은 여전히 패션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화제의 내용이구나 다시금 느낀다. 물론 패션의 시대(링크)를 읽어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지금의 이런 흐름을 그다지 환영하진 않는다. 차라리 1996년에는 보면서 새롭고 신선하다고 즐거워했겠지만.. 2024. 1. 28.
언더커버 2024 FW, Wonderful and Strange 언더커버의 2024 FW는 약간 뜬금없게도 데이빗 린치의 트윈 픽스와의 콜라보다. 왜 갑자기 이제와서 트윈 픽스인가 싶기는 하지만 원래 그렇게 뜬금없는 게 인간의 상상력, 혹은 기획력이기도 하다. 나만 해도 몇 년 전에 문득 생각이 나 트윈 픽스 시리즈를 정주행한 적이 있다. 그때 트윈 픽스를 정주행하게 된 이유는 유튜브 알고리즘이 이 영상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트윈 픽스의 Laura's Theme을 어떻게 만들었는지 안젤로 바달라멘티가 설명해 준다. 2022년에 세상을 떠나셨다. 트위터에 이런 이야기를 올렸던 기억이 있음. 유튜브의 추천 영상 같은 걸 가만히 보고 있으면 인간의 상상력과 창조력이 결국 기억의 우발적 재구성에 기반해 이뤄진다는 생각에 조금 더 확신을 준다. 창조력이 인간만 할 수 있는 고.. 2024. 1. 24.
이 겨울의 작업복 여기에서 몇 번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이번 겨울 가장 애용하고 있는 작업복은 M-65 필드 재킷이다. 재작년에는 M-65 피시테일을 많이 입었고, 작년에는 칼하트와 빔즈의 롱 패딩을 많이 입었는데 올해는 그렇게 되었다. 물론 이런 옷들은 거친 대자연에서 입어도 손색이 없는 옷이겠지만 나의 작업이라는 건 거의 도서관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는 일일 뿐이지만 그래도 작업복이 정해져 있으면 흐르는 나날을 운용하기에 스트레스가 낮아진다. 물론 아무리 내피를 붙여 놓는다고 해도 한국의 겨울을 이 옷으로 넘기긴 어렵다. 또한 추위를 엄청나게 타는 사람이라 불가능. 그래서 안에 옷을 입는데 보통 후드 종류다. 겨울에는 머리에서 목까지를 덮어야 하고 머플러도 메야 한다. 거기서 체온 유출이 가장 심하다. 아무튼 안에 챔.. 2024. 1. 24.
소소한 강박 내 의복 생활에는 몇 가지 문제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작은 거슬림을 잘 버티지 못한다는 것. 어지간한 옷은 사이즈만 맞으면 잘 입고 다니는데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으면 사용을 잘 안 하게 된다. 예전에 이런 걸 군더더기라고 말한 적이 있는데 그보다는 약간 더 총체적인 듯. 아무튼 그려려니하고 살면 될텐데 그게 잘 안된다. 2024년 들어서 M65 견장 떼어 내기(링크), 반스 44 DX 사이드 떨어진 고무 붙이기, 니트 늘어난 목 줄이기(링크), 손목이 너무 좁아지는 커프스의 단추 위치 바꾸기 등등 가지고 있는 옷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유지보수에 힘을 쓰고 있다. 이번에 건든 옷 중 하나로 예전에 이야기했던 에스피오나지의 M64 코튼 파카(링크)가 있다. 이 옷은 다 좋고 겉감 소재, 단추 등.. 2024. 1. 19.
패션의 시대 이야기 4, 버질 아블로 책 패션의 시대 : 단절의 구간(링크) 관련 이야기 4번째로 버질 아블로. 이번에도 시청각 자료. 버질 아블로는 파이렉스 시기, 오프 화이트 시기, 루이 비통 시기로 나눠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책 앞 부분에서 이야기했던 오프-화이트 + 아크테릭스는 이 영상을 보면 된다. 버질 아블로 시절의 루이 비통은 이거 정도 보면 되지 싶다. 어쨌든 알레산드로 미켈레, 뎀나 바잘리아, 버질 아블로는 패션 판을 바꾸는 데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경로 의존성이 생각보다 굉장히 강하긴 해서 그 변화의 탄성이 제자리로 돌아오는 과정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의미가 없다는 건 아니고 고급 패션이 원래 하던 일, 나와바리라는 건 이미 달라졌다. 2024. 1.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