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올의 여성복, 남성복, 오트쿠튀르를 통합하는 디렉터로 임명된 조나단 앤더슨의 데뷔 패션쇼인 디올 남성복 여름 2026년이 열렸다. 이제부터 빈틈도 없이 돌아가는 긴 일년 일정의 시작이다.
사실 남성복이라 아무래도 여성복 쪽에 비하면 아직 본대가 시작된 건 아니라는 분위기가 있긴 하지만 며칠 전부터 미디어의 보도도 그렇고 보여지는 화려함, 새로운 디올 시대를 맞이하는 사람들의 기대 등등 LVMH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긴 했다. 조나단 앤더슨도 프로모션의 일환이긴 하겠지만 디올을 맡게 된 자신에 취해있는 분위기를 좀 내고 있는데 일단은 디올이니까 그럴 만도 하지.
전반적으로 보면 유럽 느낌이 강하지만 아이비 패션 트렌드를 이어 받아 미국 의복의 유럽적 재해석 느낌이 잘 섞여있다. 모두의 기대를 뛰어넘았냐 하면 그 정도는 아닌데 저기 망했네 정도는 아닌. 사실 아이비 패션 같은 룩이 요새 수요가 많고 고급 패션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져 있는 남성층에 접근하기도 좋다. 잠바 입는 것보다는 스트라이프 셔츠에 코트 입는 게 어디가서 티 내기도 좋고. 전반적으로 타겟이 좀 어려보인다는 인상이 있는데 그런 세상이니까. 그리고 저 초록 코트를 비롯해 몇몇은 로에베에서 만들다가 그냥 들고 온 거 같기도 하고.
프랑스 브랜드 이름을 달고 미국인이 미국 패션을 유럽식으로 재현하고 있는 퍼렐 윌리엄스의 루이비통 남성복이나 이태리 브랜드 이름을 달고 이태리 여성과 벨기에 남성이 미국 패션을 유럽식으로 재현하고 있던 미우치아 프라다와 라프 시몬스의 프라다 남성복과 비교를 해 보면 약간 재미있는 거 같다.
전반적으로 가방과 신발에 힘을 많이 쏟고 있다.
디올 가방을 든 남자들의 시대가 온다면 디올 입장에서는 더할 나위가 없긴 하겠지. 퍼렐 윌리엄스가 루이 비통의 원래 가방을 계속 이렇게 저렇게 변형시키고 있는 길을 택하고 있다면, 조나단 앤더슨은 패션 디자이너라 역시 좀 더 오리지낼리티를 내고 싶어 하는 거 같은데 그래서인지 얼토당토한 접근은 하진 못하는 한계가 보이는 거 같다. 아무튼 전반적으로 재미가 있는 건 아닌데 대신 디올 여성복은 꽤 다른 게 나올 거 같다는 느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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