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월, 남성복 FW 패션쇼 시즌이다. 어제 라이브로 프라다 패션쇼를 본 김에 몇 가지 이야기. 우선 남성복 패션쇼는 약간의 메타화, 3인칭화가 더 필요하다는 점이 약간 어렵다. 예를 들어 여성복 패션쇼는 내가 입을 수 있는 옷이다라는 생각이 없기 때문에 그냥 패션으로만 대하는 게, 보다 수월하다. 하지만 남성복 패션쇼는 저걸 내가 입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이 약간의 노이즈를 만든다. 누군가 - 이것은 인간을 칭하지만 구체적인 대상이 있는 건 아니다 - 가 입을 수 있는 옷이다 정도로 충분하다. 그 다음에 생각할 건 보이는 조합이 어떤 새로움을 만들어 냈는가, 저 디자이너 브랜드가 제시하는 세계는 어떤 모습인가, 저런 옷을 어떤 상황에서 입고 어떤 모습이 연출될 것인가 등등 일 거 같다. 아무튼 패션에 대해 하는 이야기가 소식지가 되거나, 쇼핑 가이드가 되는 건 여길 통해서 할 수 있는 종류, 하고자 하는 종류는 아니다.
최근 프라다는 미우치아 프라다 + 라프 시몬스 체제, 미우미우는 미우치아 프라다 체제로 운영이 되고 있다. 또한 미우미우는 가히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고 실제로 최근 몇 년의 패션은 꽤 신선하다. 매장 가서 보면 단일 아이템들도 볼 만한 게 많다. 프라다는 애매하다. 미우미우의 인기와 더불어 프라다는 상위 호환으로서 뭔가 미우미우에서 봤는 데 그것보다 더 좋아보이는 게 있다 + 리-나일론이라는 유니크한 라인이 있다 정도다. 그리고 프라다 패션쇼는 라프 시몬스라는 존재가 더해져 있기 때문에 그가 만들어 내는 다른 방향이 무엇인가에 대해 비교 탐구가 가능하다.

위 사진은 프라다 공홈.
원래 남성복 패션쇼라는 게 대체적으로 시시하고 재미가 없긴 한데 이번 프라다는 더욱 그렇다. 애매하게 얹어져 있는 웨스턴의 기운은 프라다 특유의 압도적인 이미지와 미니멀리즘을 해치는 역할만 하고 덜렁거리는 액세서리들은 뭐 하자는 건지 잘 모르겠음. 패션쇼 안에 드리워져 있어야 할 프라다가 만들려는 세상, 프라다가 제시하는 인간의 모습이 뭔지는 불투명하고 그게 아니라면 힙과 하이프라도 있든가 그것도 아니면 유행할 템이라도 나왔으면 하지만 컬러풀한 웨스턴 부츠? 체크무늬 코트? 여기저기 두른 퍼 아이템들? 글쎄... 위 사진에 나온 파자마 셋업이 약간 근사한 정도. 그런 점에서 프라다에 라프 시몬스가 있는게 정말 득으로 작용하고 있는가 궁금해진다. 현 상황에서 득이라면 미우미우가 더 돋보이게 되는 정도가 아닐까.

패션쇼의 시시함에 비해 프라다의 Re-Nylon 영상 시리즈는 꽤 재미있게 봤다. 이것은 파타고니아인가 아크테릭스인가 같은 생각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신소재를 활용하는 남성복 패션과 그 이미지 메이킹은 그런 거여도 크게 상관은 없다. 좋은 점퍼를 입고 좋은 운동화를 신고, 흔한 아이템이지만 굉장히 비싸고 좋은 것들을, 게다가 재활용 환경 사랑을 얹고 싶은 마음들은 다들 꽤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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