붑1106 ASPESI의 ARCHV 아스페시 일본에서 아카이브 컬렉션을 내놨다고 해서 좀 둘러봤다(링크). 아스페시는 정체성이 참 모호한 데 이태리 브랜드지만(원래 셔츠 공장으로 시작했다고) M65를 알파 인더스트리보다 더 열심히 팔고 있고, 미국이나 영국 등의 밀리터리 패션을 데일리하게 입을 수 있도록 바꿔놓는 선구자 중 하나 정도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개인적인 이미지로는 옷은 예쁘고 좋은 거 같은데 어딘가 비싸고 이거 말고 대안이 좀 많지 않나 하는 등등의 생각을 하게 만든다. 작년에 봤던 오버사이즈 피코트는 아주 좋아서 여전히 다른 브랜드의 피코트를 볼 때 기준이 되어 주고 있다. 아무튼 ARCHV는 이들이 1980~2000년 정도에 내놨던 대표적 제품의 복각 컬렉션이다. 컬렉션 로고인데 이게 옷마다 작은 탭으로 붙어 있다. 로고.. 2024. 10. 10. Saab 900과 9000 터보 티빙에 하마구치 류스케의 드라이빙 마이 카가 있길래 보고 있다. 길어서 다는 못봤다. 요즘에는 요란벅적한 영화보다 이런 잔잔한 류의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걸 선호한다. 왜냐하면 그래야 한 번에 끝까지 다 보니까. 헤어질 결심 같은 영화는 그래서 극장에서 봤었다. 드라이브 마이 카는 당시에 놓쳤었는데 집에서 보니 역시 띄엄띄엄 보게 된다. 방에서 보고 있으면 뭔가 할 일이 많아. 아무튼 이 영화에 사브가 나온다. 빨간색 사브. 정확한 이름은 1987 Saab 900 Turbo 3도어 해치백이다. 사브 900은 1978년에 처음 나왔고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의 W123 등의 모델과 경쟁했다고 한다. BMW가 BMW처럼 생기고, 벤츠가 벤츠처럼 생겼던 시절이다. 영화에 나온 사브 900은 빨간색이다. 슬.. 2024. 10. 2. 여행용 더플 이야기 공항에 가보면 대부분은 바퀴 달린 캐리어를 돌돌돌 끌고 다니고 있지만 가끔 자기 몸집 만한 반짝거리는 백팩을 메고 어디론가 사라지는 이들을 볼 수 있다. 개인적으로 캐리어, 더플, 이민 가방이 공항 여행 가방 삼대장... 뭐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아무튼 보면서 저거 어떨까 호기심은 생겼지만 그렇게 크게 관심은 없었다. 사실 캐리어라는 게 압도적으로 편한게 바퀴라는 가장 진보적인 도구를 달고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지내다가 언젠가 중고 매장에 노스페이스의 더플이 상당히 저렴한 가격에 올라온 걸 보고 사볼까 생각하며 검색을 좀 해본 적이 있다. 물론 그러다가 팔려버렸다. 그러다가 또 시간만 나면 주변 국가 여행을 다니는 친구놈 하나가 캐리어 번거롭다며 백팩을 메고 다닐까 한다며 뭐가 좋냐고 하길래 .. 2024. 9. 29. 필슨의 비어투스 크루저 베스트 필슨 홈페이지를 뒤적거리는 데 새로운 베스트가 나왔다. 비어투스 크루저 베스트. Beartooth는 곰이빨인가... 설명을 보면 1970년대의 상징적인 작업 조끼 디자인에 두껍고 담요 같은 무게의 코튼을 사용했고 브러싱을 해 편안함을 만들었다고 적혀있다. 컬러는 Marsh Olive Blanket Stripe와 Anthracite(무연탄). 딱 보면 눈에 들어오는 게 스트라이프이긴 한데 저 무연탄 색도 적당히 낡으면 심연의 후줄근 함이 끌어올려질 거 같은 분위기다. 자세히 보면 약간 더 재미있는데 반짝이는 단추와 털이 숭숭 있는 몰스킨 분위기의 털이 부숭부숭한 코튼이다. 13온스 코튼 100% 더블 크로스 + 100% 코튼 카발리 트윌이라고 적혀 있는데 더블 크로스가 겉감이고 트윌이 버튼 뒤에 덧대진.. 2024. 9. 24. 코로나 유틸리티의 C 필드 코트 코로나 유틸리티의 2024 FW 시즌 아이템 중에 C-Field 코트라는 게 있다. 제품 번호는 CJ040(링크). 이 옷은 밀리터리와 발마칸을 결합한 형태로 밀리터리 아이템을 일상복화 하는 방식 중 하나를 보여주는 독특한 코트다. 코로나 유틸리티 블로그 보면 예전에 엘엘빈에서 이런 식으로 밀리터리와 일상복 결합 옷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게 무슨 옷인지는 잘 모르겠다. 이번에는 블랙(면 50%, 나일론 50%), 건 메탈(면 100%), 데저트(면 100%) 이렇게 세 가지 모델이 나왔다. 블랙은 미군 BDU의 립스톱을 재현한 고밀도 원단이고, 건 메탈은 2차 대전 미군의 산악용 필드 재킷(=마운틴 재킷)의 원단을 재현한 초고밀도 개버딘이다. 데저트는 50년대에 미군이 테스트하던 고밀도 웨더크로스 원단이.. 2024. 9. 11. 리넨과 헴프는 뭐가 다른가 매번 기억하지만 역시 매번 헷갈리기 때문에 정리 겸 적어본다. 일단 이런 종류는 모두 마 섬유다. 마 종류의 식물 껍질을 부드럽게 만들어 섬유를 만들고 그걸 엮어서 직물을 만든다. 제조 절차가 간단하기 때문에 인류가 아주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소재다. 1) 리넨참고로 외래어 표기법에 의하면 리넨. 하지만 세상의 사용법은 리넨, 린넨 등등 엉망진창이다. 아마포라고도 한다. 아마라는 식물의 줄기로 만든다. 메소포타미아에서 아마가 경작되면서 처음 만들어졌다고 할 정도로 오래 전부터 사용해 온 천이다. 아이리쉬 리넨과 이탈리아 리넨 등에 대한 이야기는 여기(링크)를 참고. 2) 헴프우리 말로는 삼베, 베, 대마포라고도 한다. 대마의 줄기로 만든다. 뻣뻣하고 거칠고 누런 색이지만 대신 질기고 물에 강하다. .. 2024. 9. 6. 우드랜드 BDU 이야기 밀리터리 재킷은 M65와 그 비슷한 필드 재킷 류면 됐다라고 생각을 해왔는데 지구 온난화와 여타 등등의 문제로 BDU에 대한 관심이 많아졌다. 약간 더 얇은 게 쓸모가 많지 않을까 그런 이야기. BDU는 분류하자면 셔츠에 가까운 옷이지만 아우터로 활용이 가능하다. 일종의 셔츠-재킷, Jac-Shirt라 하겠다. 좀 자세히 들여다 보니 이쪽도 시대 분류가 좀 있다. 그걸 알게 된 건 Waiper가 라쿠텐에서 미군 BDU 중고 버전을 파는데 초기형, 중기형, 후기형 분리해서 팔고 있다. M65에 비하자면 이쪽은 잘 모르기 때문에 이게 무슨 이야기일까 찾아봤다. 맨 위부터 차례대로 초기형, 중기형, 후기형이다. 염색 상태라든가, 낡음의 상태라든가 이런 건 옷 상태 문제니 관계 없는 이야기고 주의깊게 봐야할 건.. 2024. 9. 4. 경험은 복합적이다 며칠 전 대구에 다녀왔다. 올해는 컴퓨터 앞에 앉아 글을 쓰는 자유기고가로서는 드물게 지방 출장이 몇 번 있었다. 내용도 다 다른데 강연과 조사 연구, 취재기의 기록 등이다. 이런 일이 주어지는 게 어떤 의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도 많이 이용해주세요. 아무튼 처음 이 일을 시작할 때 얼핏 상상했던 모습이긴 하다. 뭔가를 할 때, 예컨대 글을 쓰고 책을 쓸 때도 마찬가지인데 최종 결과물의 모습을 생각하는 편이다. 책이라면 이런 두께, 이런 촉감, 이런 무게, 이런 색감이었으면 좋겠다 같은 것들. 물론 내가 디자이너가 아니기 때문에 결과물이 기대처럼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래도 뭐, 옷을 살 때 상상했던 모습과 현실과의 차이 같은 거랄까. 사실 적혀있는 글의 내용이 중요한 게 맞긴 한데 더불어.. 2024. 8. 22. 잘 만든 옷이라는 환상 잘 만든 옷이라는 건 멋진 옷, 좋은 옷과 딱히 큰 연관관계는 없다. 오래 전 대부분의 옷이 엉망진창이던 시절 잘 만든 옷이라는 건 다른 옷과 차별되는 옷이었고, 그 정도 품을 들인다면 멋진 디자인 같은 것도 반영하고 그랬을 거기 때문에 잘 만든 옷이 멋진 옷이라는 상관관계가 작동을 했다. 하지만 의복 제조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상관관계는 더 이상 필연적일 이유가 사라졌다. 간단히 생각해도 엄청 공을 들여 만들었지만 재미도 없고 매력도 없는 옷이 있을 수 있고, 대충 만들었지만 매력이 넘치는 옷이 있을 수 있다. 이건 멋지고 좋은 옷이라는 개념이 확장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패션에서 톱 - 다운 방식의 미감 전파 매력이 점점 사라지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는 여타 대중 문화에서도 비슷하다. 대.. 2024. 8. 21. 이전 1 2 3 4 5 6 ··· 12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