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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셔츠 본격적인 여름이 왔다. 티셔츠와 반바지의 계절이다. 특히 힙합과 스트리트 패션, 고프코어와 캠핑코어 트렌드 등 편안함과 실용성을 강조한 패션이 주류를 점령해 가면서 티셔츠와 반바지, 스니커즈는 여름 패션의 핵심이 되었다. 덕분에 포멀 웨어, 비즈니스 웨어 계열의 버튼 셔츠와 슬랙스, 넥타이, 가죽 구두 등 점잖고 우아한 전통적 의류들은 자리를 잊어버린 듯 했다. 이건 단지 기분만이 아니다. 코로나 판데믹 기간은 이런 흐름을 가속화했는데 비대면 근무 등이 늘어나면서 정장 류를 입을 일도 줄어들었고 그런 결과 많은 남성복 브랜드들이 시대의 흐름 속에서 사라지기도 했다.   사실 이런 흐름이 현대 패션의 주요 방향이기도 하다. 기존의 남성 패션이 보여주고자 했던 격식이나 품격 같은 형식성의 중요성이 줄어들었고.. 2024. 6. 26.
패션은 그렇게 엄정한 세계가 아니다 패션은 그다지 논리적으로 엄정한 세계가 아니다. 거의 모든 게 다 임시적이고 임의적이다. 예전의 기능성 옷들이 재미있는 건 약간 터무니없을 정도로 대충 떼우는 임기응변의 흔적이 눈에 또렷하게 보일 정도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젖는 게 문제다, 합성 섬유를 붙이자. 주머니가 모자란데, 빈 곳에다 붙이자. 엘보가 자꾸 해진다, 덧대자. 그래도 해지는데?, 더 두꺼운 천을 덧대자. 거의 이런 식이다.  서브컬쳐에서 많은 일상 의류, 기능성 의류를 가져다 쓴다. 모즈는 왜 피시테일을 입었나, 헬스 앤젤스의 바이커 컷은 어떤 과정을 거쳤나, 1920년대 뉴욕의 오버올스 클럽은 어쩌다가 오버올스를 입었나. 대부분 논리적 귀결로 도달한 게 아니다. 입던 옷, 주변에서 보이는 옷, 영화에서 본 옷이 가장 강력한 영향을 .. 2024. 6. 26.
파리 올림픽, 쇼메와 루이 비통 2024년 파리 올림픽이 7월 26일 개막으로 한 달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유로 2024와 코파 아메리카 2024가 진행중인데 그거 끝나면 올림픽 시즌이 될 듯. 하지만 올해 우리나라는 구기 종목 예선 탈락 관계로 선수단 인원이 상당히 줄었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외에도 최근 올림픽은 어떻게든 비용을 쥐어짜는 준비 + 여봐라 하는 성대한 개막식 + 지어진 경기장 뒤처리 문제 + 바가지 물가 등 이야기만 계속 나오는 경향이 있긴 하다. 아무튼 이번 올림픽 메달은 쇼메가 디자인했다.  사진 아래가 앞면으로 아크로폴리스와 에펠탑을 배경으로 한 승리의 여신 니케, 뒷면의 네모는 에펠탑 보수 공사 때 보존한 에펠탑 철판이라고 한다. 결론적으로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획득하면 에펠탑의 일부를 가질 수 있다.   메.. 2024. 6. 21.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새로운 브랜드 앙개 삼성물산 패션부문에서 새로운 브랜드 앙개(anggae)를 런칭했다. 그냥 삼성물산이라고 해도 될 거 같긴 한데 왠지 삼성물산 패션부문으로 풀 표기를 해야 할 거 같은 느낌이 좀 있다. 왜 일까. 아무튼 anggae를 안개로 읽는 건가 잠깐 고민했지만 g가 두 개고 소개에 보니 앙개라고 되어있다. 아무튼 브랜드 소개를 보면 "anggae(앙개)는 페미닌 컨템포러리 브랜드로 고착화된 선입견과 관습으로부터 탈피해, 단순한 형태와 물성, 그리고 유연한 움직임에서 영감을 받아 패션의 본질을 탐구하며 겉으로 보여지는 것에 집중하지 않고 본연의 실루엣을 드러냄으로써 나타나는 조형미와 새로운 시선에서의 아름다움을 발견하고자 합니다."라고 되어 있다.  위 설명으로는 무슨 말인지 금방 이해가 가지 않는데 MZ 세대를 타.. 2024. 6. 18.
편견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도 온다 여름이 되면 액세서리에 관심이 좀 많아진다. 아무래도 재미없는 옷만 입으니까 뭐 좀 붙일 거 없나 싶기도 하고 뭐라도 좀 잘되라 하며 미신, 토테미즘을 치장하려는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요즘 트렌드인 가방과 신발에 붙이는 참 종류는 군더더기 같아서 별로 좋아하지 않고 목걸이, 팔찌 같은 건 좀 좋아라 한다. 여름이니까 돌 구슬 팔찌 좀 시원해보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었음.  이런 류가 약간 종교물 같은 느낌이 있긴 하지만 6mm 이하로 하면 구형의 이미지가 사그라들면서 그렇게까지 보이진 않는 거 같다. 돌의 서늘한 기운도 좋고, 어딘가 행성 같은 분위기도 좋고. 그랬는데 며칠 전 버스에서 꽤 시끄러운 아저씨 빌런 두 명이 있었는데 그중 한 명이 딱 저런 팔찌를 하고 있었다. 그순간 돌 팔찌에 흥미를 잃.. 2024. 6. 17.
바라쿠타의 G9 이야기 어렸을 적 패션에 관심을 가지게 되고, 눈에 띄는 정보들을 닥치는 대로 찾아다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 바라쿠타의 해링턴 재킷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바람과 비를 막는 솔리드 쉘에 타탄 내피, 거친 움직임을 방해하지 않도록 한 특유의 디자인, 스티브 맥퀸과 제임스 딘 등의 스타일 아이콘, 영국 서브컬쳐 캐주얼스와 훌리건의 유니폼, 고급스러운 상류 문화부터 펑크나 스킨헤드 등 길거리 하위 문화 스토리 곳곳에 자리를 잡고 있는 옷.   하지만 이렇게 많은 패션의 도시 전설이 교차하고 있는 해링턴 재킷을 처음 보고, 입어 봤을 때 약간은 당혹스러운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냥 너무 익숙한 점퍼였기 때문이다. 듣고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살아남은 선구적인 옷이라면 무언가 다른 게 있겠지.. 2024. 6. 14.
버뮤다 쇼츠 이야기 버뮤다 쇼츠가 유행이라고 한다. 사실 통 넓은 반바지는 대충 다 버뮤다 팬츠 혹은 버뮤다 쇼츠라고 부르는 경향이 있고 대부분의 경우 버뮤다 팬츠 유행은 여성 쪽 이야기인 경우가 많긴 하다. 그래도 버뮤다 팬츠는 나름 유래가 있는 옷으로 밀리터리 출신이다. 일단 버뮤다의 위치는 여기다. 북대서양에 있고 가장 가까운 육지는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 주라고 한다. 1500년대에 스페인 탐험가가 발견했지만 1600년대부터 영국인이 들어와 살기 시작하면서 왕실 헌장에 의해 통치되다가 1684년 영국의 왕립 식민지가 된다. 지금도 영국 영토다.  딱 봐도 더운 지역인데 1900년대 초 나다니엘 콕슨이라는 티 샵 주인이 직원들 유니폼 바지 단을 감아 올려 반바지로 입게 했다. 그리고 1차 대전으로 주둔한 영국군도 반바지.. 2024. 6. 14.
리바이스 아카이브에서 가장 오래된 바지 리바이스가 가지고 있는 아카이브 중 오래된 제품들이 여러가지 있는데 그중 가장 오래된 제품으로 공인되어 있는 건 1875년에 나온 웨이스트 오버올스다. 보통 9리벳이라고 부르는 바지.   리바이스는 1873년부터 옷을 만들었는데 2년 후에 나온 제품이다. 보통은 11개 정도의 리벳이 붙어 있지만 이 옷은 9개라서 9리벳이라고 부른다. 9리벳은 이게 유일하다. 발매 연도에 대한 부분은 1875년의 백 패치에는 재특허에 대한 내용이 있는데 여기에는 없다는 점에서 확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러므로 1873 ~ 1874년 혹은 1875년 패치 바뀌기 전 정도에 만들어졌다고 볼 수 있다.  아무튼 이 바지의 복각판이 나왔다. 9리벳에 뒷 포켓은 오른쪽에만 하나, 싱글 스티치 아치, 콘 밀스 화이트 오크의 9온스 플.. 2024. 6. 5.
COS + 타바타 시보리 코스가 타바타 카즈키와 콜라보 컬렉션을 내놓는다. 타바타 카즈키는 교토에서 활동하는 전통 염색 장인이라고 하는데 시보리조메(絞り染め)로 유명하다. 옷감의 일부를 묶어 염색을 해 군데군데 패턴이 나타나는 그런 염색 기법이다. 타바타 시보리는 타바타 카즈키의 브랜드 이름이다.  이분이심. 옷도 이번 콜라보다.  타바타 카즈키는 50개 이상의 시보리 염색 기법을 가지고 있던 아버지에게서 가업을 물려 받았다. 원래 음향 관련 일을 하다가 전통 산업이 쇠퇴하고 있다는 아버지의 탄식에 이 일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아무튼 일본의 전통 장인과 COS의 콜라보는 처음이라고 한다. 이런 류의 염색이라고 하면 대강 생각나는 모습들이 있는데 역시 좀 특이한 모습이다. 색 조합도 재미있는 듯. 여름에 잘 어울릴 거 같다. 국내.. 2024. 6.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