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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남자옷, 여자옷

by macrostar 2013. 4.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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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니까 80년대에는 흥청거림 속의 죄의식없는 남자옷과 여자옷이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날 예전에 보그에서 '예술 성향'의 디자이너로 분류되었던 일군 - 레이 카와쿠보, 요지 야마모토, 헬무트 랑 등등 - 과 앤트워프 식스 등으로 인해 명징해 보였던 선이 모호해지고, 각자 나름의 태도로 수렴해 들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런 것들은 나름의 이유가 있고, 나름의 매력이 있다. 

세월이 흘렀고 지금은 또한 무성의 세기로부터는 한 발 벗어나왔지만 모호한 선은 컨템포러리의 미덕이 되었다. 바지와 치마를 나눠입었다고 선이 뚜렷해 지지는 않는다. 지금은 그렇게 움직이고 있는게 분명 더 트렌디하다고 생각하지만, 지나간 뚝심을 그대로 밀고 가고 있는 도나텔라 할머니나 돌체 & 가바나의 옷들을 쳐다보다 보면 이런 것들이 오히려 더 신선해 보일 때가 있다. 아무나 입을 수 없으니(일단 몸이...), 그리고 그런 몸을 추구하는 이들이 한정적이니 더욱 그렇다.


위는 베르사체 광고, 아래는 돌체 앤 가바나 비디오 캡쳐.


2. 스티븐 킹의 소설이 잘 팔린다고 존 르카레나 무라카미 하루키가 작풍을 바꾸지는 않는다(예를 들다보니 이런 게 나왔는데 뭐 비슷한 일이 있을 수는 있겠다만...). 하지만 심지어 디자이너 하우스라는 이름을 달고도 그런 일이 심심찮게 일어나고 있다. 한때 이 바닥은 아이덴터티를 끌고 가는 싸움이었다.

하지만 동아시아와 중국의 과잉 수요가 만들어낸 불어난 몸집을 가눌려다보니 매출액의 동향을 시시각각 체크해야 되고, 과다 수요를 제공하는 나라에서 결정되는 자그마한 정책 하나에도 휙휙 휘둘린다. 본사는 정치의 장을 보다 깊게 기웃거리게 되고, 수석 디자이너는 손쉽게 교체되고, 라벨에 적힌 이름은 가격대를 시그널링해주는 정도로만 사용된다. 그 결과 '품질 좋은 원단으로 만든 H&M'같은 것들이 날마다 생겨나고 있다.


3. 저번에 로리타 이야기를 하면서 이 이야기까지 가고 싶었지만 너무 길어서 중간은 다 뛰어넘고 이야기하자면 : 결국 따지고 보면 우리나라(좀 더 폭을 넓힐 수도 있을텐데) 맥락에서 클래식 복식이나 워크웨어, 스트리트 웨어의 유행은 로리타 패션에 임하는 이들과 같은 애티튜드를 취하고 있다고 하겠다. 안으로 파고든다.

무인칭 다수를 상대하는 연예인이나 모델이 아닌 리얼 라이프 20대 후반 남성의 마니카 카미치아가 뚜렷하게 재단된아톨리니 수트와 린넨으로 된 포켓스퀘어, 세븐 폴드 타이에 에드워드 그린 옥스포드의 흐뭇한 매칭이 이성을 유혹하기 위해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뭐 물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건 감로리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로리타 패션에 대한 이야기는 - http://fashionboop.com/695


4. 그러니까 어딘가 빈 지면이 있다면 이런 이야기를 쓰면 재미있지 않으려나 그렇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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