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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치 코트의 전신

by macrostar 2023. 3.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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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예전에 트렌치 코트의 기원에 대한 이야기를 쓴 적이 있다. 아주 아주 예전에... 티스토리를 하기도 전에... 1915년 경에 트렌치 코트가 처음 나왔는데 당시 이름이 뉴 밀리터리 트렌치 코트였다. 아래 캡쳐 글을 보면 강조점이 "TRENCH"에 가 있기는 한데 당시에는 뉴에 주목을 했었다. 왜 뉴일까, 다른 밀리터리 트렌치 코트가 앞에 있었으니까 뉴가 아닌가.

 

 

위 캡쳐는 1915년의 영국 잡지 West End Gazette의 뉴 밀리터리 트렌치 코트 기사. 이건 여기(링크)에서 볼 수 있다. 본문을 잘 읽어보면 뉴 밀리터리 트렌치 코트가 가지고 있어야 할 상세 사항에 대해 나오니까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읽어보시길. 드릴 코튼에 오일 클로스, D링은 없고 셋인 슬리브로 약간 다르다. 특히 오일 클로스라는 게 재미있는데 개버딘이 1879년에 나왔으니까 쓸 수는 있었다.

 

이렇게 오일 직물을 썼지만 1차 대전 때 바버는 큰 역할이 없었다는 것도(트렌치 코트 납품은 했었다) 흥미로운 점이다. 2차 대전 때 독일의 U-보트랑 싸우느라 군함, 잠수함 등에서 좀 더 확실한 방수 의류 수요가 생기면서 우르술라 수트 등으로 바버의 역할이 더 커진다. 

 

아무튼 초기 트렌치 코트의 스펙 같은 정보는 누군가 마음을 먹고 초창기형 트렌치 코트 복각을 해보자! 했을 경우나 빈티지 가게를 뒤적거리다가 이상한 코트를 발견했을 때 유용할 수는 있을 거다. 초창기 형태는 조금씩 변하다가 1918년 즈음에 지금의 모습으로 완성 된다.

 

위에서 말한 대로 예전에 쓴 글에서는(지금은 약간 창피해서 링크는 생략...) 왜 뉴가 붙어 있지, 뭐가 새롭지 그런 이야기를 했었다. 사실 그 이유는 그 앞에 두 개의 코트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설에 의하면 1900년 경 보어 전쟁에 참전했던 영국군은 경량의 방수 코트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버버리, 아쿠아스큐텀과 공동 연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 영향이었는지 1910년 즈음 버버리와 아쿠아스큐텀에서 경량의 방수 코트가 나온다.

 

 

우선 버버리의 타이로켄(Tielocken) 코트. 1910년 쯤 나왔다고 하는데 1912년에 특허를 받았다.

 

버버리 컴패니 홈페이지의 트렌치 코트 역사 부분에 보면(링크) 버버리 트렌치 코트의 전신으로 타이로켄 코트 특허 받은 이야기가 나온다. 1912년 9월 24일이군. 1912년에는 엘엘빈이 런칭했고, 필슨은 유콘 골드 러쉬가 끝난 후 러기드 아웃도어 쪽으로 새 판로를 뚫으면서 크루저 셔츠 특허를 출원해 1914년 특허를 받는다. 국내는 일제 강점기 중이고 청나라가 멸망했고 일제는 다이쇼 시대가 시작되었다. 타이타닉 호가 침몰한 해이기도 하다.

 

 

타이로켄 코트는 요새도 찾아보면 있다. 그런데 위 모델 컷은 팔이 상당히 짧네. 타이로켄 코트의 특징은 보다시피 커다란 코트를 벨트로 두르는 타입으로 단추가 없다. 

 

 

또한 아쿠아스큐텀에서도 비슷하게 생긴 게 나왔다. 역시 1910년 경이다.

 

 

아쿠아스큐텀에서 나온 비슷한 벨트 코트의 이름은 로커비(Lockerbie)다. 위 광고는 여성용이고 올-울 워터프루프라고 적혀있다. War Work에 딱 훌륭한 코트라니 전쟁이라는 단어가 마치 남의 나라 잔치처럼 보이는군... 1차 대전은 전장에서 벌어지는 전투라 일상과 전쟁이 약간 분리되어 있기는 했다. 

 

 

로커비 코트도 찾을 수 있다. 일본 아쿠아스큐텀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설명을 보면(링크) 1910년경 영국군과 공동 개발한 트렌치 코트의 원형 로커비 코트를 170주년을 기념해 복각 발매했다. 역시 앞을 잠그는 단추는 없고 벨트 고정형이다. 이 제품은 라글란 소매에 겉감은 울 100%, 안감은 면 100%라고 한다. 56100엔까지 할인을 했었지만 현재 재고는 없다.

 

아이 두개의 코트는 몇 년 뒤 단추와 수류탄 등을 메다는 D링, 백팩 고정용 에폴렛 등등으로 트렌치 코트로 발전하게 된다. 아마도 그래서 뉴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당시 생각에는 앞에 뭐가 있었으니까 뉴 아닐까, 아니면 그냥 밀리터리 트렌치 코트겠지 했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새로 나온 거니까 의례적으로 뉴 붙였을 수도 있지.

 

 

당시 오피서가 챙겨야 할 키트 리스트라는데 보면 In Pack and Haversack에 그냥 버버리(플리스 라인드)를 넣으라고 되어 있다. 아쿠아스큐텀 섭섭하겠군...

 

그런데 위 리스트를 보다 보니 일렉트릭 토치 앤 리필이라는 항목이 눈에 띈다. 당시에 손전등이 있었나 하고 찾아보니 있었다.

 

 

이렇게 생긴 걸 들고 갔나보다. Efandem 컴패니라는 곳에서 만든 제품인데 여기(링크)에서 광고와 역사, 공장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독일군이 쓰던 것도 있다. 영국의 임페리얼 워 뮤지엄(IWM) 사이트에 보면 1916년 영국군 대위가 독일군에게 잡혀 홀츠민덴 수용소에 수감되었는데 당시 독일 보초병한테서 획득한 손전등이라고 한다(링크). 뺏은 건지, 훔친 건지, 보초병이 준 건지 사연은 모르겠다. 이 영국 대위는 1918년 7월, 10명이 함께 터널을 파서 포로 수용소에서 탈출했다고 한다. 사연이 궁금해서 찾아봤는데 1차 대전 참전 군인이라 기록이 꽤 있기는 하다. 다만 탈출은 29명이 시도했고 10명이 성공한 거 같다. 이 분은 인도에서 태어나 캐나다에서 과수 농장을 하다가 캐나다 군에 징집되어 유럽으로 갔다.  

 

 

위에 고리를 봐서는 몸에 달고 다니게 되어 있는 거 같다. 사진을 찾아보면 위 고리를 상의 단추에 걸거나 뒷 부분에 붙어 있는 클립으로 벨트 등에 결합을 했다. Tarnkapp를 검색해 보면 된다. 아무튼 상당히 폼나게 생겼다. 동그란 렌즈 위에 덮개가 있어서 쓰지 않을 땐 씌워 놓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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