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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칼하트 초어 재킷 vs 엘엘빈 필드 코트

by macrostar 2022.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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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똑같지만 다른 옷(링크) 이야기를 쓴 김에 오늘은 약간의 심화 과정으로 칼하트의 초어 재킷과 엘엘빈의 필드 코트를 비교하는 이야기. 사실 이 두 옷은 오래된 미국의 작업복이기는 한데 점유 영역이 약간 다르기 때문에 딱히 비교 대상으로 자주 언급되는 건 아니다. 칼하트는 도시화의 옷이고 엘엘빈은 산과 호수의 옷이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보자면 필드 위의 작업복으로 소모되는 건 마찬가지고 상당히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왼쪽이 칼하트, 오른쪽이 엘엘빈. 참고로 칼하트는 Hamilton Carhartt가 만든 회사라 칼하트고(1889년) 엘엘빈은 Leon Leonwood Bean이 만든 회사라 엘엘빈(L.L Bean, 1912년)이다.

 

현재 칼하트 초어 재킷의 정식 이름은 펌 덕 블랭킷 라인드 초어 코트. 펌 덕(Firm Duck)으로 만들었고 블랭킷이 안감으로 붙어 있는 작업복이라는 뜻이다. 가격은 99.99불. 엘엘빈 필드 코트의 정식 이름은 오리지널 필드 코트 with 울/나일론 라이너. 보다시피 필드 코트가 있고 거기에 안감이 없는 거, 붙어 있는 거, 붙였다 떼었다 할 수 있는 것들 중에 코튼 라이너, 프리마로프트 라이너, 울/나일론 라이너 등등 여러가지가 있다. 울/나일론 라이너가 붙어 있는 필드 코트의 가격은 189불이니까 가격 차이가 좀 난다. 코튼 라이너가 붙어 있는 건 149불이다. 요즘 인기는 칼하트 쪽이 높은 거 같은데 디트로이트 쪽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그런 이유로 다른 제품도 살짝 따라 올라가 있다. 엘엘빈을 사야할 시기라는 뜻. 이런 종류 옷 중고를 비싸게 살 이유가 없음.

 

칼하트는 레일로드 워크 재킷이 기반으로 초창기에는 데님, 히코리 등으로 나왔는데 1928년에 브라운 덕 제품이 나왔다고 한다. 당시 이름은 엔지니어드 색 코트인데 지금과 똑같이 생긴 건 아니었고 코듀로이 카라가 1930년대에 붙고, 어깨 뒤 바이-스윙이 1950년대에 붙었다. 엘엘빈의 경우에는 헌팅 재킷이 기반으로 1924년부터 나왔다고 되어 있다. 이것도 계속 변해가다 지금의 모습으로 정착이 되었겠지. 어깨 부분에 덧대어진 천이 헌팅 재킷의 흔적이다.

 

위 사진을 보면 칼하트는 데님 트러커처럼 금속 단추에 리벳 기반이다. 그리고 엘엘빈은 단추와 지퍼 기반이다. 공장과 아웃도어의 차이가 아닐까 싶다. 카라는 칼하트가 뾰족, 엘엘빈이 둥근 형태인데 색은 워낙 다양하게 있으니까 큰 의미는 없다. 

 

 

아래 주머니 부분. 칼하트는 워크 재킷 풍의 플랩이 없는 커다란 주머니가 붙어 있다. 부품이나 툴을 쓰다가 던져놨다가 다시 빼서 쓰고 이런 식이라 워크 재킷은 플랩 없는 주머니가 기본이다. 엘엘빈은 특유의 이중 주머니가 붙어 있다. 윗 부분은 대각선으로 되어 있고 손이 들어가는 밑 부분이 그 아래에 붙어 있는 주머니의 플랩이 된다. 헌팅 재킷은 총알이나 뭐 이런 걸 넣어 놓고 뛰어다닐테니 플랩이 있는 주머니가 기본이다. 하지만 엘엘빈 필드 코트는 사실 주머니 플랩이 좀 덜렁거려서 제 구실을 하려나 싶기는 하다. 아주 예전 모델에는 재킷의 안쪽에 고무줄 입구로 되어 있는 주머니가 따로 있어서 탄창 같은 걸 넣기에 적합하게 생겼었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주머니 생긴 모습이 칼하트의 초어 재킷과 엘엘빈 필드 재킷의 인상을 만든다.

 

 

 

안쪽을 보면 칼하트는 아크릴 + 폴리에스테르 혼방의 펠트가 붙어 있다. 공간 없이 완전히 붙어 있음. 이게 아크릴 기반이라 시간이 갈 수록 무늬도 희미해지고 보풀도 많이 생기고 그렇게 된다. 저번에 말했듯 보온의 기능 측면에서는 부정적이다. 더위를 더 덥게 만들어주지만 추위를 덜 춥게 만들어주지는 못하는 정도. 엘엘빈은 단추 결합 라이너다. 탈착이 되니까 커버할 수 있는 계절의 폭이 조금 더 넓다. 여분의 단추(가슴쪽 메인과 커프스)가 붙어 있다. 안감은 울 + 나일론 혼방이라 드라이클리닝을 하라고 되어 있는 게 아주 귀찮은 포인트다.

 

 

워크 재킷에 무슨 드라이클리닝이야 싶기는 한데 그냥 떼어놓고 세탁하게 된다. 몸통만 울 + 나일론 혼방이고 팔 쪽은 폴리에스테르다. 얇은 데 더 얇은 충전재도 들어있음. 폴리올레핀이라는 낯선 물질을 만날 수 있군. 아무튼 이쪽이 약간 더 따뜻한데 보온재의 능력이 약간 더 나은 면도 있겠지만 칼하트는 옷에 붙어 있어서 몸과 사이에 공간이 생기고, 엘엘빈은 보다 몸에 가까이 붙어 있을 수 있는 게 더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대신 라이너는 이렇게 아래 공간이 빈다는 문제가 있다. 큰 영향 있을까 싶긴 하지만 비어있잖아!라는 생각이 들기는 함.

 

 

 

 

팔 부분을 보면 칼하트는 폴리에스테르 안감과 충전재가 붙어 있다. 여기는 이래야 옷 입고 벗고 하는 데 편하다. 오른쪽은 엘엘빈. 팔 끝에 카라와 같은 코듀로이가 붙어 있다. 좀 더 비싼 옷이니까 비싼 값을 하는 느낌이 든다. 팔 끝은 작은 단추와 고무링 같은 걸로 고정된다. 상당히 부실해 보임.

 

 

사이드 핸드 주머니에도 입구에 코듀로이가 붙어 있음.

 

 

 

 

양쪽 재킷이 모두 바이 스윙 방식으로 움직임을 편하게 해놨다. 오르쪽 엘엘빈 쪽이 훨씬 주름이 깊다. 

 

 

칼하트는 전형적인 트리플 스티치, 엘엘빈은 더블 스티치. 

 

 

 

겨드랑이 부분이 꽤 다르다. 칼하트는 그냥 평범한데 엘엘빈은 거싯 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전반적으로 구조가 더 복잡하다. 물론 장단점은 있는 게 단순한 게 막 쓰기에는 더 좋을 거다.

 

 

 

커프스 부분. 칼하트는 레일로드 재킷의 전형적인 삼각 모양의 커프스에 두 개의 단추. 이렇게 생겨서 접기가 조금 어렵다. 엘엘빈은 전통적인 재킷 형태.

 

 

 

엘엘빈 필드 코트의 안감 안쪽은 이렇게 주머니와 바이 스윙 흔적들이 보인다. 봄이 되면 안감 떼고 입을 만 하다. 물론 대신 입을 게 많다면 굳이 그런 거 안 해도 된다. 나 같은 경우엔 그냥 포인터 브랜드 재킷 입는다. 

 

어제도 이야기 했듯 이렇게 둘은 똑같아 보이지만 상당히 다르다. 가는 길이 다르고 종착지도 다르다. 참고로 두 제품 다 합성 소재로 만들어진 변이 제품들이 나오고 엘엘빈은 심지어 가죽으로 된 게 나온 적도 있다. 이러한 다름이 둘 다 가지고 있는 이유이긴 한데 맨 처음에 이야기했듯이 오늘은 코튼 재킷을 입자고 했을 때 스타일링 상의 차별점은 거의 없긴 하다. 적어도 색은 다른 걸 구해야 하는 게 맞긴 한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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