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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울 스웨터, 따가움, 라놀린, 피터 스톰

by macrostar 2022. 1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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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에는 역시 울 스웨터가 좋긴 하다. 울 스웨터에 울 코트 조합 훌륭하지... 하지만 특히 울 스웨터는 거의 입지 않고 있는데 우선 울 스웨터는 다운 파카를 입고 있을 때 온도 조절이 너무 안된다. 추위에 떨다가 지하철이나 사람 많은 실내에 들어가면 지나치게 더워진다. 바람 구멍이 있는 아웃도어형 다운 파카를 입는다면 도움이 약간 되긴 하겠지만 드라마틱하진 않다. 

 

그런 이유로 대체재를 사용하고 있는데 예전에 스웨터 대신 플리스를 입자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링크). 크게는 울 스웨터에서 포근함과 안락함을 느끼는 우리의 패션 미감을 바꿔야 한다는 내용이었는데 사실 최근의 대체재는 플리스도 아니고 챔피언 리버스위브 스웨트와 후드다. 버겁지 않게 입고 너무 추우면 뛰자... 가 약간 생활의 모토다.

 

 

그런 이유로 옷장에 누워만 있는 스웨터들이 있는데 어제 정리하다가 그중 하나. 피터 스톰의 W1Proofed 울 스웨터다. 예전에 시에라 디자인스의 마운틴 파카에 울 스웨터 조합... 이런 게 초창기 빈티지 아웃도어러들에게 인기를 끌었었는데 그런 이야기를 열심히 보던 시절에 구입했다. 완전 정사이즈라 조금 더 컸으면 좋겠는데 크게 상관있는 건 아니다. 기억이 맞다면 디어 헌터 포스터에서 로버트 드니로가 입고 있던 오렌지색 마운틴 파카가 홀루바 제품이고 와치캡이 피터 스톰이었을 거다.

 

 

울 스웨터 종류에서 선호하는 계열은 털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 아웃도어 쪽에 그런 게 많은데 아크테릭스 울 머플러나 룬닥스의 넥워머 같은 걸 보면 이게 울인가 싶을 정도로 반반하다. 피셔맨 스웨터나 아란 스웨터 쪽도 그런 종류들이 좀 있다. 말하자면 모헤어는 아주 곤란하고 하울린의 버스 오브 더 쿨 같은 것도 약간 곤란하다. 물론 이렇게 생긴 게 확실히 귀엽고 예쁘고 울의 따스한 느낌을 극대화시키긴 한다. 털이 날리고 옷에 달라붙는 걸 힘들어 할 뿐이다. 

 

아무튼 울 제품이 가진 문제점 중 하나가 따가움이다. 유튜브 뒤적거리다 보면 미국 아저씨들은 피셔맨 스웨터도 반팔에 입고 필슨 매키노 같은 옷도 반팔에 입고 싱글벙글, 따갑긴 해도 문제 될 정도는 아니다 뭐 이런 말씀들을 하시는데 나는 못한다. 파타고니아 라벨도 목 뒤가 따가워서 떼버릴까 싶은 판에 울은 감당이 안된다.

 

피셔맨이나 아란 같은 경우 방수, 방풍, 발수 효과를 위해 기름기를 남겨 놓고 또 관리의 측면에서 라놀린 오일을 바르라고들 한다. 라놀린을 바르면 따가움도 사라진다고 한다. 이런 이야기를 몇 해 전에 유튜브에서 봤었는데 찾아보니 아직도 있다.

 

 

 

 

그래서 라놀린을 사서 테스트를 해볼까 생각을 해봤었는데(위 영상에 나온 제품을 쿠X에서 파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요새도 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따가움을 보내는 대신 끈적거림을 얻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가 없다. 어쨌든 피터 스톰은 이런 따가움이나 라놀린 보충이 필요없게 가공한 W1Proofed라는 방식을 사용한다.

 

 

위 사진은 퍼온 것. 중고로 구입했던 거라 저런 라벨은 없었다. 설명을 보면 W1Proofed는 울의 아우터 멤브레인을 완벽하게 방수로 만들어준다, 세탁 잘 해라 뭐 이런 이야기다. 결론을 말하자면 방수 기능은 사실 마주칠 일이 별로 없고 따갑다. 

 

피터 스톰은 W1Proofed 스웨터로 빈티지 시장에서 잠깐 인기를 끌긴 했지만(일본에서는 그래도 가격이 좀 된다, 언젠가 다시 유행하면 거기다 팔까...) 사실 1954년 로열 마린 출신의 노엘 비비라는 분이 런칭을 했는데 카굴 쪽에 상당한 지분이 있는 브랜드다. 카굴은 안감이 없고 후드가 달려있고 앞이 다 막혀있는 방수옷인데 이걸 돌돌 말아 패킹을 할 수 있도록 개발을 했고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빈티지 피터 스톰 카굴. 지퍼는 사이드에 있다. 저건 왜 선글라스를 끼고 있어 근데. 노엘 비비는 1989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후 여차저차한 일이 있고 지금은 JD 스포츠 계열사다. 꽤 현대적인, 하지만 그다지 테크니컬하게 보이지는 않은 평범한 아웃도어 제품을 내놓고 있다. 가보면 스웨터도 없고 카굴도 없음.

 

카굴하면 요새는 엔지니어드 가먼츠의 가슴 주머니 두 개 달린 카굴 셔츠가 생각나긴 한다. 

 

 

예쁜 옷이지만 중고 시장에서 꽤 자주 봤는데 뭘 어떻게해야 할 지 몰라서 그런 게 아닌가 혼자 추측하고 있다. 아우터도 아니고 이너도 아니고 더울 때 입기도 그렇고 추울 때 입기도 어쩔려나 하는 면이 있긴 하지. 특히 하이 카운트 트윌 코튼 같은 경우엔 이런 옷을 왜 이렇게 입어야 하지 싶은 생각도 들고. 아무튼 하나 가지고 싶긴 한데 아직은 잘 모르겠다. 

 

어쨌든 피터 스톰 말고 울 파워, 제이크루, 몽벨 등에서 나온 울 스웨터를 가지고 있긴 한데 이런 이야기 할 때나 꺼내 본다. 언젠가 또 갑자기 스웨터가 땡기는 시즌이 돌아오긴 하겠지. 제목은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모르겠어서 키워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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