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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두 벌의 눕시

by macrostar 2022. 1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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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벌의 눕시가 있었다. 서로 다른 운명을 살았다. 재미있는 점을 생각해 보자면 이 둘은 눕시의 본래 역할, 패킹에 아웃도어의 삶은 거의 살지 않았다는 거고 또 하나는 그렇다고 어반 라이프스타일 속에 묻히지도 않았다는 거다. 그러기에는 칙칙한 분위기가 너무 나긴 하지. 일단 오른쪽의 샤이닝 블랙은 아주 예쁘지만 떠나 보냈다. 더 적합한 곳에서 더 적합한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왼쪽의 터키색 눕시, 오래된 국내 발매판은 덕지덕지 붙어 있는 리페어 스티커에 지워지지 않는 얼룩이 있지만 다행히 따뜻함은 여전히 손색이 없다. 물론 오래된 만큼 입고 나면 여기저기 털이 날리기는 한다. 저 옷은 패킹 영상을 올린 적이 있는 데(링크) 보여주는 것에 비해 은근히 조회수가 나와서 대체 왜? 이런 의문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재작년에는 거의 입지 않았고 작년에는 헬스장 갈 때 입고는 했는데 올해는 방에서 일하거나 컴퓨터 볼 때 입기 시작했다. 방에서 입기에는 오버 스펙이기는 하지만 환기한다고 창문 열어 놓으면 상당히 춥기 때문에 그럴 때 딱 좋다.

 

바깥에 나가지 않는 눕시. 생각해 보면 예전에 아주 추운 방에서 살던 때 잠잘 때 저 눕시를 입고 숨막히게 무거운 이불을 덮고 자기도 했기 때문에 일찌감치 실내의 삶을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있는 곳은 다행히도 저런 걸 입고 자야 할 정도는 아니다. 아무튼 옷과 얽혀 있는 과거 같은 건 지워버리고 오늘 할 일과 내일 하게 될 일에 집중하는 게 아마도 더 나은 방향일 거다. 오늘 밤에 방 청소하면서 저걸 입고 있으면 당장의 걱정은 사라지고 따뜻하겠지. 너저분한 쉘의 자태와 펴지지 않는 주름은 부담없이 홀가분한 편안함이 되겠지. 그러면 된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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