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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날씨에 딱 맞는 옷의 즐거움

by macrostar 2020.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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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에는 어떤 데 어떤 걸 입고 가면 어떨까 류의 시뮬레이션을 자주 했었다. 이런 류의 정점에 있는 게 결혼식 같은 데가 아닐까 싶다. 학생 생활을 하다 평소와 전혀 다른 낯선 옷을 입고 낯선 문화를 만나게 된다.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직접 입고 가보는 것만 못하긴 하지만 그래도 여러가지 대비를 할 수는 있고 그에 따라 조금은 전략적인 소비 - 선호하는 넥타이의 컬러와 무늬 같은 것 - 를 할 수는 있다. 뭐 물론 평소 입고 다니는 것도 이런 저런 전략을 생각하기 마련이고. 이런 식으로 차려입고 가야하는 곳의 존재는 상상의 폭을 넓히고 그 실현 과정을 통해 시행착오의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링크). 그렇지만 그러다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그 비효율을 극복할 방법을 생각하게 된다(링크).

 

언젠가부터는 어떤 상황에 어떤 걸 할 때 무엇을 입어야 괜찮을까를 자주 생각한다. 그 목적은 쾌적하고 높은 컨디션을 유지할 수 있는 신체 상태, 아니면 그냥 기분이 좋음 등등. 예를 들어 미국 중부에 나무를 자르러 간다면 필슨의 매키너나 포레스트리 클로스(링크)를 중심으로 생각하게 될 거고, 캘리포니아에 사금을 캐러 가거나 알래스카에 파이프 공사를 하러 간다면 칼하트의 옷(링크)을 중심으로 생각을 해볼 거 같다. 일단 전혀 무주공산이 아니라 누군가 거기서 뭘 했던 곳이라면 그런 걸 시작점으로 삼고 내 몸에 맞게 미세 조절을 하는 게 접근이 쉽다.

 

 

 

최근 몇 년 초점은 등산, 달리기, 자전거, 트레일 워킹 같은 신체 활동 들이다. 이쪽은 자연이 고정되어 있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 꾸리게 되는 일상복 생활과 다르게 몸이 과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약간 더 복잡미묘한 점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기능성 옷이 있는 거겠지. 특히 환절기 이후 겨울이 문제다. 아무튼 이런 저런 날씨에 이렇게 입고 무언가를 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하지만 추위를 많이 타서 그런지 보통은 오버 대응을 하고 있고 결국 더운 기분을 느끼고 마무리하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종종 뭔가 딱 맞게 입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영하 3도, 바람 2.5km/h, 습도 80%의 밤 달리기 복장. 아주 쾌적했다. 이럴 때는 역시 즐겁다. 

 

그건 그렇고 달리기는 아주 못한다. 등산이나 자전거 이런 건 좋아해서 곧잘 했고 자전거로 꽤 멀리도 갔었지만, 달리기의 경우엔 초등학교 때부터 오래 달리기 같은 거 하면 전교에서 손꼽히게 하위 순위였고(매번 터무니없이 못 달리는 사람이 있긴 해서 완전 최하위는 아니었던 거 같다, 95%대 정도 아니었을까), 군대에서도 어케어케 안 달리고 버틸 수 있는 순간엔 계속 버티면서 지냈다. 다행히도(?) 훈련소를 나온 이후엔 구보 같은 건 거의 하지 않는 부대에 있었다. 그러다가 7킬로 정도를 뛸 일이 있었고 모든 높은 사람들의 관심과 걱정을 한 눈에 받았었는데 그건 또 의외로 별 일 없이 해냈던 기억이 갑자기 나는군.

 

아무튼 그렇게 살다가 몇 년 전에 문득 달리기를 시작해 느릿느릿이라도 8킬로 정도를 규칙적으로 뛰기도 했었는데(날이 풀리면 몸에 냄새가 좀 배긴 하지만 우이천 달리기 하기에 꽤 좋았다) 그러다가 이사 등이 겹치면서 루틴이 무너진 후 하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다시 시작하고 있다. 달리기 쪽에서 싫다는 데 매달리는 느낌이 꽤 있긴 하군... 아주 힘들고 여전히 잘 못하지만 어딘가 좋은 거 같긴 하다. 엉망이라고 해도 달리기 만의 상쾌함 같은 게 있음. 아무튼 잘 하는 건 바라지 않고 그냥 적당히 정도는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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