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02.02 17:47

칼하트에 J133이라는 옷이 있다. 정확한 이름은 칼하트 아콘 익스트림스 아크틱 퀼트 액티브 재킷이다(링크). 앞에 아콘 익스트림은 시리즈 이름이고 아크틱 퀼트는 인설레이션의 이름이다. 액티브 재킷이라는 건 보통 칼하트에서는 후드 재킷을 말한다. WIP 이런 거 아니고 순수한 현장용 워크웨어다.



먼저 아콘 익스트림스. 1970년대 알래스카 파이프라인 공사가 시작된 이후(링크) 칼하트는 현지 공사용 워크웨어 주문을 왕창 받았다. 그때 알래스카 공사 현장에서 정말 필요한 게 뭔지 피드백을 받아 런칭한 게 아콘 익스트림스 시리즈다. 액티브 재킷 말고도 초어 코트나 빕 등 여러가지가 있다.


아크틱 퀼트는 안감 인설레이션의 이름이다. 아크틱이라는 말이 굉장히 든든한 인상을 주지만 빙고는 개 이름처럼 그냥 칼하트 안감 라인의 이름이다. 아마 이거 믿고 극지대에 가면 안될 거다. 같은 겉감에 플란넬 라인드, 셔파 라인드, 아크틱 퀼트 라인드 등이 있고 순서대로 더 따뜻하다. 아크틱 퀼트는 다이아몬드 퀼트에 나일론이 들어갔다는 이야기다.


그런 결과로 겉감은 1000 데니아의 DWR 코듀라 나일론 쉘, 안감은 아크틱 퀼트가 붙어 있는 후드 재킷이 만들어졌다.


예전에 단단하고 튼튼한 워크웨어면 뭐든 좋다구나 하던 시절 이 옷을 구입한 적이 있다. 앞에 칼하트 로고는 노란색이었다 까만색이었다 하는 거 같다. 하지만 문제가 몇 가지 있는데 일단 사이즈가 말도 안된다. 지금도 같은 듯 한게 이 옷에 대한 리뷰를 보면 다 크다는 이야기 밖에 없다. S 사이즈가 가슴폭이 60cm를 넘는다. 실로 거대한 옷이다. 


그리고 뻣뻣하다. 1000데니아 코듀라는 가끔 백팩 같은 데서 볼 수 있는 소재다. 물론 워크웨어에도 종종 있다. 그러고 보니 유니클로의 노트북 들어가는 3웨이 백이 예전에는 코듀라 였는데 얼마 전에 보니까 로빅이라는 소재로 바뀌었다(효성이 만들었다). 뻣뻣한 옷감은 거대함을 더 거대하게 만든다. 처음엔 불편하지만 입고 세탁하고 하다 보면 편해진다(고 한다). 역시 리뷰를 보면 break in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방수, 방풍에 나일론 퀼트가 들어간 훌륭한 옷이지만 내 생활 패턴으로는 입을 타이밍이 없다는 결정적인 문제점가 있었다. 튼튼한 겉감과 나일론 퀼트는 그냥 돌아다니기에는 좀 무겁고 가만히 있으면 춥다. 온도가 어느 정도 이상 올라가면 갑갑하고 더워서 입을 수 없다. 투습 같은 건 전혀 되지 않는다. 보다시피 스웨트후드와 똑같은 생김새라 목으로 바람이 들어오기 때문에 머플러도 필요하다. 그래서 가지고 있다가 캠핑을 좋아하는 친구에게 줬다. 좋다고 한다... 역시 용도가 있는 법이다.



미국 사이트의 리뷰도 극명하게 나뉘는데 대체적으로는 좋다는 평이고 크다는 이야기도 많다. 어쨌든 야외 육체 노동자에게 적합한 옷인 건 분명하다. 칼하트니까.



읽어보면 어디에 적당한 옷인지 딱 이해가 간다. 처음 런칭한 이유처럼 건설 노동자, 러기드한 환경, 야외 등등이다. J13X시리즈 말고 J14X 시리즈도 있는 데 이쪽은 코튼 덕이다. 옷을 입는 재미의 측면에서는 코튼 덕 쪽이 아무래도 더 재밌겠지만 노동의 옷이라는 느낌은 13계열이 아닐까 싶다.


미국 리뷰를 볼 때 조심해야 할 건 칼하트 리뷰에서 좋다는 건 튼튼, 단단하다는 거고 노스페이스 리뷰에서 좋다는 건 가볍거나 따뜻하다는 거다. 거기에 둘을 관통하는 공통의 의미는 움직이기 편하다는 것. 생긴 건 거의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거 같다. 멋지다라는 말도 비슷하다.



갑자기 이 옷이 생각난 이유는 어제 유튜브를 뒤적거리다가 미국에서 사금 채취를 하는 사람의 영상을 봤기 때문이다... 요새 도인 같은 사람들이 나오는 아웃도어 의류 리뷰가 재밌어서 종종 보는 데 그러다 추천 영상에 나왔다.



동네 강가에서 사금 채취라니 뭔 소리야 싶지만 영상을 보면 정말 금이 있다. 그냥 흙을 파서 빙빙 돌리니까 금이 있음... -_- 찾아보니까 일종의 아웃도어 취미로 저걸 하는 사람들이 꽤 있는 거 같다. 가만 보면 한국에서 (등산도 할 겸) 산삼이나 비슷한 귀한 뿌리, 약초 찾는 사람들이 있는데 어딘가 풍기는 분위기가 비슷하다. 근데 저 아저씨 세수대야에 슬슬 돌리며 모래 골라내는 거 참 잘함. 역시 익스퍼트, 숙련 취미인...


아무튼 제목 보고 궁금해서 눌러봤는데 바로 그 옷을 볼 수 있었다. 물론 코튼 덕 버전일 수도 있지만 아무튼 저런 데서 저렇게 입는 옷이고 저런 모습이 된다. 


그래서 생각난 김에 이야기를 해 봤음. 공홈이나 아마존에서는 100불이 조금 넘고 잘 찾아보면 60, 70불 정도에 파는 곳도 있다. 지금 찾아보니 솔드 아웃이네. 뒤적거리다가 찾았는데 혹시 관심있다면 45500에 파는 곳이 있다(링크). 스몰 사이즈지만 중고라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잘 모르겠지만(노동 환경이 아니라면 몇 년 입어도 별로 변하지 않는다) 뜯어진 데만 없으면 빨아서 입으면 되는 옷이다. 중고에 작업복이니 조금 더 싸도 되지 않을까 싶은데 뭐 그런 건 할 수 없고... 왠지 내가 살까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하는데 지퍼 후드가 너무 많다. 


보통 후드처럼 몸에 맞는 사이즈를 찾는다면 아마 상당히 불편할 거다. 아무튼 이건 외투다. 초봄, 늦겨울 아우터의 대체품이고 이너로는 입을 수 없다. 그렇지만 어디에 써먹을 지 용도만 있다면 재미있게 입을 수 있는 옷인 건 분명하다. 사금을 채취한다든가, 추운날 캠핑을 즐긴다든가, 집에 마당이 있어 겨울 새벽에 쓸곤 한다든가, 동네 뒷산을 적당히 구르면서 오른다든가... 등등.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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