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의 즐거움2019.02.09 14:44

작년, 재작년 겨울은 아주 추운 날이 좀 있어서 겨울 옷을 보면 이 고난을 함께 이겨낸 동료의 느낌이 있었다. 올해는 그렇게 춥지 않아서 그런 느낌은 덜한 거 같다. 작년은 좀 많이 추웠고 재작년은 며칠 정도가 아주 추웠다. 올해 추위는 약간 양상이 다른 게 으슬으슬한 느낌이 지속되고 있다. 습도가 그렇게 높은 편은 아닌데 이유는 잘 모르겠다.


꽤 두껍게 입고 나왔는데 집에서 나와 버스를 타러 가면서 체온이 식는 기분이 든 건 재작년에 이틀 정도가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그래도 두꺼운 오리털 잠바를 입지 않고서는 잠을 잘 수도 없었던 날들을 생각하면 이사를 온 이후 겨울 주거 환경이 상당히 좋아지긴 했다. 


물론 아직 겨울은 끝나지 않았고 분위기상 2월 말 쯤 상당히 추운 날이 며칠 있지 않을까 싶은데 그래봤자 곧 3월이다. 올해 북극발 추위는 미국 중북부, 중국 북구, 시베리아 가 다 가져갔다는 듯 하다. 아무튼 이 겨울의 옷 이야기를 몇 벌 할 생각인데 그 처음은 노페의 내피다. 중고 매장에서 내피만 산 거라 원래 외피가 뭔지는 모른다. 제품명을 찾아봤는데 같은 내피만 나온다. 구입한 이후 역시 내피로만 썼다. 


원래 계획은 정말 아주 추운 날이 오면 다운 파카 안에 이걸 입을 생각이었는데 올해 겨울에는 그런 날이 오지 않았다. 필드 테스트를 해볼 기회가 없었던 건 약간 아쉽지만 안 추운 게 더 좋지. 이 말은 올 겨울에는 사실 입을 일이 없었다는 뜻이다.



이 옷을 입으면 드는 생각은 예전에 말했던 퀵실버(링크)와 비슷하다. 아무튼 마음이 편하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수 있는 옷이다. 입고 다니면 뭘 입고 있는지도 기억에서 사라진다. 용도 면에서는 방상 내피(링크)와 비슷하다. 방상 내피를 다용도로 활용하려 했으나 M65에서 떼지 않는 이후 다용도 내피로 활용하고 있다. 방상 내피보다는 따뜻하다. 


이 옷의 가장 큰 장점은 매우 부드럽다는 점이다. 합성 충전재 엑셀로프트가 들어 있는데 세탁도 쉽고 금방 마른다. 엑셀로프트는 영원에서 만든 걸로 알고 있는데 써모볼이나 뭐 그런 것보다는 안 좋다지만 뭐 알게 뭐냐 라는 생각이 드는 편안함이 있다.


생긴 게 상당히 못생겨서...라기 보다는 너무 전형적이라 겉에는 잘 안 입고 다녔는데 며칠 전에 입어 보니까 아무렴 어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런 옷 계열에 대한 취향도 미묘하게 변한다. 어떤 해에는 후드가 있는 게 너무 귀찮고, 어떤 해에는 후드가 있어야 살 거 같고 그렇다. 아무튼 이 내피는 얼마 전 이야기한 후드(링크)와 조합이 좋다. 둘 중에 어느 쪽을 바깥에 입어도 아주 이상하지는 않다. 내피의 충돌, 내피의 결합 이런 생각이 좀 든다.


합성 충전재 엑셀로프트는 몇 가지 문제가 있다. 일단 아주 가볍진 않다. 무겁다는 게 아니라 아주 가볍진 않다는 거다. 그리고 무엇보다 문제는 아주 작아지지 않는다. 즉 패커블한 용도는 아니다. 구스 다운의 가장 큰 장점은 보관 - 복원의 용이함에 있는데 그것과 비교하면 실제 아웃도어에 나가는 사람들이 입을 거 같진 않다. 즉 추운 계절 거친 산에 갈 생각이라면 이런 옷을 챙겨가면 짐만 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단독 착용시 동네 마실, 어번 라이프용 내피, 실내에서 입고 있을 용도로는 아주 적합하다. 예컨대 내게 작업실이 있다면 이 옷을 가져다 놓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무튼 겨울 활용은 할 수 없었지만 초봄, 늦가을에는 내피로 알게 모르게 열심히 쓰고 있다. 히트텍, 양말, 팩 티셔츠, 내피 등등 이렇게 보이지 않는 데서 제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 옷들은 언제나 소중하다. 이렇게 가끔 꺼내 사진도 찍어주고 해야 한다.




Posted by macro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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