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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의 즐거움

이 겨울의 옷, 맥머도 3

by macrostar 2019. 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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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이 겨울의 옷(링크)에 이어 두 번째 이 겨울의 옷. 이러면 나중에 찾기가 좀 어려워지긴 하는데 아무튼 2018 FW 시즌의 옷이다. 그러고보니 또 노스페이스네. 이제 딴 거 해야지... 아무튼 맥머도 3 미국판이다. 사실 이게 내 인생을 거쳐 간 세 번째 맥머도다. 그렇다고 1, 2, 3 차례대로 바꿔간 건 아니고 한국판, 일본판, 미국판 뭐 이랬다... 


그렇지만 맥머도라고 하면 초기형 일본판의 인상이 매우 크게 남아있다. 그 거대한 몸체, 딱딱한 표면, 안에 주렁주렁 달린 주머니. 아무튼 따뜻하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일직선으로 밀고 갔고 백팩이고 뭐고 집어치우고 아무튼 다 담고 다니라고 안에 500ml 보틀 주머니까지 달려 있는 괴상한 옷이다. 게다가 겉감이 상당히 두껍고 빳빳해 옷의 큼지막함이 증폭되어 표현된다. 이런 식의 터무니 없음은 상당히 웃기고 즐겁다.


요 몇 년 겨울을 보내며 지금 있는 걸로 해결이 되지 않는다라는 생각 끝에 한동안 다운 파카를 찾아 다녔고 상당히 복잡한 과정을 지나치며 맥머도 3를 구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저렴했기 때문이고 어깨에 의미불명의 이상한 패치 같은 거 붙어있는 거 매우 싫어하기 때문에 일판, 미판 중에서 찾고 있었다. 하지만 일판은 너무 비쌈.... 


참고로 노스페이스 미국 홈페이지를 보면 가장 리뷰가 많이 달린 다운 파카가 맥머도와 고담이다. 말하자면 맥머도는 돕바형, 고담은 허리 리브가 붙어 있는 잠바형. 만만한 옷이라는 이야기다.




요새 분위기와 비교하자면 상당히 무거운 느낌이 나는 옷인데 스펙상 평균 1.75kg이다. XS부터 4XL까지 나오는데 S를 입으니까 평균보다는 살짝 가볍지않을까 싶다. 얼마 전에 측정을 해 봤는데 입고 있는 옷을 다 벗으니까 약 5kg 정도 차이가 났다. 우리집 강아지를 매일 업고 다니는 것과 같다.


세상의 변화를 따라 이 웃기는 옷도 예전과 조금 달라졌는데 상당히 슬림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보통 옷에 비해 슬림한 건 아니고 맥머도인데 슬림해졌다는 이야기다. 하지만 유니클로 M정도 입으면 S입으면 되고 S 사이즈의 가슴폭이 57cm 정도 되는데 거대하지만 막상 입고 다니면 살짝 좁다는 느낌이 있다. 안에 마구 껴입을 수 있는 옷은 아니다. 그렇다고 M은 무리다. 



아래쪽 플랩 주머니를 보면 내부 상단이 살짝 접혀있다. 뭐 별 건 아닌데 안에 뭘 넣어두면 비나 눈이 오는 날에도 물기를 더 잘 막아줄 거 같은 안정감을 준다. 이런 옷들이 꽤 있는데 좀 좋아한다.


이전 버전과 비교하면 550필은 같지만 쉘이 하이벤트에서 드라이벤트로 바뀌었다. 숨어있던 손목 리브도 사라졌다. 전반적으로 다운그레이드의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그렇다고 해도 여전히 따뜻하고 막 입기 좋은 편한 옷이긴 하다. 앞으로 몇 년 간은 한 겨울이라면 이옷으로 쭉 가게 될 거다. 하지만 오늘은 단점 이야기들을 몇 개.



* 겉감이 어두운 색일 수록 왠지 낡아보이는 묘한 특성이 있다. 블랙 버전을 비닐에서 뜯어 하루 입고 다니고 봤더니 몇 년은 입은 듯한 느낌이 들었었다. 이건 리뷰에서도 자주 지적되는 사항이다. 먼지가 상당히 눈에 띄게 잘 달라붙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브러쉬질을 해주는 게 좋은 듯 하다. 밝은 색 쪽은 괜찮다고 한다. 뭐 부담 없이 막 입기엔 나쁘지 않다.


* 후드가 작아졌다. 이 역시 리뷰에 많이 지적되는 점이다. 못 쓸 정도는 아니지만 전체적으로 좀 이상하다. 안에 다운 라이닝을 넣었다면 그걸 고려해 키워야 하는데 그런 점을 고려하지 않은 거 같다. 쓰고 다니면 머리를 누가 위에서 살짝 누르고 다니는 느낌이 든다. 후드를 썼을 때 모양도 매우 이상하다.


* 주머니가 겉에 6개 + 1개(팔), 안에 1개 있다. 안에 한 개 있는 건 좀 아쉽다. 사실 추울 때 메인 지퍼는 가능한 내리지 않는 게 좋고 그렇다면 내부 주머니는 쓰지 않도록 유도하는 게 맞긴 하다. 하지만 지갑, 휴대폰해서 양쪽에 하나 씩만 있었어도 훨씬 편했을 거 같다.


* 그나마 있는 주머니도 좋지 않다.



상단부 플랩은 가짜 주머니고 사이드에 지퍼가 달려있는데 열기가 무척 어렵다. 사진에서 손이 잡고 있는 게 상단 사이드 지퍼 고리다. 팔이 어떻게 생겨야 쓸 수 있게 만는 건지 전혀 모르겠다. 일단 지금보단 팔이 훨씬 길든지 짧든지 해야 할 거 같다. 


그리고 저 자리면 핸드 워머 포켓인데 충전재 바깥쪽에 주머니를 만들어 놨다. 핸드 워머 포켓이라면 충전재 안쪽으로 주머니를 위치시켜야 하는 거다! 전혀 손이 따뜻해지지 않는다. 더불어 가짜 주머니 상당히 싫어한다. 사실 주머니는 붙어 있는 8개 모두 다 문제가 있다. 할 말이 아주 많은 분야이지만 너무 길어지니까 생략.


* 후드 이야기에 추가하자면 칼바람이 부는 날 저걸 뒤집어 쓰면 금방 깨닫게 되는데 빈틈이 있다.



후드의 퍼가 끝나고 목 덮는 부분이 시작되는 사이에 틈이 있다. 별 거 아닌 거 같지만 올 겨울 초기 갑자기 많이 추워졌을 때 역시 저 틈의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들어오는 바람을 막을 방법이 없다. 물론 후드 안에 넥 게이터가 숨어 있기 때문에 그걸 사용하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저렇게 만들었을 수는 있다. 하지만 잠깐 후드만 써도 될 상황에 일을 그렇게 크게 만드는 거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저 부분은 상당히 문제가 있다.


후드털은 물론 페이크 퍼다. 모피와 리얼 퍼의 시대는 이미 끝났다. 열심히 잘 살아라 코요테들아, 여우들아.


* 메인 지퍼가 작다. 옷 덩치에 비해 지퍼가 너무 조막만 하다. 장갑 낀 손은 커녕 맨 손으로도 다루기가 어렵다. 요령을 터득해야 하는데 옷 하나 때문에 익혀야 하는 그런 쓸데없는 요령 알고 싶지 않다... 아무튼 지금은 좀 잘 함.



그리고 이 부분이 상당히 이상하다. 지퍼 시작 부분과 맨 아래 사이의 간격이 꽤 넓다. 게다가 끝 부분에 조이는 끈도 사라졌기 때문에 찬 기운이 아래에서 몰려올 때 대책이 별로 없다. 예전 버전은 맨 아래 드로스트링이 있었는데 왜 빼버렸는지 아쉽다. 다운그레이드를 하더라도 이런 필수적인 부분은 내버려 둬야 한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듯이 큰 옷이지만 미묘하게 좁은 문제가 있다. 개인적으로 아우터는 반드시 지퍼를 올리고 다닌다. 있는 지퍼 다 씀, 봄이고 여름이고 앞을 오픈하고 다니는 경우 없음. 더울 때는 그 날씨에 맞는 옷을 입어야지 앞을 여는 식으로 해결하면 안된다는 마음가짐... 사실 너풀거리는 게 싫기 때문에. 


그렇게 다니면 맨 아래 버튼은 열어 놓고 바로 그 위까지는 채워 놓는다. 근데 이 옷은 미묘하게 좁아서 앉을 때, 움직일 때 버튼이 열리는 경우가 많다. 이건 내 동작에 문제가 있나 싶어서 연구를 해봤지만 역시 피할 방법이 없음. 



내부의 여전한 윈드 플랩과 함께 벨크로가 버튼으로 바뀐 건 좋다. 외부 벨크로 종종 실밥과 먼지 제거해야 하고, 떼었다 붙였다 할 때 시끄럽고, 그러다가 접착력 약해지고, 혹은 벨크로 고정된 게 압력 받아서 나중에 뜯어지는 거 아주 싫어한다.


뭐 투덜거릴 부분이 있긴 하지만 재밌고 유용하고 좋은 옷이다. 사실 영하 20도에 강풍이 부는 추위가 올해 겨울엔 별로 없었기 때문에 완전한 테스트는 못하긴 했다. 그래도 그럴 때 같이 함 잘 해보자는 생각이 드는, 어딘가 든든함을 주는 옷인 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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