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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삐툴어진 뷰, 랑방의 광고

by macrostar 2013. 7.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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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좀 이상하긴 한데... 생각나는 게 딱히 없어서. 원래 제목은 유난히 못 쓴다.

물론 어쩌면 인간에게 질서정연하고 단정하고 고색창연한 것들에 대한 본능적인 열망과 이로부터 받는 안정감 같은 게 있는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런 본능이 있다고 해도 꽤나 오래 전부터 여러 방면에서 침식당하고, 거부당하고 있다. 패션 화보나 패션쇼를 보면서 왜 이상한 사진들을 찍고 왜 이상한 옷들을 만드냐라고 물을 수도 있다.

크리에이터가 아닌 사람으로서 이에 대한 답은 사실 내릴 수 없지만, 보는 입장에서 말하자면 그냥 그게 하고 싶었나보네... 라고 생각하는 편이다. 물론 약간 더 관심이 생긴다면 왜 저런 걸 하고 싶어졌지라고 물으며 그 작업이 나오기 까지 히스토리를 따라가 본다든가 그의 주변을 탐구해 본다든가 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다. 그래도 물론 전부를 알 수는 없고, 전부를 알 필요도 없다.

여하튼 단정하고 안정된 비율 위에 놓인 고급스러운 것들은 이미 수도 없이 반복되어왔고 지금도 반복되고 있다. 이에 대한 반박으로 인상과 이미지 리프레싱을 위한 삐툴어진 것들, 심지어 괴상한, 꼴보기 싫은 것들도 이제는 마찬가지로 질리도록 반복되어서 이제 와서 뭘 보고 앗 이렇게 끔찍한 걸 보여주다니.. 할 만한 것도 별로 없다. 이 분야에 노출되어 있을 수록 그 경향은 더하다.

사실 잘 만들어졌다는 가정 하에 비싼 옷과 값싼 옷의 경계는 예전에 비해 많이 허물어지고 있다. 여전히 고급옷 특유의 광택과 컬러와 촉감, 그리고 부자재라는 디테일이 만드는 간극은 존재하지만 그 간격은 차츰 더 좁아질 게 틀림없다. 그러므로 이를 극복하기 위해선 정상이든 일탈이든 화면의 압축률을 높이거나, 스토리를 담거나, 아니면 길게 이야기하는 수 밖에 없다.

괴상한 것들은 계속 늘어나고, 그것의 충격은 반비례해서 낮아진다.

 
랑방의 2013 FW 광고를 보며 왜 오리냐, 왜 토끼냐고 질문하는 건 사실 의미가 없다. 하지만 그만큼 왜 하필 오리와 토끼에 알버 엘바즈가 최종 승인을 했냐에 대해 생각해 보는 건 약간 흥미롭다. 랑방의 패션 위크는 그냥 저냥 가고 있는데 광고의 경우엔 특히 저번 시즌부터 '뭐라도 해야되는데...' 하는 목소리가 여기까지 전해져 오는 거 같다.

광고 사진이나 화보의 재미있는 점 중 하나는 구석구석까지 닿아있는 손길을 확인하는 거다. 오리가 살아있는 건지도 약간 궁금하지만 사실 저 남자의 소매를 보여주기 위한 어색한 왼손의 각도를 참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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