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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파리 남성복 패션위크 2014 SS가 끝났다

by macrostar 2013.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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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꽤 긴데 보통 #PMFW나 #PFW Men이나 이렇게들 쓴다. 여기서는 이하 PMFW라고 표시. 영어가 뭉쳐있으면 이걸 말하는 거군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2014 SS PMFW가 끝이 났다. 그리고 오뜨 꾸뛰르가 시작되었다. 해가 바뀔 때도 남성복 - 오뜨 꾸뛰르, 한 해의 반이 지날 때에도 남성복 - 오뜨 꾸뛰르다. 7월 1일이 되었고 아틀리에 베르사체로 오뜨 꾸뛰르가 오늘 시작되었다.

마치 이정표같은 역할 - 한 해가 이만큼이나 흘렀군 - 을 해준다. 거리의 이정표가 초록의 선명한 폰트로 적혀있어 딱히 그것 자체로 흥겨워지진 않지만 그래도 확실한 역할이 주어져 있듯 PMFW의 시작과 끝 소식을 듣는 것도 비슷한 느낌이 든다.

어차피 자세히 할 이야기도 없고 하니 일반론 이야기를 해본다. 밀란이든 파리든 남성복 패션 위크라는 건 사실 커버리지가 무척 좁다. 여성복 패션 위크라고 가격을 떠나 포용의 커버리지 - 아무나 입을 수 있고, 어디서든 입을 수 있는 옷인가 - 가 크다고 할 수는 없지만 남성복을 구획짓는 각 장르의 벽은 꽤나 높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 옷을 누가 입는가 하는 건 꽤 복잡한 문제다. 과연 누가 입을까. 셀러브리티와 그 추종자들, 글로벌 단위의 파티를 다니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워렌 버핏이나 에릭 슈밋 같은 사람이 새 정장을 구입하겠다고 톰 브라운 매장을 찾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수 있다.

펀드 매니저나 컨설턴트, 경제 회의에 참여하는 중역 등등 패션 위크에 나오는 옷의 가격대를 커버할 수 있는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이들이 (양복에 유행이 있다고는 하지만) 몇 십년 전이나 똑같은 옷을 만들고 있는 새빌 로우를 찾을 가능성은 그보다는 높다.

 
생 로랑 2014 SS. 이걸 입고 어디에 갈 건가, 데이트? 과연 좋아하려나(정말 모르겠음)...



제냐 홈페이지에 걸려있는 2013 SS의 신상 슈트와는 가는 길이 다르다.

그러므로 판매의 측면에서 이것들은 결국 단품으로 소비되고, 극소수로 만들어진 옷들은 정해진 수요처에서 소비된다. 로고를 대문짝만하게 박아놓아 가격대를 사방에 시그널링하려는 게 아니라면, 아이템이 하나씩 소비되더라도 알아보는 이들에게 패션 위크의 이미지가 동시에 전달된다 정도가 바랄 수 있는 희망이라고 하겠다.

어쨌든 같은 돈을 손에 쥐고 갈 수 있는 매장이 명확히 분리되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일단은 2013년의 하이 패션보다는 잘 만들어졌다는 소문의 어떤 것을 찾아간다. 그렇기 때문에 남성복을 내놓는 디자이너 하우스들은 이 안에서의 균형을 면밀히 뒤적거린다.

약간 더 긍정적으로 보자면 위 제냐의 사진같은 평범해 보이지만 값비싼 슈트를 만드는 곳들이 런던, 파리, 밀란, 나폴리 등등에 무수히 존재하고 있고, 그들의 시장 장악이 점점 넓어지고 있기 때문에 패션 위크의 남성복들은 점점 더 멀리, 멀리 나아가게 된다.

이 둘 사이의 균형점에 존재하고 있던 아르마니나 제냐, 랑방 등은 각자 알아서 갈 길을 찾는 거고, 또한 지방시와 생 로랑에서 괜히 점점 이상한 짓을 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이제 와서 앤더슨 앤 쉐퍼드나 기브스 앤 호크스 같은 곳들과 같은 종목으로 경쟁하려면 갈 길이 너무나 멀고 갈 이유도 없다.

그러므로 PMFW같은 걸 바라보는 눈은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상급 문화는 새빌 로우같은 곳에서 하고 있으니 하위 문화를 어떻게 고급 옷으로 구현하고 있는가, 얼마나 멀리 바라보고 있는가, 미래에 나올 옷들에 어떤 단초를 제공하는 가 등등. 물론 옷을 만드는 이들이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 리는 없다.

나는 미래를 바꾸는 옷을 만들거야! 따위의 생각을 한다고 그런 게 나오지 않는다. 그때까지 뭘 만들었고 그러면서 간간히 뭘 목표로 했는지, 옷을 만들기 전 그리고 만들기 시작한 후에 그에게 남아있고 유지되는 감각, 그리고 약간의 운 정도로 갈라진다. 여튼 그들은 이 전장의 맨 앞에 나와있는 사람들이므로 지니고 있는 명민한 촉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런 게 발휘되는 모습을 보는 거다.

역시나 전반적으로 큰 재미가 있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는 Dries van Noten(링크), Lanvin(링크), Raf Simons(링크)의 쇼를 흥미있게 봤다. 랑방의 경우 남성복은 Lucas Ossendrijver가 디자인하고 있고 알버 엘바즈는 남녀복 합친 총괄 아티스틱 디렉터다. 뭐 꼭 자기 입고 싶은 옷만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랑방 쇼를 보다 이런 옷을 보면 알버 엘바즈가 입고 있는 모습이 약간 궁금해지긴 한다.

 
딱히 놀리자는 건 아니고 정말 궁금하다는 거다. 여튼 입으라고 만든 거니까... 뭐 나름 어울릴 것도 같고.


Lucas Ossendrijver와 Alber Elbaz

사진은 모두 스타일 닷컴, 제냐의 경우 제냐 공식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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