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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클

로리타 패션, 가벼운 잡담

by macrostar 201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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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불러일으킬 지도 모르는 흥미와 다르게 꽤 재미없는 이야기가 될 것 같은데 여하튼 이것과 다음 포스팅(형성의 즈음) 두 번으로 나눠서 올린다.



파리에서 열린 Angelic Pretty 주최의 티파티, AP는 최근 세계 곳곳에서 이런 티파티를 열고 있는 듯. 공식 블로그(링크)에 마땅한 게 없어서 아마도 참여자로 보이는 분의 블로그에서(링크).


코스프레 마인드(이 블로그를 쭉 보신 분들에게 미리 첨언하자면 여기서 코스프레는 일반적인 의미의 코스프레다)에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고 그것이 일상복화 된 패션 장르가 몇 가지 있는데 예를 들어 밀리터리웨어, 워크웨어, 고딕 그리고 로리타 패션 같은 것들이다. 물론 일상복이라고 해서 너무나 친숙한 이웃처럼 자리잡아 매일 아침에 집에서 나갈 때 마다 마주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사실 그건 다른 '구조된' 패션도 마찬가지다.
 

밀리터리웨어와 워크웨어에서는 이미 살짝 다룬 적이 있고(디어 매거진 3호를 참고하세요), 고딕에서 대해서는 짧게 짧게 몇 번 언급한 적이 있으니 이번에는 로리타 패션에 대한 이야기다.


물론 여타 서브컬쳐로서 패션 장르들과 마찬가지로 로리타 패션이라고 샤프하게 선을 그어져 있고 이 선을 넘으면 로리타 패션이라는 식으로 말하기는 어렵다. 예를 들어 고스로리(Gothic Lolita Fashion)에 대해 이게 고딕에서 만들어진 것인가, 로리타에서 만들어진 것인가에 대한 몇몇 논쟁같은 게 있었고 메이드는 오히려 페티시 쪽에 가깝다. 또한 데코라, Fairy Kei, 모리갸루, Dolly Kei등 비슷한 연장선 상에 있으며 애매모호하게 많은 부분 겹쳐있는 카테고리들이 존재한다. 그래도 이쪽 계통 중에는 로리타 패션이 가장 크고,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Fairy Kei의 아이들, 이 사진은 여기(링크) 어디에서 가져온 건데...


이 장르는 발상에서 현실화, 그리고 90년대 중반과 2000년 초반 등에 있었던 몇 번의 역변을 거치는 궤적이 상당히 뚜렷한 편이다. 워낙에 튀는 외양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덕분에 잔잔한 강위를 흘러 바다로 흘러가는 노란색 오리 장난감을 쫓아가는 일처럼 대략의 루트를 가늠하기가 용이하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아마도 상상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인지 영화나 스타같은 외부로부터의 시각적 충격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 부분이 복각류의 패션과 매우 다른 점이고 고딕같은 패션과 비슷한 점이다.
 

우선 말해둘 것은 여기에서 이야기하는 로리타 패션은 보다 배타적인 형태다. 즉 하드코어한 로리타 패셔너들이 주장하는 반코스프레, 반이벤트, 반센슈얼, 그리고 장식 아이템으로서 로리타를 제외한, 이게 좋아서 풀착장으로 디테일을 추구하며 열심히 입는 사람들이다.

 

로리타 패션에 관한 이야기에서 흔히 볼 수 있는게 왜 그런 옷을 선택했는가, 그렇게 입는가에 대한 답으로 '그냥 예쁘니까'라고 말한다. 사실 다른 패션도 이런 점은 같다고 할 수 있는데(밀리터리웨어를 선택한 사람은 그것이 멋지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거다) 그렇기 때문에 무슨 장르이든 앞의 '그냥', 그리고 뒤의 '예쁘니까'에는 좀 더 파고들어가 볼 여지가 있다.
 

우선 '그냥'이라고 말하는 부분. 로리타 패션은 흔히 자기만족의 세계라고 말한다. 즉 남자를 꼬득이거나, 좀 더 매력적으로 어필하거나 하는 여타의 목적이 없다고들 한다. 세상에 이런 옷입기가 존재하는 가에 대해 부정적인 사람들도 많이 있겠지만 예를 들어 복각과 복원에 초점을 둔 옷입기에 몰두하는 이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다.
 

사실 이 패션은 매우 안락한 도피처로 작동할 수 있다. 딱히 여권 신장이나 남녀 평등, 세계 평화를 주창하는 것도 아니고, 빅토리안이나 로코코 시대의 복권같은 걸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전제로 상정된 세계 자체가 판타지이고 거기에서 좋고 마음에 드는 것만 받아들이는 필터링을 거쳐있다. 그렇기 때문에 예를 들어 밀리터리웨어나 워크웨어를 선호하는 이들이 진짜 군인이나 진짜 노동자를 마주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딜레마가 존재하지 않는다. 애초에 2013년 어느 구석에도 로코코 귀족 같은 건 없기 때문이다. 유럽의 귀족은 물론 존재하지만 그렇게 입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 다음은 '예쁘니까'. 특히 옷의 스타일링에 있어 예쁘다라는 건 어떤 사람의 기존 컨텍스트에 기반할 수 밖에 없고 더구나 매우 개인적인 기준을 지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시대에 기반한 '저렇게 입는 건 예쁘다'라는 말은 의미를 지닐 수 있다. 왜냐하면 비슷한 환경에서 비슷한 문화를 접하며 자란 군(群)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는 마징가 제트를 좋아하면서 커 갔고 누구는 태권브이를 좋아하면서 커 갔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이 시대는 어떻다라고 재단하기는 어렵겠지만 일종의 무리의 구획은 가능하다. 이를 거슬러 올라가 로리타 패션에서 '예쁘다'를 규정하는 소재의 형성을 구별해 낼 수 있을 것이다.

 

뭐 말은 이렇게 하지만 여기는 블로그고, 이렇게 품이 많이 드는 일을 하고 있을 수는 없으므로 1990년대 초반에 지금 사용되는 의미의 로리타 패션이 본격 등장하기 직전까지 어떤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는가를 뒤적거려보는 정도에서 블로그 포스팅은 마무리지을 생각이다. 이 장르의 발달 과정이나 다른 조류와의 관계, 그리고 메인스트림 패션 신에서의 흡수, 카테고리가 본격적으로 형성된 이후 2번 정도의 큰 변화, 그리고 애티튜드에 대한 이야기는 혹시나 기회가 생긴다면 그때 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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